(요한복음 4:5-26)

 
1.
어느 시골 교회에 동네 유지가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등록한 첫 주일, 유지답게 교회에 인사치레해야 한다고 쌀 두 가마를 바쳤습니다. 그 주일, 성찬식이 거행되었는데, 앞에서부터 쭈욱 분병 분잔 되는 것을 보며,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교회에선 왜 안주부터 먹는 거요?”
 
그러더니 그다음 주일부터는 아예 교회에 나오지를 않습니다. 무슨 연고인지 알아봤더니 그러더랍니다. “세상에... 그래도 내가 쌀 2가마를 바쳤는데 그 눈곱만한 빵 한 조각을 자기들끼리만 먹어? 교회 인심 고약해서 안 나가!”
 
혹시 교회에 처음 나온 분이 있다면 오해하지 마십시오. 오늘은 맥추감사주일로 성찬식이 있는데, 성찬식의 빵과 포도주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의미하는 거룩한 것으로 교회에서는 세례받은 교인들만 받습니다. 인색하게 군다고 오해하지 마시고 넓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북쪽 갈릴리 지역으로 가셔야 했는데, 사마리아 지역을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그 노중(路中)에 ‘수가’라는 성에 이르자, 주님께서는 좀 지치셨는지 우물가에 앉으셨고, 제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예수님은 거기서 물을 길러나온 한 여인을 만납니다. 그 시간이 육(6)시라고 합니다. 성경의 6시는 우리 시간으로 낮 12시를 뜻합니다.
 
낮 12시, 그 뜨거운 때에는 사람들이 물 길러 나오지 않습니다. 아예 외출도 잘 안 합니다. 그런데 이 여인은 왜 그 무더운 시간에 물 길러 나왔을까요? 뭔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피하고픈 여인으로 보입니다. 사람 만나는 것이 걸끄럽고 즐겁지 않은 여인인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예수님과 대화 중에 드러납니다. 16절에 보니 예수님이 갑자기 남편을 데려오라 하시자, 여인은 대답합니다.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 이에 예수님의 말씀, “네가 남편이 없다 하는 말이 옳도다. 너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
 
그러니까 이 여인에게 남편이 몇이나 있었다? 다섯! 지금 있는 이도 진짜 남편이다? 아니다! 그러니까 이 여인은 남자를 몇 명이나 데리고 살았다? 6명!
 
남은 하나 갖고도 쩔쩔매는데, 여섯을 데리고 살았다니, 대단한 여인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대단한 여인이 사람들을 피해 무더운 대낮에 물 길러 나왔을까요? 남편을 5이나 갈아 치우고, 지금 같이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닌 이 여인! 어떻게 생각되는가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당시 사회는 여성의 인권이 무시되던 시절입니다. 여성은 인구수에 들어가지도 않던 시절입니다. 당시 성경 기록조차 여자는 카운트가 안 되고, ‘장정만 오천 명이 먹었더라’는 식으로 기록되던 시절입니다.
 
그 당시 사회는 아주 강한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사회였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남편을 다섯 번이나 갈아 치운 여인이란 사실 무슨 뜻인가요? 그만큼 버림받은 여인입니다! 돈 많은 여인, 권력 있는 여인이 아닙니다. 매일같이 물 길러 나와야 하는 평범한 여인입니다.
 
이렇게 사회에서 버림받고, 그 상처로 사람 만나기 두려운 여인, 그래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그 뜨거운 대낮에 물 길러 나오는 보잘것없는 여인, 그 여인을 예수님은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3.
이 여인을 향해 예수님이 물을 좀 달라며 다가가십니다. 그리곤 이후의 대화를 보면 예수님과 이 여인의 총 7번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예수님은 여인을 쫓아가고, 여인은 도망가는 모양새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처음에 여인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하나이까?” 아주 쌀쌀맞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계속 그 여인에게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주제로 말을 이어가십니다. 여인은 예수님이 던지시는 말씀에 혹하다가, 자기의 현실, 부끄러운 과거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면 대뜸 화제를 바꿀 정도로 미꾸라지처럼 자기에게 불리한 주제는 피해갑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그 여인을 놓아주지 않고 계속 추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모습은 대화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여인의 예수님에 대한 태도, 예수님에 대한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 여인은 예수님을 단순한 유대인 남자로 여겨 ‘당신’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더니 몇 마디 주고받고는 유대의 랍비로 여겨 ‘주여’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그리곤 19절에선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자가 이르되 주여 내가 보니 선지자로소이다.” 선지자라고 까지 부릅니다.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주제로 나아갑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의 말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 하더이다.”
 
