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 2일
왕십리중앙교회에 부임하였다.
하나님께서 이 좋은 교회로
종을 인도해 주심이
얼마나 감사하고 좋았던지 …….
시골집 마당 같았던
교회 마당,
옹기종기 모여서 이 얘기 저 얘기
출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집 숟가락 숫자까지
세고 계시는 장로님, 권사님
그렇게 내 체질에 맞는
가족 같은 교회에
부임하였다.

그 은총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 은혜가 내게 얼마나 큰 지…….
첫 달 생활비를 받고는
한 푼 덜지 않고
그대로 주님께 드렸다.
“이 교회에서 앞으로의 내 생활 모두를
하나님께 드립니다”란 의미로,
또한 그렇게 내 미래의 생활 모두를
하나님께서 챙겨주시고 복 주실 것을
믿으며 온전히 그대로 다 드렸다.
비록 배는 고팠지만
그래도 내 믿음이 그대로 순수하게
표현되며 드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감사한지….
아, 물론 그 뒤로
어느 누구도 내게 빈말이라도
“생활비 다 드리고 어떻게 사세요”라고
걱정해 주는 이 한 사람도 없기에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잠깐,
마음 깊이는 뿌듯한 충만함이 넘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뒤로
주님께 드려지는 예물을 볼 때마다
내게 깊은 감동을 주는 예물이
더러 있었다.
어렵게 취직을 하고는
힘들게 일을 하고는
첫 수입 전부를 하나님께 드리며
첫째 것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라고
성경에 기록된 신앙을 그대로 이행하며
표현하는 그 놀라운 예물들.
그것도 젊은이들의 봉헌물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뜨뜻해지며
마음껏 저들을 축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일에도
그런 예물이 오랜만에 올라왔다.
취직을 하고는 첫 예물 그대로
‘첫 열매를 주님께 드립니다’하며
온전히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이 있었다.
귀한 믿음의 아들,
그 믿음의 자세대로 평생 저의 수입을
우리 하나님께서 책임지시고 채워주실 것이다.

내가 그러하다.
쌓아놓은 재산이 없어도
별도로 들어오는 수입이 없어도
늘 주님께 즐거이 드릴 수 있었고,
뒤를 돌아보면 그 은총으로
부족함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
풍족하게는 못 살았지만
그렇다고 궁하게도 산 것은 아니었다.
적절하게 나를 생각하시며 복 주시는
그 하나님의 은혜가 여전히 나에게 넘치고 있었다.
감사한 마음, 하나 가득.
모처럼 새벽이슬 같은 주의 아들이
믿음으로 정성껏 드린 온전한 예물이
옛 생각에 잠기게 하며
피곤한 시간에 잠잠한 평안을 내게 선사한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