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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 신문 브리핑] 2008년 4월 10일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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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조간브리핑은 어제 있었던 총선 결과를 중심으로 꾸며보겠다. 투표율이 너무 낮았다.
사실 어느 선거든 결과가 나오면 투표율을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전체 평균 46%. 보궐선거도 아니고 국회의원 총선거인데 이 정도다. 자, 그렇다면 51%로 당선된 후보는 100명 중에 23명에게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는 거 아닌가?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선거 결과가 끝나면 으레 진 정당이 ‘반성하고 새 출발하겠다’고 밝히지? 투표 참여 안 하신 분들부터 이래야 할 것 같다. 최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의 가치가 산다.
● 이제 총선 출구조사는 못 믿을 것 같다.
어제 제가 늦은 밤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는데,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이런 말 하는 것을 들었다. “출구조사를 하면, 야당 찍은 분들은 야당 찍었다는 표시 잘 안 합니다. 야당 찍어놓고도 여당 찍었다고 해요. 늘 그랬어요.”라고 말이지.
역대 출구조사를 보더라도 다 틀렸다. 1996년 15대 총선 때는 여당인 신한국당이 175석 얻는다 했지만 실제로는 139석,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원내 1당 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당,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80석 이상 얻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52석. 어제도 마찬가지로 여당인 한나라당이 최고 200석에 육박한다 했지만 결과는 153석이었다.
● 한나라당으로서는 잔뜩 기대했을텐데...
그렇다. 168석만 넘기를 기대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국회 전체는 물론 모든 상임위원회에서도 다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153석이다. 지난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얻은 의석 정도이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따르는 인사들 가운데 30명이 한나라당 당적으로 당선됐다. 그러니까 친 이명박 대통령 계열의 의원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130여명 정도이다. 일전에 친 이명박 대통령 계열 인사가 “박근혜 전 대표 따르는 25명을 포함해 175명이 돼야 실질적인 과반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153석은 실질적인 과반실패라 할 수 있을까?
● 이러면 대운하 추진은 거의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박근혜 전 대표는 대운하 절대 반대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표 뿐인가.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은 물론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그 어떤 당도 대운하에 대해서 절대 반대입장이다. 게다가 여론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또 어제 친박 성향이 아닌 의원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의원도 “국민의 뜻을 져버리고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대운하 추진을 목놓아 부르짖었던 의원들 상당수가 낙선했다.
● 이재오, 이방호 의원같은 분들을 말하는 것이지?
그렇다. 이재오 의원 같은 경우 “사람들이 다 반대하고 나혼자라도 대운하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본인 지역구에 연고가 없는 군소정당 후보에게 맥없이 지고 말았다.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사무부총장이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친 이명박 브레인으로 통하는 박형준, 김희정 의원마저 낙선됐다. 한 달 전만 해도 누가 이들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나.
●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결국 박근혜 전 대표라 하겠지?
그렇다. ‘철의 승부사’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한나라당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영남은 한나라당의 본고장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의 본고장이 됐다. 공천직후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선전포고를 시작으로, 공천탈락후 출마를 강행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후보들에게 "마음이 찢어진다. 살아서 돌아오라"는 특명을 내리는 등 박 전대표는 사실상 벼랑끝 승부를 택했는데 보란듯이 성공했다. 한나라당 안에서 32명, 한나라당밖에 26명 등 도합 58명에 달하는 친박계 당선자를 배출했다. 게다가 지난해 경선때부터 최근의 공천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궁지로 몰았던 이명박계 핵심측근들이 모두 맥없이 침몰했다. 영남에서는 ‘침몰시켰다’라는 표현도 가능할 것 같다.
● 이 사람들, 모두 한나라당으로 돌아간다는 얘기지?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고민이 클 것이다.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주도권을 자신과 박근혜 전 대표 것 둘로 나눠야 하지 않겠나? 쉽지 않다. 자신이 수족이 돼야 할 여당이 사사건건 권력투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국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간 '대화 시대'가 열리지 않겠나 하는 관측이다. 이상득 부의장은 이재오 의원과는 달리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화에 적극적이다. 어쨌든 압도적 과반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려던 이명박 대통령, 오늘 아침 속이 많이 쓰릴 것이다.
● 민주당은 81석이다. 절반이 날아간 꼴 아닌가?
지난 총선과 비교해 보면 반 이상의 의석이 날아간 셈이다. 하지만 그새 수없는 탈당, 분당이 연속되고, 또 연전연패했던 재보선을 생각한다면, 또 대선에서 큰 격차로 진 것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쨌든 민주당, 큰 위기이다. 중진이 대부분 몰락한 것이다. 당의 간판인 손학규, 정동영 두 사람의 낙선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근본 위기는 어디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결국 ‘차기 지도자감이 없어서 지지하기에 꺼림직하다’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 같다. 3김 시대 이후 또 노무현 대통령 시대 이후에 주자다운 주자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일찌감치 대중 정치인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 서울 강북 같은 경우, 나름대로 민주당의 강세 지역이었는데, 세 군데 빼고 모두 졌지?
그렇다. 박빙의 승부가 많았다. 1~2%차이로 승부가 갈린 배경. 역시 뉴타운이었다. 서울의 경우 뉴타운 등 개발 기대 심리가 막판에 작용하면서 승자와 패자를 갈랐다는 것이다. 강북 개발론 앞에 민주당은 중진이든 초선이든 맥을 못 췄다는 이야기이다. 지표상의 경제 성장 보다는 체감적 살림살이 개선이 민주당에 대한 서민들의 요구였다. 어떻든,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더 한 ‘환골탈태’를 요구하면서도, 80석이라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민주당에게 숙제가 부여됐다.
● 화제의 당선자도 짚어볼까?
이번 총선 최대의 이변지역은 바로 강기갑 후보가 출마한 경남 사천이었다. 여당 사무총장 이방호 후보가 나선 곳인데 여기서 승리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가 많은 울산, 창원에서 강세였는데, 농민들이 더 많은 사천에서 유력 정치인을 밀어냈다는 점은 큰 뉴스다. 또한 여당 실세를 밀어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승리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진보세력의 맏형 김근태 후보를 밀어낸 뉴라이트 출신의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의 선전도 관심을 모았다.
● 화제의 낙선자도 짚어볼까?
이번 총선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다. 이 사람, 다시 봤다. 제주도에 출마한 부상일 한나라당 후보이다. 부상일 후보는 민주당 김우남 후보에게 졌다. 하지만 졌지만 이겼다. 선거기간 동안 김우남 후보가 부친상을 당했다. 그때 부상일 후보는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남의 아픔을 이용해 표 더 얻을 마음 없다며 말이다. 어제 김우남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부상일 후보는 김우남 후보 사무실에 들러 축하했다. 김우남 후보는 자신의 꽃다발을 부상일 후보에게 건넸다. 이런 정치라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은 54%를 다음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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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20 토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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