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간(주일을 제외한)의 십자가를 명상하고 경건과 절제로 자신을 세우는 절기로 종려주일과 고난주간, 그리고 성금요일을 지나 부활주일 전날까지 계속되는 절기입니다. 전통적으로 이 기간 동안은 열락(悅樂)을 피하고, 기름진 음식(肉食)을 먹지 않으며 몸과 마음을 조심하면서 주님의 십자가를 따라가는 마음으로 지킵니다. 초대교회 시대는 이 절기를 세례를 위한 준비의 기회로 삼기도 하였고 헤이해진 자신의 믿음을 다시 세우는 기회로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신실한 성도들 중에는 이 기간 동안에 금식하며 스스로 십자가의 주님의 고난을 체험하기 위한 고행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사순절 기간은 우리의 믿음을 바로 세우기에 가장 좋은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실한 믿음의 사람들은 본래 주님으로 인해 자신이 받을 영광보다는 자신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에 힘씁니다. 부활의 영광을 위하여 기꺼이 십자가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사순절은 수요일부터 시작합니다. 전통적으로 수요일은 금요일과 함께 금식하는 날로 지켜왔습니다. 금식은 자신의 생명을 주님께 드린다는 영적의미를 가집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자신의 몸을 주셨으니 우리 또한 주님께 생명을 드린다는 결의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을 ‘성회수요일’ 혹은 ‘재의수요일’이라고 합니다. ‘참회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초대교회에서는 이날에 회개를 선포하고 지난 해 종려주일에 흔들었던 종려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머리에 뿌리며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으며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재(灰)는 회개를 의미했고(요나 3:6) 인간의 허무(시 90:3)와 인간의 겸비함을(창 18:27)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깊은 회개로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의 욕망을 절제하고 삶으로 경건을 회복하는 때이며 겸손히 그리스도를 닮고, 배우며 동행하는 신앙회복의 계절입니다.

특히 생명의 소생과 약동의 계절인 봄에 지켜지는 사순절은 주님을 향한 우리의 고난과 헌신이 죽음이 아니라 삶을 의미하며 고난의 언덕을 넘어 찬란히 떠오르는 부활 영광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회색빛으로 죽은 듯 숨죽였던 새싹들이 피어올라 생명의 능력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소생하는 봄의 소망이 숨죽인 고난의 터널을 지나 약동하는 생명의 능력으로 살아남을 보여 줍니다. 우리 기독교 신앙은 고난과 죽음으로 끝나는 종교가 아니라 고난의 언덕을 넘어 찬란한 생명으로 거듭나는 종교입니다. 죄에 대한 죽음은 의에 대하여 다시 살기 위함이고 십자가는 무덤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무덤을 넘어 생명의 소생에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사순절에는 우리 모두 낮아짐으로 높아지고, 죽음으로 더 큰 생명을 얻는 진리를 깊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당당히 서기 위하여 더 겸손히 무릎 꿇고, 더 높이 서기 위하여 더 낮아지는 신앙적 경지(境地)를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내 뜻을 내려놓고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내 영광을 양보하는 신앙의 성숙을 경험하는 계절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부활의 아침에 부활의 영광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이라도 자신을 깊이 성찰(省察)하고, 내 욕심을 접고, 하나님의 비전(Vision)에 순종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잘못을 뉘우치는 겸허한 슬픔과 더 온전하기 위한 거룩한 몸부림으로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 사랑에 눈을 뜨고 십자가 앞에 겸손하며 죽어서 사는 진리를 삶에서 보여주는 생명의 전달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순절은 고난을 향해 나아가는 계절이 아닙니다. 고난을 넘어 부활과 영원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계절입니다. 십자가로 넘어지는 계절이 아니라 십자가로 승리하는 계절입니다. 십자가로 주눅이 드는 계절이 아니라 십자가로 당당해 지는 계절입니다. 당장 거두지 못하지만 그러나 풍성히 거둘 그날의 기쁨을 생각하며 씨를 뿌리는 계절입니다. 사순절을 부활을 향해 나아가는 계절입니다. 부활의 아침을 바라보며 캄캄한 어두움을 이기는 계절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