이에 예수님은 길게 넉 절에 걸쳐 하나님께 예배하는 참된 자세를 설명하십니다.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그러자 여인은 이렇게 말을 잇습니다. “메시아 곧 그리스도라 하는 이가 오실 줄을 내가 아노니 그가 오시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시리이다.”
 
‘나중에 메시아가 오시면 다 해결될 겁니다. 그때 가면 메시아가 알려줄 겁니다. 나는 그래도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라고 하자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네게 말하는 내가 그라!” I who speak to you am He!
 
메시야를 앞에 두고 메시야를 기다린다는 여인, 눈뜬 시각장애인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서도, 뭔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고 느꼈으면서도 정말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그토록 많은 대화를 하고도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여인! ‘당신’에서 시작해서 선생, 랍비, 주님까지 그리고 선지자까지 인식이 발전했으나 종내 메시아인 줄 모르고, 메시아를 눈앞에 두고도 여전히 메시아를 기다린다는 여인!
 
4.
이 교회, 왕십리중앙교회에서 여러분을 제일 반겨주시는 분이 누군지 아십니까? 언제나 여러분을 만나기 원하시는 분, 누군지 아십니까? 예배 중에 여러분의 영혼을 쓰다듬어 주시는 손길, 누군지 아십니까? 말씀을 통해, 기도를 통해, 찬송을 통해 내 영혼을 위로해 주시고 감동이 있게 해 주시는 분, 누군지 아십니까?
 
내 삶이 어렵고 힘들 때 나를 아예 안아주셔서 어떨 때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때로는 좀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로 푸욱 감싸 주시는 분, 누군지 아십니까?
 
그 길이 아니라고, 제발 돌아서라고 눈물겹게 내 영혼에 소리치고 있는 분, 누군지 아십니까? 이젠 고집 그만 부리고 무릎을 꿇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심스레 내 영혼에 속삭이시는 분, 누군지 아십니까?
 
이 교회에서 우리가 만날 분, 내 영혼을 터치하시고, 나를 감싸시며, 눈물과 감동을 주시는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말을 하고, 집에 가면 뭔가 허전할 정도, 오늘 괜히 말을 많이 했다 싶을 정도로 후회가 되기도 하는 그때, 그래도 여전히 뭔가 내게 말씀하기를 원하시고 내게서 뭔가 듣기 원하시는 분, 예수님이신 것을 아십니까?
 
예수님이 나를 만나기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발 우리가 당신을 의식하기를,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알아채기 원하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예배 시간에 자꾸 내게 말을 거십니다. 내 마음을 두드리시고, 내 감성을 자극하시고, 내 영혼을 감싸십니다. 그러니 그 반응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십시오. 무식해서 잘 모를지라도 성령의 감동을 그대로 따라가십시오.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하고, 말씀을 경청하고, 이건가 저건가 할 때라도 중단하지 말고 영의 흐름, 성령의 감동을 따라가십시오. 그러면 마침내 그분이 예수님이심을 알게 될 것입니다. 아, 예수님이셨군요 할 것입니다.
 
5.
특별히 오늘 주의 성찬에 참여하는 여러분, 여러분이 받아드는 빵과 포도주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가요?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셔서 당신의 목숨을, 생명을 준다고 의미를 담아 주신 빵과 포도주, 그게 우리를 위해 찢기신 예수님의 살과 피임을 아는가요? 우리들의 목을 통하여 삼켜지는 그것이 우리를 살리기 위한 우리 예수님의 생명임을 아는가요?
 
“내가 그로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믿음과 감사함으로 참여합시다. 그리곤 예수의 이름으로 새 삶을 삽시다. 예수의 이름으로 건강해집시다. 예수의 이름으로 복된 삶을 삽시다. 내 삶을 지키시고 보듬어 주는 분, 우리 예수님이십니다.
 
그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의 증거가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성찬입니다. 깨닫고 고백하며 감사하는 성도들에게 넘치는 주님의 은혜와 생명이, 그리고 감동이 있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