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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
2016년 11월 01일 (화) 15:06:23 유호귀 장로 webmaster@cry.or.kr

1941년 케네디는 하버드 법과대학원 재학 중 육군장교 후보생 시험, 해군장교 후보생 시험에서 잇따라 낙방을 하였다. 그는 억만장자 아버지에게 애절한 편지를 썼고 아버지는 정계와 군의 인맥을 움직여 아들을 해군에 집어넣었다. 모두가 2차대전에 참여하는데 이 국민 대열에서 낙오하게 되면 장래 나라의 지도자는 커녕 어떤 공직에도 갈 수 없는 것이 당시 미국의 도덕률이었다. 이렇게 해군에 들어가 훗날 남태평양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은 그는 평생 진통제와 각성제의 힘으로 살아나갔다. 트루먼은 안경이 없으면 장님과 마찬가지인 지독한 근시였다. 그런 그가 1차 세계대전에 포병대위로 프랑스에서 싸웠다. 시력검사표를 달달 외워서 신체검사를 통과한 덕분이다. 케네디와 트루먼의 이야기는 어수룩하게 보이는 미국이 사실은 무서운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1916년 6월 영국군은 프랑스 북부 솜강 지역 전투에 25개 사단을 투입했다. 돌격 명령과 함께 영국 젊은 병사들은 40kg에 가까운 군장을 짊어지고 독일군 기관총 총구를 향해 온몸을 드러낸 채 진흙탕으로 달려나갔다. 소대와 분대의 앞장을 선 것은 귀족 또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의 젊은 소위들이었다. 전투 첫날 7만여 명의 영국군이 전사했다. 50세 이하 영국 귀족의 20%가 1차대전에서 전사했다. 귀족과 명문대 출신의 전사자 비율은 노동자, 농민보다 높았다. 이 중 1950년 영국 총리를 지낸 애트리, 이든, 맥밀런이 이런 지옥같은 전투의 생존자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어쩌면 자신들과는 크게 상관없었을 한국전쟁에 139명의 미군 장성들의 자제들이 참전하여 그중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한국전쟁 중 미군의 사망자는 3만3686명, 포로 및 실종 8176명, 부상자는 9만2134명이었다.

그들 중에는 1952년 대통령에 당선된 아이젠하워 아들인 아이젠하워 소령과 3대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마크 클라크 대장의 아들도 포함되어 있다. 미8군 사령관 제임스 벤 플리트 2세는 야간폭격기 조종사로 작전 수행 중 북한군의 대공포화에 의해 산화했다. 워커 장군은 아들과 함께 한국전에 참전했고 목숨을 잃었다. 고풍어린 하버드대학 교내 예배당 벽에는 한국전에 목숨을 바친 하버드 출신 병사들의 이름이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하버드대학 졸업생 중 17명이 한국전선에서 전사하였다.

미국의 한 도시에서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하는 미국의 희망들을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내보냈다. 이것이 그들의 전통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이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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