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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더 큰 저항력입니다.
2008년 09월 08일 (월) 08:49:50 이만규 목사 morningcome.org

 나이가 70세를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외국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서 손자가 태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러워서 손자를 보기 위하여 비행기를 타고 서둘러 아들집을 찾아갔습니다. 늦장가를 간 외아들이었고 이제 70이 거의 다 되어서야 첫 손자를 본 할아버지는 첫 손자를 만난다는 기쁨으로 아이처럼 설래는 마음으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마침 공적인 다른 볼일도 있어서 함께 간 일행이 있었지만 공항에 내리자마자 먼저 아들집으로 쫓아갔습니다. 해산 간호를 위하여 먼저 가 있는 아내(할머니) 조차 보는 둥 마는 둥 갖 태어난 손자 방으로 쫓아 들어갔습니다. 아직은 강보에 쌓여있는 손자지만 이 첫 상면(相面)은 너무나 큰 감격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자랑스러운 맏손자를 야곱이 그 손자들을 축복했듯이(창49장) 이 손자를 가슴에 안고 마음껏 축복하고 싶었습니다. 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혼자서 꿈꾸면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이 손자를 가슴에 안으려고 조금도 주저 없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뒤따라 들어온 아들이 깜작 놀라면서 이 할아버지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그리고는“아버지 손을 씻고 아이를 만져야지요.”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놀랐습니다. 놀라기보다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태어난 지 20일 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 아직 면역체계 조차 잘 갖추어지지 않은 신생아이기에 세균감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그 어린아이를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고 오염된 그 손으로 아이를 만진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입니다.

아들 입장에서 보면 40이 다 되어서 난 아들인데, 금쪽같은 그 귀한 아들이 무신경한 할아버지로 인해 병균 감염이라도 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일입니다. 손도 안 씻고 손자를 만지려고 한 할아버지의 무신경이 백번 잘못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그 일이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 잠자리에서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이 손 안 씻었다고 손자를 못 만지게 했다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그 말은 들은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위로했습니다.

“여보 그건 약과예요. 난 손을 씻고 만지려는데 "알코올로 다시 씻고 만지라고 합디다.”
다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마 다른 젊은이였다고 해도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쩜 할아버지가 잘못한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어른들이 생각할 바가 많습니다. 이제 어른들은 손자를 만나려 갈 때면 알코올 먼저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들은 우리 어른들은 뭔가 마음이 씁쓸합니다. 물론 청결해야 합니다. 위생관리에 철저하지 못한 우리 어른들이 생각할 바가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병을 이기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청결보다 사랑이 더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무균실(無菌室) 보다는 사랑이 더 필요합니다. 균이 없어서 병이 안 걸리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있어도 그 세균을 이길 저항력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저항력은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어릴 때 할머니들은 칫솔질도 잘 하시지 않아 그 세균 득실거리는 입으로 음식을 씹어서 손주들에게 먹여 주었습니다. 때가 꼬질꼬질한 행주치마를 뒤집어 코를 닦아 주고, 이웃집에서 얻은 떡 조작을 더러운 손수건에 싸다가 먹여주었습니다. 그래도 병 안 걸리고 다 잘 자랐습니다. 사랑의 힘 때문입니다. 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깨끗하기 때문에 우리가 의로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죄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도 죄를 이길 저항력이 우리를 깨끗하게 합니다. 사랑이 더 큰 저항력입니다. 사랑이 개인의 믿음을 지키고 사랑이 가정을 지켜 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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