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에 즐겨 읽었던 시 중에 칼 부쉐가 쓴 “산 너머 저쪽”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산 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 행복이 있다 하길래/ 벗 따라 찾아갔다가 눈물만 흘리고 돌아 왔네/ 아 산 너머 저쪽 하늘 더 멀리 행복이 있다 하건만.” 시인은 이 짧은 시에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아주 작은 것에서 감사할 줄 아는 맑은 마음과 가난한 마음이 있는 곳에 행복의 파랑새가 날아옵니다.


김인수 시인이 쓴 “차 한 잔과 인생”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한약만큼이나/ 쓴/ 작설차 향기를 음미하며/ 아침나절의 외로움을 마신다/ (중략) 찻잔 속/ 일렁이는 자아의 기억 저편을 회상하며/ 질긴 눈빛은/ 가을 잎새마다 흔적을 남기고// 담장너머/ 까치발로 서있는 해바라기의/ 곧은 사랑으로/ 오늘을 살고 싶다// 일평생 사는 동안/ 나의 숨 지킨 주님/ 이제/ 아왜나무 잎새에 맺힌 이슬처럼/ 보석처럼 찬란한 아침으로 살고 싶다.” 이 시에서 우리는 차 한 잔 마시면서 조용히 행복을 만끽하는 시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 잔의 차를 통해 이렇게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입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파랑새를 잡으려고 산 넘어 먼 길을 떠납니다. 그러나 파랑새를 잡았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멀리 떠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고급호텔에서 산해진미를 맛볼지라도 만족과 감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행복의 파랑새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행복의 파랑새는 감사할 때 찾아옵니다. 감사는 행복의 기초요 결과입니다. 감사의 크기에 따라 행복의 크기가 결정됩니다. 감사는 우리 안의 즐거움을 증폭시켜 줍니다. 감사하면 할수록 우리 안의 즐거움이 커집니다. 감사할 때 우울증이 물러나고, 모든 병마가 물러납니다. 감사는 암세포도 죽이는 굉장한 힘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감사는 최고의 항암제요, 해독제요, 방부제입니다.


또한 감사는 신앙생활의 꽃입니다. 신앙생활의 최고의 경지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감사할 줄 아는 자세가 영적 건강의 척도입니다. 아이작 왈턴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은 두 곳인데 하나는 천국이요, 다른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라고 했습니다. 감사하는 곳에 하나님이 거하시면서 감사하는 자에게 또 다른 감사거리를 주십니다. 감사를 통해 또 다른 감사를 맛보고 누리는 삶이 우리 신앙 생활의 아름다운 꽃이요 열매가 되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결실의 계절가을에 우리가 맺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열매는 감사의 열매입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은 없습니다. 감사를 모르는 사람은 삶이 늘 어둡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누리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웃에게 감사합니다. 그러나 불행한 사람은 자기가 누리는 모든 것에 대해 불평합니다. 하나님께 불평하고 이웃에게 불평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부모의 자세 여부에 따라 하나님께 감사하는 자녀가 나오기도 하고, 하나님께 감사할 줄 모르는 자녀가 나오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하나님께 감사할 줄 모르는 자녀는 뱀의 이빨보다 더 날카롭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할 줄 모르는 자녀를 둔 부모보다 더 불행한 삶이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감사함으로 받을 것인가?”에 행복의 열쇠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감사의 조건에도 감사하지만, 감사할 조건이 없어 보이는 때도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와 은총을 찾아서 감사해야 합니다. 아빌라의 테레사는 “감사할 조건이 있을 때 하는 수천 번의 감사보다 감사할 조건이 없어 보이는, 고난 가운데 드리는 한 번의 감사가 더 값지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영성을 가늠하는 기준은 “우리가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어떤 형편에서까지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형편에서도 개의치 않고, 심지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할 때 하나님이 감동하십니다. 하나님이 그러한 자녀를 주목하시고 그의 길을 인도해 주십니다. 그리하여 늘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십니다. 이것이 감사의 능력입니다.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