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9:28-36

[눅] 9:28 이 말씀을 하신 후 팔 일쯤 되어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사
[눅] 9:29 기도하실 때에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나더라
[눅] 9:30 문득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말하니 이는 모세와 엘리야라
[눅] 9:31 영광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할새
[눅] 9:32 베드로와 및 함께 있는 자들이 깊이 졸다가 온전히 깨어나 예수의 영광과 및 함께 선 두 사람을 보더니
[눅] 9:33 두 사람이 떠날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여짜오되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되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
[눅] 9:34 이 말 할 즈음에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는지라 구름 속으로 들어갈 때에 그들이 무서워하더니
[눅] 9:35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되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고
[눅] 9:36 소리가 그치매 오직 예수만 보이더라 제자들이 잠잠하여 그 본 것을 무엇이든지 그 때에는 아무에게도 이르지 아니하니라


1. 어느 목사님이 하는 말입니다. 자기 교회 교우들은 늘 자신의 심방을 즐거워하고, 자신의 설교는 언제나 그들의 삶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믿었답니다. 그런데 한 사건이 이런 자신을 몽상에서 깨어나게 했답니다.

어느 날 하루 종일 심방 하고 교회로 돌아가는 길에 늘 교회에 충성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자신을 뿌듯하게 격려하는 집사님 댁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설교 말씀은 언제나 은혜스러워요. 저는 목사님이 기름통을 이고 불속에 뛰어들라해도 순종할거예요.”하며 열심이 남다르던 집사님이었습니다.

그 집 앞을 지나치려는 순간, 마침 그 집 꼬마가 대문에서 엄마가 늘 그처럼 존경하고, 사랑한다던 목사님이 그냥 지나치려는 것을 보고 반가워서 안을 향해 “엄마, 엄마! 목사님 오셔.”하고 소릴 질렀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그 집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아직 목사가 멀리서 오고 있는 줄 알았는지 다급하게 소리를 죽여 이러더랍니다. “쉬, 얘 수호야, 못 본 척 해. 그냥 지나치시게 내버려둬.”

목사님은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답니다. 아니 이럴 수가? 그래서 목사님은 오기가 생겨서 일부러 그 집 대문을 열고 ‘집사님!’하고 들어갔답니다. 그러자 그 집사님이 뛰쳐나오면서 “어머나, 목사님, 어서 오세요.”하고 호들갑을 떨며 반가워하는데 왠지 섬뜩했답니다.

안상순 시인의 ‘드러내놓아’란 시가 있습니다.

"드러내놓아
전혀 거리낌 없는 삶을 살게 하소서
등 돌려
다른 혀 놀리지 않게 하시고
뒤에서
한 손가락 들어 가리키지 않게 하소서

나의 속을 꺼내놓아
이미 표현된 나와
꼭 같게 하시고
나의 주님께서
아픈 가슴을
아픈 마음으로 피 빛
땀을 쏟으신 것처럼
아프면 아픈 대로
무릎 꿇어 두 손 모으게 하시고
기쁘면 기쁜 대로
두 손 들어 찬양케 하소서

주님
드러내놓아
전혀 거리낌 없게 하소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아, 주님 영광 가릴 때가 많아 참으로 고민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엉뚱하게도 은혜를 받았다는 사람들 중에 이런 이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은혜는 은혜고 현실은 현실이란 자세로 살아갑니다.


2. 오늘 본문은 아주 신비한 체험을 하는 제자들의 이야기입니다.

28절, “이 말씀을 하신 후 팔일 쯤 되어”라고 하는데, 무슨 말씀을 하신 후일까요? 바로 그 직전의 구절 27절,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를 볼 자들도 있느니라.” 그러니까 하나님의 나라를 볼 자들도 있느니라 하신 그 후, 팔일 쯤 되어란 뜻입니다.

이 때 예수님은 3제자, 베드로, 요한,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이 산은 어느 산일까요? 마태와 마가는 ‘높은 산’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어느 산일까요?

16세기까지 이 산은 갈릴리에 있는 해발 540m의 다볼산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 산 정상에는 지금도 기념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이 산이 북방에 있는 해발 1,200m의 헬몬산이라고 여깁니다.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갈릴리호수의 물이 여기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 산꼭대기까지 예수님과 세 제자가 기도하러 올라갔습니다. 힘들게 올라가서는 누가 기도합니까? 정작 기도에 힘써야 할 제자들은 깊이 졸고, 예수님만 기도하십니다. 그런데 그 순간, 신비한 역사가 일어납니다.

