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눈비 때문에 전도를 쉬셨더라’라는 말씀은 없다. 오늘도 나는 전도를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아침 6시 반, 아파트 공터는 눈이 하얗게 쌓였고 그 위를 여전한 눈발이 계속 덮어가고 있었다.

“사모님, 여기는 분당인데요. 노면이 미끄러워 차가 서행을 해야 하므로 오늘은 공부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도해 주신 덕분에 제 일이 잘 풀려가고 있습니다.”

L 형제의 전화를 받고 나선 발길을 돌렸다. 그런 ‘예수께서는 눈비 때문에 전도를 쉬셨더라’라는 말씀이 없다는 점. 이 점이 몸살기운에 편도선조차 녹록치 못한 나에게 계속 암시되고 있는 것이다.

9시 반에 출발하면 10시에 도착하는데 오늘 버스는 40~50분이 지나도 기별이 없다. 운전기사가 식사를 하는지, 아니면 커피를 마시는지 혹은 용변을 보고 있는지 말이다. 4~5대가 지나갔음직한 시간인데 말이다. 간신히 도착했다. 타는 승객마다 불평이 대단했다. 그러나 어쩌겠나. 거북이걸음으로 재촉했는데.

한 정류장에서 하남시 장애인 학교에 가는 귀여운 꼬마가 탔다. 뇌성마비인 듯하다. 특별하게 여겨주는 것에 대해 아이 엄마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라 나는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아이와 나는 눈인사로만 사인을 보냈다. 어린이와 동물은 안다. 큰 소리를 지르며 나를 툭툭 건드리며 창밖의 눈이 온다고 손가락질을 하며 나에게 관심을 표했다. 엄마는 계속 아이를 제지시켰다.

이 즈음 시각장애우의 교회를 세우시겠다는 G 전도사님이 떠올랐다. ‘D-Day50일’이라는 답신을 일전에 받은 바 있었다.

S교회 사모님, 모 권사님, 나 이렇게 3명은 늘 ‘차 마시러 오라’는 앞집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오시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나는 불교를 믿습니다”라며 사전 방어막을 친다. 나는 그 때, 독실한 불교 신자와 접촉할 때면 항상 꺼내는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저의 외가는 인조반정 때 삼족이 멸망하는 화를 당했으나 치악산 스님이 애기 하나를 숨겨 훗날 그 사람으로 인해 씨족이 퍼져 우리 외가가 생겼답니다. 외할아버지 5형제분이 다 단명하셨는데 그 중 셋째 할머니가 선교사집에 식모를 하시는 바람에 온 가족이 예수를 믿게 되었고 의사 며느리도 보게 되어 50년 전 그 가정은 이미 자가용을 2대나 굴릴 정도로 물질의 복을 받았답니다. 그 다음 예수를 믿은 집안이 우리 집인데 많은 고생 끝에 이제는 영육 간에 복을 받았습니다.”

다분히 구약적인 복의 원리만을 늘어놓았다. 다시 한 번 놀러 오라는 인사가 있었으니 그때는 집중적으로 복음의 정수를 맛보게 해드려야 할 것 같다.

* 덕풍시장에 이어 우리는 신장시장으로 이동했다. 덕풍시장은 5일 장으로 5일마다 흥청대지만 신장시장은 여러 상점이 늘어선 짜임새 있는 재래시장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시장 안에서 옷 수선을 하는 노 부부. 가게도 둘이다. 모 대학 정외과를 나오셨다는 키가 구척인 80세 집사님. 꿀이 나오는 풍선껌을 하나씩 떼어 주시면 우호적이라는 사인이란다. 이 멋진 분에게 언제나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 권사직을 한사코 사양하셔서 집사로 불리는 임 집사님. 자주 산기도도 다녀오신다는데 수선 가게에서 우리는 보혈찬송을 몇 곡이나 부르고 딤전 6장 13-16절 말씀을 나눴다.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참으로 S교회는 재원이 풍부한 교회다.

* O성도님, 시댁이 유교 가정인데다 오늘이 시할머니 장례식이란다. 꼬마 둘을 키우고 있고 홀몸이 아닌 터라 집에 남아 있는 중. 믿는 가정에서 자라나 비신앙 가정으로 시집와 제사가 늘 걱정되었는데 남편이 적극 보호해주는 바람에 큰 어려움은 없으며 애들이나 본인이 교회 가는 것을 밀어 주고 있다고 함. 주일 성수에 대하여 강조했음.

* 미용실을 한다는 권사님의 28살 된 아들. 나의 헤어스타일을 내어 맡기고 덕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풀빵으로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풀빵을 만들어 굽는 분은 중도에 믿음을 그만 둔 분. 그의 믿음을 돌이키고자 말을 건넸다.

하루 종일 내리는 눈은 그칠 줄 모른다. 돌아와서는 제복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리고 하늘이 주는 깃털 같은 가벼움을 전하고자 몇 자 쓰는 중인데……. 자꾸만 글자가 날아간다. 통신사의 문제인가? 샤워하고 젖은 머리에 스타일링 세럼을 바르고 찍찍이를 붙이고…….

주님께서 내일 전도도 문을 열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