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중단됐던 대북심리전이 재개됐다. 작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300만장의 전단을 북에 날려 보냈다. 군은 전단과 더불어 즉석법 같은 물품을 같이 보내면서 '대한민국 국군입니다. 먹어도 안전합니다'라는 문구를 써넣었다고 한다. 군은 조만간 이집트와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 내용을 소개하며 "세습정권, 독재정권은 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새로 제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꼭 총탄이 오가야만 전쟁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총성없는 전쟁, 바로 심리전 아니겠나. 심리전은 상대국가 병사 또는 주민의 마음을 다독여 그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혹은 탄압하는 정권의 진짜 모습을 알려줌으로써 전의(戰意)를 떨어뜨려 이쪽의 승리를 돕는 수단이다. 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대국 병사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이쪽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국 내부의 이반(離反)세력의 이름을 빌리는 것은 심리전의 초보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 군은 “우리가 심리전하고 있소”하고 있는 양상이 됐다. 세계 대부분 군대는 심리전 전담 조직을 따로 두고 심리전을 수행하지만 우리 군처럼 이런 사실을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 이번 경우처럼 대한민국 국군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심리전의 대상인 인민군 병사와 이북주민들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갖게 돼 목표 달성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1960년대부터 체제경쟁이 한창이던 때 북한은 바람에 띄우거나 남파간첩을 통해 삐라를 뿌렸다. 그거, 신고하지 않고 소지하다가 걸리면 참 곤란했지? 하지만 발견 즉시 파출소에 주워다 주면 학용품으로 바꿔 주기도 했다. 슬쩍 내용을 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체제 선전에서부터 요즘의 음란물에 가까운 '대통령의 사생활'따위의 만화까지 있었다.

'사면초가(四面楚歌)' 고사는 심리전의 고전적 사례다. 초나라왕 항우가 쫓기는 신세였다. 한나라왕 유방의 장수 한신에게 말이다. 그러다 포위됐다. 이런 와중에 돌연 사방에서 고향노래가 들린다. 수년간 전쟁터를 떠돌던 군사들이 동요해 눈물을 흘리며 앞다퉈 진영을 탈출했다. 유방의 책사 장양의 술책이었다. 결국 애첩에 이어 항우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이로써 5년에 걸친 초한전쟁은 막을 내렸다.

비단 다른 나라 군대에 대해서만 심리전을 벌이는 게 아니다. 13세기 세계를 주름잡은 칭기즈칸은 자신의 군사들에게 ‘신(神)의 군대’란 자부심을 불어넣었다. ‘너희들은 신의 뜻을 수행하는 하늘의 군대다’ 이러며 용감무쌍하게 싸우도록 독려한 것이다. 현대전에 이르러서는 전자매체가 심리전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쓰였다. 베트남전쟁 당시 감미로운 목소리로 "남의 나라에서 의미 없는 전쟁을 하는 미군 여러분, 걱정하는 가족 품으로 어서 돌아가세요"라며 전의를 꺾었던 '하노이 한나'는, 참전한 미군 중에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다.

요즘엔 심리전에도 화학무기가 동원된다고 한다. 통상 화학무기는 살상의 용도로 활용되지 않나? 그런데 심리전에 이용된다는 것이다. 이게 뭐냐. 10년 전, 미국이 심리전을 전개하기 위해 ‘게이폭탄(Gay Bomb)’이 그렇다. 게이폭탄의 원리는 간단하다. 적 병사들이 동료 벙사에 대해 동성애를 느끼도록 자극하는 화학무기이다. 이 폭탄에 맞으면 병사들끼리 사랑에 빠져 군기가 문란해지고 전투 의욕을 잃게 한다는 것이다. 교전지역에 잘못 터뜨려 아군 적군이 모두 이 화학무기에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총을 놓고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무기개발자들이 그런 ‘부작용’까지 고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북 심리전방송을 FM에서 AM 방식으로 전환하고, 라디오를 살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폐쇄된 사회에 있는 북한 주민에게 외부의 소식을 전함으로써 바른 정보를 전한다는 것이다. 목적은? 서독의 대동독 방송이 가져다 준 결과물을 떠올리면 된다. 이것이 동독인들의 의식 변화와 민중봉기의 촉매제였다는 것.

걱정은 이러다가 북한 도발의 또다른 빌미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북한 주민에게 전단과 물품을 풍선에 띄워 보내는 운동을 전개하는 이민복 씨가 한 말이 있다. “지금 북한이 임진각이라는 구체적인 지점을 지목하고 타격을 공언했다. 허투루 들을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게다가 지금은 민간단체가 아니라 군이 보내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보내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군의 이런 심리전 방식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만 북한으로서는 남한 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우리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적인 동시에,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함께 얘기해야 하는 대화 상대이다. 그래서 많은 언론은 상대에 대한 심리전을 더욱 치밀한 분석을 토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 정세는 물론 한반도 내부 상황조차 어두운 북 주민들에게 효율성 떨어지는 방식의 심리전을 펴다간 오히려 반감만 부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