“기도하실 때에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나더라.”

예수님의 신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본질적으로 인간과 다른 하나님의 영광을 그대로 보여주는 신성의 현현(顯現) 장면입니다.

“문득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말하니 이는 모세와 엘리야라. 영광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할 새”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답니다. 왜 모세이고, 왜 엘리야입니까? 모세는 율법을 받아 전해준 이로, 율법을 대표하고, 엘리야는 수많은 능력과 기적을 행했던 최고의 선지자로 예언을 대표합니다. 우리가 지금 말하는 ‘구약 성경’이란 말은 ‘신약 성경’ 생긴 뒤에 나온 말이고, ‘신약 성경’이 나오기 전, 예수님 당시에는 구약 성경을 뭐라 불렀는가 하면, ‘모세와 엘리야’, ‘율법과 선지서’, ‘모세와 선지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모세와 엘리야는 구약의 최고봉에 있는 두 인물이 나타났다는 것이고, 이 두 사람이 말했다는 것은 구약성경이 예수님을 증언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예수님과 더불어 무엇을 말했다고 합니까? 장차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했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돌발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구약 성경에 예언된 하나님의 계획, 역사였습니다. 이것을 예수님께 재확인시키셨다는 뜻인데, 그만큼 예수님은 표현 안 하셨지만, 십자가 사건이 마음에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저 천국에서도 그런 예수님이 안쓰러워 모세와 엘리야를 보내 위로, 격려케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때, 깊이 졸던 제자들이 퍼뜩 깨었습니다. 그리곤 그 장면을 목도하며 잠이 다 달아났는데, 얼마나 그 장면, 그 순간이 좋았던지 이렇게 말합니다.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되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

기념관 셋을 짓고 거기서 살자는 것입니다. 골치 아픈 저 세상 일은 잊어버리고 그저 여기서 평생 주님 섬기며 살고프니, 여기에 집 짓고 여기서 삽시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실은 자기가 무슨 말 하는 지도 모르고 그랬답니다. 그 의미도 깨닫지 못하고 그저 평상시 생각대로, 평상시 입버릇대로 그랬답니다.

그랬겠죠. 이 체험이 어떤 체험입니까?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하나님 나라 체험’입니다. ‘천국 체험’입니다. 그만큼 좋았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천국을 체험했다니 그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어느 할머니가 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기막힌 곳이라고 설교하는 목사님께 그랬다죠? ‘목사님은 천국에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좋은 것을 아세요?’ 참 똑똑하지만 좀 얄미운 할머니입니다. 그래서 목사님이 그랬답니다. “할머니, 아직까지 천국에 간 사람 중에 천국이 싫다고 되돌아온 사람이 없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이렇게 좋은 천국을 경험했으니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겠습니까? 천년만년 거기 살고프지. 가족이야 어찌되든, 산 밑의 친구들이야 어찌되든 자기는 천국에 있으니 그냥 거기 눌러 앉고 살고픈 거죠.

제자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자,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이 말 할 즈음에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는지라. 구름 속으로 들어갈 때에 그들이 무서워하더니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되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그리곤 제 정신이 들어 살펴보니 오직 예수님만 보였습니다.

그 예수님께서 뭐라 하셨습니까? 뭐라 하셨기에 그의 말을 들으라는 것입니까? 이상하게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다만 오늘 본문을 잇는 37절의 말씀, “이튿날 산에서 내려오시니 큰 무리가 맞을 새”합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씀을 구체적으로 하셨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기가 좋사오니, 이 좋은 천국 같은데서 우리끼리 삽시다’하던 제자들과 함께 그 다음날 바로 산에서 내려오셨답니다. 이튿날이라고 하니 밤새 천국 체험하고 바로 몇 시간 뒤에 ‘우리끼리 여기 있자’고 하는 제자들을 데리고 산 밑으로 내려오신 것입니다.


3. 신학생 시절에 기도원을 찾아다니며 기도 훈련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동두천 어느 기도원에서 산 기도를 할 때, 어떤 이를 만났는데, 그 분은 그 기도원에서 5년째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가족이 다 있음에도 이곳에서 은혜 받고 그곳에서 늘 기도하며 산다고 자랑 비슷하게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 분이 존경스럽지 않더라구요.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게 무슨 짓입니까? 그렇게까지 기도해서 뭐 하려고? 삶의 현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삶은 성직자, 교역자들에게 맡기고 일반 신도들은 삶의 현장이 있어야 합니다. 신령하다구요? 무엇 때문에? 도대체 뭣 때문에 신령해야 합니까?

