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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 모를까 |
| [내가 본 우리의 반쪽 ⑥] 평양근교에서 본 북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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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하면서 비행기의 창문을 통해 순안 공항에서의 평양, 그리고 묘향산 남포 서해갑문 등을 돌아보기 위해 이동하면서 지명을 알지 못하는 농촌과 접할 수 있었다.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없는 거리, 포장이 되지 않은 마을 입구의 도로, 나무와 숲이 없는 민둥산 등은 흡사 반백년 전의 고향을 연상케 한다. 그럼에도 마을 입구마다 나붙어 있는 찬양과 선동의 붉은 구호는 과거로의 여행이 아닌 어느 사이비 종교집단촌에 온 듯한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평양을 함께 방문했던 친구 장로의 말이 생각난다. 공항에서 평양 시내까지 근 40분 동안 지나치는 차량을 세어보니 고작 일곱 대라고 했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그의 말이고 보면 10 대 미만임엔 틀림없어 보였다. 평양을 동상과 구호, 궁전이 많은 3다의 도시라고 했으나 평양 변두리엔 궁전이나 동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붉은 구호가 북한인 것을 실감나게 했다. 아마도 이러한 구호가 없었더라면 과거에로의 여행은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주택은 대체로 「 ―」자형으로 크고 작음이 없었다. 외형적으로는 오래 되어 보였으나 최근 색칠을 했는지 깨끗했다. 주민들의 통행은 비교적 한산했으나 길 어귀에 군복을 입은 초병이 꼼짝을 않고 서있는 모습이 흡사 마네킹을 연상케 했다. 왜 이 한적한 길가에 초병이 서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초병의 옷이 겨울이나 여름이나 차이가 없어 안쓰러워 보였고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에 온 듯 한 생각마저 든다. 우리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에게 군복을 입혀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일행 중 한 목사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이제 남북 전쟁은 없겠군. 저래 가지고…” 당시 그 한마디에서 시사해 주는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저들이 동족이라고 하나 키가 크고 잘 입고 여유 있어 보이는 우리를 보면서 무엇을 느낄 것인지…. 고비용일지는 몰라도 기회가 되는 대로 북한을 방문하여 그 땅을 밟아 주는 것이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어귀와 중앙엔 어느 마을이건 붉은 표어가 붙어있다. 대체로 붉은 천에 흰 글씨 아니면 흰 바탕에 붉은 글씨이나 표어의 내용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선군(先軍) 정치만세’ 운운하며 선군정치에 대한 찬양, ‘위대한 민족의 태양 김XX’라며 김정일을 신(神)에 준하는 인물로 추켜세우기, ‘위대한 수령 김XX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죽은 김일성에 대한 찬양은 의미하는 바가 커 보였다.
이러한 구호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어서 북한 정책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흔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식대로 산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 ‘김OO 동지를 목숨으로 지킨다’는 등의 무서운 구호도 걸려 있었다. 금번 봉수교회 헌당예배 참석차 방북할 때엔 새로운 구호가 나붙었다. 북한정권 수립 60년을 찬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방에는 구호가 철수되었다. 새로운 구호를 내걸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3년여 전 평양 외곽의 어느 처소교회에서 북한 교우들과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 작은 아파트의 가정집 메인 룸에서 우리 일행과 북녘 교우 등 20여명이 좁게 앉아 예배를 드리면서 심하게 놀란 일이 있다. 일행 중 한 분이 예배를 인도하고 또 다름 목사님이 말씀을 증거했다. 이때 북한 교우들의 표정이 밝았고 눈물을 흘리는 여인도 있었다. 성령께서 동행하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짐짓 놀란 것은 예배를 드리고 있는 방 중심 벽에 사진이나 사진 석 장이 나란히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장은 김일성 수령, 다른 한 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다른 한 장은 두 부자가 나란히 서있는 스냅 사진이었다. 바로 우리가 이 사진 밑에서 예배를 드렸고, 북한 교우와 은혜를 나누었고, 눈물을 흘린 것이다. 더 이상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각 가정마다 메인 룸에는 이러한 사진 세 장이 걸려 있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인가. 