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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손녀(曾孫女)
2019년 05월 15일 (수) 09:02:49 류철배 목사 webmaster@cry,or.kr

지난주에는 자녀들과 함께(손녀 포함) 시골에 사시는 장인 장모님을 찾아갔습니다. 

어버이날을 꼭 맞출 수가 없기에 서로 시간을 내어 미리 찾아 뵌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들이 한 번씩 찾아와서 짧은 시간이지만 식사하고 정을 나누는 것에 낙을 삼고 있습니다. 이젠 두 분 모두 연로하셔서 읍내에 있는 주간보호센터에 출퇴근하시며 소일하시고 계십니다. 센터에서 봉사하시는 분 말을 들으니 자녀들에게서 전화라도 올라치면 갑자기 음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자식에게 전화 왔다고 은근히 자랑하신다는 것이지요.

 시설에 계시는 어른들 몫으로 초코파이 몇 상자와 인원수에 맞게 음료를 준비하여 전해드렸습니다. 담당 직원은 ‘내일 어르신 자녀들이 사 왔다고 광고하고 나눠드리겠다’고 합니다. 체면을 높여드리는 것입니다.

 도착한 시간이 마침 시설 점심시간이 됐는데 두 분은 식당에 가시지 않고 거실에서 우리를 맞이하셨습니다. 허리 다리 무릎 모두 약해서 일어나 오시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립니다. 두 분은 아이에게 먼저 눈길이 갑니다. 증손녀입니다. 손녀가 태어났을 때도 기뻐하셨지만 이제는 손녀가 아이를 낳아 증손녀를 안고 왔으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요. 품에 안고 볼을 부벼대시며 사랑의 교감을 나눕니다. 

 나도 이제 손녀를 안고 보니 주변에서 그토록 침이 마르도록, 돈을 내 가면서까지 손주 자랑하는 이유를 알겠는데 증손주 사랑은 어느 정도인지 아직은 감(感)이 오질 않습니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이는 낯선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방적인 사랑 표현에 겁이 난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달 만에 만났으니 당연히 기억에 없겠지요. 칭얼대는 아이 엉덩이를 두드리며 ‘옛끼 놈, 증조할아버지도 몰라보고...... 허허허’ 어르신의 눈 속에 행복이 담겨 있습니다.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풍천장어 드실래요?’ ‘그건 비싼디, 싼 걸로 먹자’ 

 아직도 읍내는 5일 장이 섭니다. 어렸을 때 엄마 따라 왔던 그 풍경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건물이 신축되고 길 양쪽으로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는 것 빼고는 생선가게, 뻥튀기, 호떡장사, 골라골라 호객소리 여전합니다.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입니다. 뇌 필름이 5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한 개 두 개 모아두었던 달걀을 10개씩 지푸라기 꾸러미에 묶어 서너 개 들고 장에 가면 제법 살게 많았습니다.  어머니는 반찬거리를 사셨지만 내 머릿속에는 호떡 먹었던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간식거리라고는 여름엔 감자, 겨울엔 고구마가 주인데 장에 따라 와서 먹는 호떡은 왜 그리 달큼하고 맛있는지요. 엄마 손 잡고 10리 길을 걸어 읍내 장에 따라갔던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딸들은 어머니 손을 잡고 옷가게 들러 멋진 옷을 골라 입혀 드렸습니다. 맵시는 나지 않지만 새 옷을 입고 좋아하시는 모습이 설빔입고 좋아하는 아이 같습니다. 장인어른은 문밖에만 나서도 양복에 넥타이를 매시는 분입니다. 

 체면 문화 홍보대사 같습니다. 낼 모레면 90이신데도 여전히 몸단장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불효유삼(不孝有三)하니 무후위대(無後爲大)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땅위의 수 만 가지 불효 중에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아버지를 불의에 빠뜨리는 것이고, 둘째는 뇌물을 받는 벼슬 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후대(後代)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불효라고 했습니다.

 딸이 딸을 낳고, 그 딸이 또 딸을 낳아 아버지 품에 안겨 드렸으니 큰 효도하였습니다. 

/보배로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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