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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정치] 국회는 풀리고 청와대는 꼬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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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국회 정상화 시동 거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어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회 정상화 논의의 최대 걸림돌이 돼온 가축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자, 우선 가축법 개정이 무엇인지 설명해드려야겠다. 야당은 ‘한나라당이 이걸 받아줘야 국회에 들어간다’고 했다. 뭘 개정하자고 하기에 한 달째 막혀있는 정국의 최대 걸림돌이 됐을까. 야당안대로만 통과되면 사실 재협상 이런 거 할 필요가 없다.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살코기만 들어오게, 고시보다 상위법인 국내법으로 아예 못 박는다. 게다가 검역주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까지 한나라당이 합의해준 것 같지는 않다.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법안 내용을 일부 손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한나라당의 입장이 많이 진전됐다. 한나라당은 이것 말고도,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의원 자유 투표를 허용했다. 그것 외에 제한적 가축법 개정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 말고도 쇠고기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안. 또 법사위원장 자리를 통합민주당 쪽에 양보하는 안을 제시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오늘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을 즐기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앞장서 국정을 구해야겠다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거듭 '등원' 주장을 폈다. 이런 손학규 대표의 입장에 대해 다른 의원들도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다시 이야기해 "100%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차선책이라도 수용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원하라’는 목소리는 높아가는 데 계속 장외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 체면을 살려준 상황이라면 이참에 못 이기는 척 들어가자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한 달을 넘긴 국회 공전사태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해결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청와대 “삑삑 꼬였네”
국회가 어느 정도 매듭을 풀어가는 분위기인데, 청와대는 점점 더 꼬여가는 상황에 답답해하는 분위기이다.
애초에 청와대는 촛불이 사그라질 것이라고 봤다. 그 근거는 세 가지였다. △ 지지율이 소폭으로나마 오름세로 돌아섰고, △ 촛불집회 인원이 줄어들고 있고 시위 양상도 변질됐다는 평가가 힘을 얻을 것이라 보고 있고, △ MBC ‘PD수첩’의 번역 논란으로 광우병 우려가 축소될 것이란 점이었다.
그러나 양상은 청와대의 기대대로 흐르지 않고 있다. △ 지지율은 20% 턱걸이를 유지하며 약세로 돌아서고 있는데다 한나라당마저 지지율이 추락하는 추세이고, △ 지난 토요일 촛불집회는 6월 10일 이후 최대 규모로 돌아섰고 시위의 폭력성을 걱정하는 여론 못지않게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여론 또한 높다는 점. △ MBC ‘PD수첩’ 논란이 번지기도 전에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됐고,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담긴 소가 유통돼 논란을 야기한 점 때문이다.
게다가 그놈의 장마는 왜 이렇게 찔끔찔끔 비를 뿌리는지 하늘이 야속할 따름이다.
그러나 초강경 자세로 밀고 가기로 했다. 청와대는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 이번 주부터 엄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청와대의 엄명 이후 검찰과 경찰은 복창하며 진압봉을 곧추 세우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엄포에 촛불이 수그러들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가 금주에 잇따라 서울광장에서 시국미사, 시국기도회, 시국법회의 이름으로 사실상의 시국집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행 집시법으론 종교계의 시국집회를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종교지도자들을 강력 진압할 경우 신자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고, 이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늘은 천주교, 목요일은 개신교, 금요일은 불교계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 그래서 경찰은 순수 종교집회는 보장하겠지만 거리행진은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 역시 모레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반정부 세력들이 5일까지는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엄단을 얘기하고 있지만 엄단 외에는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보수언론은 한 목소리로 ‘공권력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데, 공권력의 신뢰 회복을 힘의 논리로 실현하려 한다면 더 큰 저항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계를 상대로 한 설득 또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열쇠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이다.
■ 한나라당, 민주당 전당대회 판세
돌아오는 목요일과 다음 일요일에 한나라당 당 대표를 뽑는데, 판세가 나왔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는 투표권자인 두 당의 대의원들을 상대로 각각 여론조사를 실시해 표심을 살펴봤다. 여론조사는 학술단체인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담당했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무작위로 추출한 두 당의 대의원 700명씩을 상대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7%p다.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박희태 후보를 가장 적합한 한나라당 대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3.7%의 응답을 얻어 21.7%를 얻은 정몽준 후보를 12.0% 포인트 앞질렀다. 당내 지도력, 화합의 능력 역시 박희태 후보가 앞섰다. 전당대회 방식 즉 1인2표제에 따른 투표 의사를 묻는 조사에서도 박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희태 후보는 23.6%를 얻어 18.9%를 얻은 정 후보를 4.7% 포인트 앞선 것이다. 그런데 오차범위 안이다.
통합민주당은 정세균 후보의 압도적 우위로 나타났다. '대표 적합도' 항목에서 정세균 후보가 42.6%를 얻어, 21.1%의 추미애 후보와 15.7%의 정대철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정세균 후보는 적합도 뿐 아니라 당내 지도력, 정책 대안 제시 능력, 당내 화합과 여러 세력 통합 능력 모두 2위 후보를 2배가 넘는 차이로 눌렀다. 다만, "여당인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항목에서, 정세균 후보는 39.0%, 추미애 후보는 25.6%를 차지해, 다른 항목에 비해 1~2위 격차가 적었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후보 단일화다. 만약 추미애 정대철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일단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추미애·정대철 후보의 적합도 합계는 36.8%이다. 둘 합쳐도 정세균 후보의 적합도인 42.6%에 5.8%포인트 뒤지는 것이다. 그러나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 이게 마지막 변수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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