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를 생각하면 새까만 것, 사자를 생각하면 용맹을 생각하듯이 ‘그리스도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그것은 뭘까? 그게 없으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답게 만들어 주는 그것, 사랑이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예수님의 이 사랑은 어떤 사랑이었는가? 이해심이요, 오래 참음이다. 예수님의 사랑 대상, 제자들은 하나 같이 배운 것이 없이 무식했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가르쳐도 도무지 제대로 알아듣는 것이 없었다. 교만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여서, 틈만 나면 자기가 제일이라고 아우성이었다. 인류 구원의 대업을 이룰 예수님의 제자로서는 정말 한심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사랑하셨다.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

복음 성가 중에 이런 찬송이 있다. “사랑의 주님이 날 사랑하듯이 내 모습 이대로 받으셨네 사랑의 주님이 날 사랑하듯이 나도 너를 사랑하며 섬기리.”

사랑의 주님이 날 사랑하시는데 어떻게 사랑하시는가? 나의 장점만 골라가며 사랑하시는가? 아니다, 내 모습 이대로 받으시고, 사랑하셨다. 회개하니 사랑하신 게 아니다. 능력 받으니 사랑하신 게 아니다. 착하니까, 성실하니까 사랑하신 게 아니다. 그저 이 모습 그대로, 부족한 모습 그대로, 죄악에 얼룩진 모습 그대로, 만날 양심과 싸우는 내 모습 그대로, 늘 넘어지는 연약한 모습 그대로, 지금 나의 모습 그대로 나를 받으시고 사랑하셨다.

그러니 나도 이제 내 남편을, 아내를, 자녀를, 부모를 그렇게 사랑해야 하지 않는가? 현재의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해야 하지 않는가? 목사를, 장로를, 권사를, 집사를, 교사를, 찬양대원을, 교우들을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해야 하지 않는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제 우리는 꼼짝없이 이런 사랑을 해야만 주님의 사랑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님이 내 모습 이대로 사랑하신 것 같이, 그 사랑에 목숨을 거신 것 같이 우리도 주님을 그리 사랑하고, 가족과 교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 조건, 상황보고 사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