공공건물의 현관에는 김일성 부자가 함께하고 있는 사진이나 그림이 나붙어 출입할 때엔 꽃을 바치거나 예의를 표하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 같은 모습은 호텔에서도 볼 수 있었고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청사에도 설치되어 있었다. 지금은 철거되었으나 한때는 교회당 현관 앞에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봉수 칠골교회는 물론 평양신학원엔 사진이 걸려있지 않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북한은 김일성 수령을 교조로 하는 종교집단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의 진리를 설파해야 하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의 고심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우리의 선교는 주님을 믿도록 하는 일이어서 지하교인을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니 조선그리스도교련맹에 힘을 실어주는 일 역시 우리가 풀어야 할 선교 과제이다. 중국의 삼자교회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조그련 관계자와 묘향산 국제친선전시관의 김일성 주석 및 국방위원장의 전시실을 돌아본 적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외국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선물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그중엔 백금으로 된 흉상도 있었고 값진 보물급의 탐나는 물건도 있었다. 어느 엄숙한 분위기가 깔려 있는 방에 들어서니 잘 생긴 남자가 서있다. 조그련 관계자는 그 앞에 꾸벅 절을 하며 예의를 표했다. 다름 아닌 김일성 주석의 생전의 모습을 세워 놓은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죽은 김일성에 대한 존경의 표시는 이렇듯 대단한 것이었다.
금번 방북 시에도 이곳을 관람했다. 군인으로 추정되는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기 위해 우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겨울옷을 입고 있었고 스칠 때마다 다 악취가 나고 있었다. 아마도 저들은 가정마다 걸려 있는 사진 앞에서 매일같이 예의를 표하고 자기반성을 하는지도 모른다. 김일성은 저들에게 있어서는 하나님 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연변지역에서 배곯아 이국땅을 나돌며 구걸하는 소위 꽃제비들에게 “김일성부자가 나라꼴을 어렵게 만들어 탈출을 한 것이 아닌가”고 물은 적이 있다.
그들은 “아니다”며 배고픔의 책임을 관리에게 돌리는 것이었다. 적어도 북한은 김 부자 우 상화에는 성공한 셈이다. 평양 근교의 나지막한 산들은 대부분 밭으로 개간되어 있었다. 듬성듬성 나무들이 서있긴 했으나 농사에 지장을 주는 큰 나무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산에 일궈 놓은 밭이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비가 많이 오면 씻겨 내려가 하천으로의 유입이 불가피해 보였다.
함경북도의 변경지역은 대부분 산악지대여서 개간에 어려움이 있어 그렇다고 치더라도 동네 야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면적을 넓히기 위해 경사를 그대로 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도로변엔 가로수도 있고 마을에도 나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거리가 매우 깨끗했다. 인적이 없으니 쓰레기가 생길 일은 없겠으나 거리에 나뒹구는 나뭇잎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같은 현상은 고산 중에 하나인 묘향산 산동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초겨울이긴 했으나 여전히 나뭇잎이 매달려 있고 바람에 떨어지는 잎이 보이는데 길가에 나뒹구는 잎은 찾기 힘들었고 산에도 역시 나뭇잎이 쌓여 있지 않았다.
소나무 밑의 솔 가래 역시 그러 했다. 아직도 땔감을 나무에 의존하다보니 낙엽인들 붙어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봉수교회 상량감사예배 때로 기억 된다. 묘향산에서 평양으로 가던 중 우리를 태운 버스가 잠시 서게 되었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었으나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다. 필자는 용변을 보기 위해 목에 카메라를 맨 체 주변 야산으로 올랐다. 큰 나무들은 없었으나 잡목이 제법 서 있었고 l.2m 깊이의 호가 길게 파져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점으로 보아 비상용인 듯 했다. 머물러 있던 시간이 3분도 채 되지 않아 제대로 살펴볼 수는 없었다. 금번 방북 길은 여름철이어서 푸른 옷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2m 미만의 잡목과 숲이 우거져 있을 뿐이다. 3년 5 개월 동안 세 차례 방북을 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이 사는 곳이니 만큼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변화만이 살길이란 것을 저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 보인다.
/ 홍익교회 장로, 평신도신문 주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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