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30일, 시각장애인 초·중·고교 과정 교육기관인 부산맹학교 시각장애인 부모회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실로암안과병원(원장 김선태 목사)을 찾아 기부금 2500만 원을 전달했다. 병원 진료실 한 개를 새로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발단은 이달 7일 부산 동래 부산맹학교를 찾은 김선태 목사의 강의였다. <조선일보>와 인터뷰 한 강영희 부모회 회장은 "목사님 강의를 듣고 감동을 받아 실로암안과병원에 기금을 전하는 것이 결국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선태 목사는 "제가 열 살 때 6·25전쟁 중 포탄 파편을 맞아 실명한 후 부산에서 거지 생활을 하다가 교육을 받게 된 곳이 부산맹학교였다"면서 "우리 후배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데 오히려 어머니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니 어떻게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86년 개원한 실로암안과병원은 지금까지 50만여명에게 무료 안과 진료를 했고, 3만5000여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개안(開眼)수술을 했다.

김선태 원장은 60년 전 아홉 살의 나이에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두 눈까지 잃었다. 친척에게 버림받고 건강과 재산을 다 잃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고 이제는 사회의 어두운 곳을 어루만지는 참된 목회자가 됐다. '남자 헬렌 켈러'라는 별명은 그가 겪은 고난과 역경의 깊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준다.

한 사람의 한쪽 눈(단안)에 빛을 찾아주는 데는 30만원, 두 눈에는 60만원이 든다. 병원 재정은 빠듯하지만 김 원장은 농어촌과 벽지, 해외에까지 무료 수술을 확대할 예정이다.

헌신과 봉사의 사도,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소망을 주는 김선태 목사의 명상록, 남 위해 사는 삶이 무엇이고, 그 삶의 결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