나는 신령하다는 사람들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내 어릴 적 추억에 기도원에서 은혜 받고, 능력 받고 왔다는 어른들은 대부분 무서운 분들이었습니다. 특별히 그 분들의 눈매가 무서웠습니다.

대학생 시절, 우리 과에 미친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언제부터인지 이 녀석이 우릴 보고 자꾸 자기 눈을 쳐다보랍니다. 아니 미친 녀석 눈을 누가 쳐다보는가, 기분 나쁘게. 그래서 안 보면, 죄가 있어서 자기를 똑바로 못 보는 거랍니다. 나중엔 강의 중에 벌떡 일어나 교수님 보고도 자기 눈을 똑 바로 보랍니다. 교수님이 거들떠보지도 않으니까 교수가 그렇게 죄가 많아서 되겠느냐고 되레 야단을 칩니다.

여러분은 영화 장면에서 무서운 장면이 뭡니까? 나는 눈을 감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는 것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가장 거시기합니다. 또는 침대에서 같이 자던 한 사람이 슬그머니 눈을 뜨는 장면, 나는 그런 장면이 좀 섬뜩하더라구요.

아무튼 눈이 제일 무서운데 어릴 적 신령하다는 분들의 눈빛엔 대개 이런 살벌함이 있었습니다. 투시의 은사가 있다나 하면서 꿰뚫어본다고 무섭게 쳐다보곤 했습니다. 눈에서 무슨 신령함, 신비한 힘이 나온다는 식으로 그렇게 째려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다수 말을 함부로 했습니다. 직업도 별로였고, 하는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아무리 신령하고, 아무리 신비롭고, 아무리 어떻다 해도 결국 삶의 현장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엄청난 능력 받고, 어쩌고저쩌고 해도 삶의 현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정상적인 삶, 인정받는 삶, 더 나아가 존경받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한번은 15층 우리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밑에서 잡고 놔주지 않는지 도통 올라오지를 않습니다. 기다리다 은근히 화가 나서 “거 누군지 모르지만 버튼 누르고 있지 마세요!” 하고 소리 치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습니다. 그러려니 속에서 열불이 납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데, 안에 인기척이 나는 걸 봐서 어떤 분이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얼떨결에 따라 올라온 것 같습니다. 문이 열리기에 내가 좀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불편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범인인 듯한 어떤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며, ‘어머나, 교회 가시나 봐요.’합니다.

순간, 내가 성경 찬송가도 안 들었고, 성직자를 뜻하는 로만 칼라도 안 했고, 주일도 아닌 평일인데 이 사람이 어떻게 내가 교회 가는 것을 알까 하는 생각에, ‘아, 내 얼굴에 교회 다니는 사람 표시가 있나보다’ 하여 급히 화난 얼굴을 풀고 나름대로 미소 지으며 “교회 다니시나봐요?”했더니 이 아주머니가 수줍은 듯 그럽니다. “안 다녀요. 그런데 나가게 되면 목사님 교회에 나갈게요.”

아니, 이 사람이 내가 목사인 것을 다 알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내가 엘리베이터 잡고 있지 말라고 신경질 부리며 소리 쳤다면? 어이구, 생각만 해도 ....

그래서 그랬을 것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보면 교회에서 일꾼을 뽑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칭찬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칭찬받는 이! 사회에서, 세상에서 욕먹는 이가 교회의 지도자가 되면 교회에 욕이 됩니다.

어느 집사님이 자기 남편을 오랜 세월 설득하여 마침내 교회에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남편이 교회에 다녀간 날, 저녁에 묻습니다. 오늘 당신네 교회 마당에서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인사를 받는 그 사람이 누구야? ‘아, 박 장로님을 말하는 거야?’ 그러자 남편이 얼굴빛이 달라지며 그러더랍니다. ‘아니, 그런 인간이 장로야? 야, 난 교회 안 다닐란다.’

