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영은이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영은이가 중 1 때 수련회에 가서 기도하며 많이 울었습니다.
선생님이 그걸 나중에 아빠에게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서 아빠가 집에서 영은이게 물었습니다.
“수련회 어땠니?” “응, 좋았어.”
아빠가 계속 묻습니다.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기도 중에 네가 많이 울었다던데?”
영은이 대답, “응, 기도하는데, 갑자기 예수님이 불쌍해지시는 거야.
그래서 울었어.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옆에 있는 오빠를 보니,
오빠(고1)는 친구하고 장난치고 있었어.
그걸 보니 예수님이 더 불쌍해지더라. 그래서 더 울었어.“

나는 이 이야기를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갑자기 불쌍해지더랍니다.
그래서 기도 중에 울었고,
옆을 보니 마땅히 함께 기도해야 할 사람이 장난치고 있어
그걸 보고 예수님이 더 불쌍해서 울었답니다.

조금 불경건한 표현 같지만, 그래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요즘, 예수님이 불쌍해 보입니다.
나같은 것을 당신의 종이라고 여전히 기대를 갖고 계시는 그 모습에
감사하면서도 예수님이 너무 불쌍해 보입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이들을 성도라 믿고 여전히 기다리는 그 모습에
예수님이 불쌍해 보입니다.
기도해야 할 때가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맘으로만 해야지 해야지 하며 그 시간에 무릎 꿇지 못하는
겟세마네의 그 연약한, 오죽했으면 맘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말을 들으면서도
그걸 핑계로 아직까지도 세상 잠에 취해 있는 이들을 볼 때 예수님이 넘 불쌍해 보이십니다.

새벽기도 끝나고 목양실에 앉았는데
갑자기 영은이의 말이 생각나며 예수님이 불쌍해 보이십니다.
그래서 한바탕 울었습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