세상에서, 사회에서 이런 사기꾼 소리를 듣고, 야바위꾼 소리를 듣는 이들이 교회의 지도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선 치졸한 사기꾼 생활을 하면서 교회에 와선 성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선 이런 말씀을 마태복음7장에서 하셨습니다.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7:16,20)

나무는 그 열매를 보아 압니다! 그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지위가 있고, 어떤 체험을 했으며, 어느 종교를 갖고 있느냐, 얼마나 공부를 깊이 많이 했느냐 해도, 그의 삶이 어떤가가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그의 삶이 어떠해야 할까요? 그에게 어떤 삶의 모습이 있어야 할까요? ‘교회는 다니지만 정직해...’가 옳습니까, ‘교회 다니기에 정직해’가 옳습니까? 내 어릴 적, 사회에서 그 사람의 신용을 말할 때 ‘아, 그 사람 교회 다녀’하면 다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예수를 왜 믿습니까? 신비한 체험은 왜 합니까? 능력은 왜 받으려 하십니까? 방언, 예언, 입신, 신유, ... 왜 원하십니까?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 예수의 사람으로 살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요? 요즘 나에게서 정말 예수님이 보이십니까? 나 교회 다녀요 하거나 나 목사예요, 장로예요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가 그리스도인인 것을 까맣게 모르고 사는 것 아닌가요?


4. 오늘 본문을 보면 그 신비한 천국 체험의 현장에서 모세도 엘리야도 사라집니다. 즉 율법도, 말씀도, 능력과 기적도 사라집니다. 그 하늘나라의 신비한 체험 현장, 그곳에는 오직 예수님만이 남습니다. 예수님만이 보입니다.

자다 깨어 놀라운 이 장면을 목격하며 비몽사몽간에 여기가 좋다고, 여기서 살자고 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뭐라 하십니까? 한 말씀도 없으십니다. 그리곤 그냥 산 밑으로 내려가셨습니다. 그 좋고도 신비한, 신령한 산 정상을 버리고 왜 문제 많고 죄악투성이 세상으로, 그 추한 세상으로 내려가셨을까요?

은혜 받고 능력 받고, 권세 있어도 우리들이 살아야 할 곳은 이 세상입니다! 별도의 세상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만 계시는 신비한 산 정상도 문제고, 예수님 없는 세상도 문제입니다. 우리들, 예수님을 만난 이들, 그 신령함과 거룩함을 맛본 이들, 신비한 신앙의 체험을 한 이들은 구체적인 삶의 현장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이 어떻게 사시는 분인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7:21)

아멘 아멘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아버지의 뜻대로 사는 삶의 현장이 있어야 합니다. 기도원에 들어가 십년이고 백년이고 사는 이가 최고 아닙니다. 삶의 현장에서 성실한 삶, 인정받는 삶, 존경받는 삶, 예수님과 동행하며 예수님을 세상에 보여주며 사는 삶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성숙한 성도의 삶입니다. 교회에선 ‘천사(天使)’인데 집에선 ‘전사(戰士)’라면 문제 있습니다.

어느 교회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천국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저것 대답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죽어야 돼요.”

맞습니다. 죽어서 천국 가는 거, 그건 예수님이 알아서 해 주십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그건 주님께서 알아서 챙겨주시는 겁니다. 예수 믿었으면 죽고 나서 천국에 갈까 못 갈까를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야말로 그건 믿음 없는 태도입니다. 천국은 내가 믿은 예수님이 알아서 챙겨주시는 겁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것, 예수 믿고 내가 힘써야 할 것은 뭡니까? 천국이 있다 없다를 논하고, 이상한 소리나 하고, 신비한 체험이나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현장, 그곳에서 예수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성실한 삶으로, 정직한 삶으로, 넓은 용서와 사랑의 삶으로, 늘 기뻐하고 감사하는 생활로 예수님을 모신 사람은 이렇게 여유가 있고, 힘이 있고, 소망이 있고,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국은 삶입니다. 변화산상의 체험, 놀라운 종교적 신비 체험! 그런 체험했다고 구름에 둥둥 떠서 산다? 미친 사람입니다. 우리의 현장은 삶의 현장입니다. 생활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예수님만 보여야 합니다. 예수님만 보여줘야 합니다. 어떻게? 이상한 소리나 하고, 이상한 짓거리를 해서? 천만에! 건강한 삶의 현장, 성실한 삶의 현장, 사랑과 은혜가 충만한 삶의 현장, 하늘 아버지의 뜻대로 사는 삶의 현장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더라구요.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7) 착한 행실, 착한 삶의 현장으로 세상 사람들이 하늘 아버지께 영광 돌리는 역사가 있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