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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물 위에 둥둥 뜨는 바다, 그런데....
[룩소르에서 다마스쿠스까지 69/56]죽음의 바다와 사라진 여권
2010년 01월 28일 (목) 15:55:54 이승철 시인 seung812@hanmail.net

 
 
   
햇빛가리개 모양이 특이한 해변 풍경
ⓒ 이승철
햇빛가리개


"지평선 가물가물 신기루가 나타나는 그런 사막은 나타나지 않네요?"

예루살렘을 출발하여 해발 0지대를 통과한 우리 일행들은 계속 서쪽을 향하여 달렸다. 처음에는 여전히 내리막길이었다. 그러나 내리막길이 끝난 후에도 사막은 계속되었지만 모래사막은 볼 수 없었다. 대부분 앙상하고 황량한 바위산들이었다.

하긴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를 출발한 이후 수에즈운하를 건너 달려온 시나이반도와 요르단과 시리아, 그리고 이곳 이스라엘 땅에서도 아직 그런 모래사막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사막의 모습이 다양하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사막은 모래폭풍과 모래언덕, 그리고 신기루가 나타날 것 같은 끝없는 모래평원이었다.

그러나 지금 달리고 있는 지역도 전혀 기대했던 그런 풍경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앙상하고 황량하기 짝이 없는 바위산 언덕과 골짜기에서도 사람들은 살고 있었다. 사막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두 종류로 구분되었다. 한 부류의 사람들은 황량한 사막에 적응하여 옛모습으로 대를 이어 살아온 베드윈족 사람들이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사막을 옥토로 일구어 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었다.

"어머! 저쪽 좀 보세요? 또 베드윈 족 마을이에요."

우리 일행들이 그동안 많이 보았던 풍경이었다. 그래서 이제 익숙해질 때가 되었지만 그들이 사는 마을은 여전히 신비로웠다.

"저, 야자나무 숲 좀 보세요? 저긴 유대인들이 농사짓는 키부츠인가 봐요."

이번에 나타난 풍경은 베드윈 마을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유대인들의 키부츠 마을이었다. 그러나 키부츠 마을은 사실 보이지도 않는다. 가지런하게 가꾸어 놓은 대추야자나무들이 가득하게 눈앞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막 길을 한참을 달렸다. 이 사막지대는 서쪽으로 계속 이어져 이집트와 국경이 맞닿은 네게브 사막과 이어졌다. 네게브 사막의 북부에는 모래언덕이 발달해 있었다. 우리들은 남쪽 길을 달렸다.

이 남부지역은 간헐하천인 와디의 침식작용으로 깊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 특수한 지역은 오랜 화산 활동과 침식작용으로 인해 갖가지 기형적인 모양과 색깔을 한 바위산들이 많았다. '네게브' 란 히브리어로 남쪽 또는 황무지라는 뜻이다. 
 

   
나 누군지 알아맞춰 보세요?
ⓒ 이승철
누굴까?
   
해변의 갈대방갈로
ⓒ 이승철
해변, 갈대방갈로

우리들이 탄 버스는 오른편으로 다시 나타난 야자나무 숲을 바라보며 조금 더 달린 후 한적한 바닷가에 다다랐다. 그러나 말이 바닷가지 호수같다. 건너편의 줄기줄기 이어진 산줄기와 이쪽의 언덕 사이에 펼쳐진 바다는 제법 넓어 보이기는 했지만 틀림없이 호수 모양이었다.

"자, 다 왔습니다. 이곳이 바로 일반 바다보다도 398m나 낮은 육지 속의 작은 바다 사해입니다."

가이드의 안내말를 들으며 일행들은 버스에서 내려 바닷가로 나섰다.

"사해는 히브리어로 '얌하 멜락'이라 하는데 염해, 즉 소금바다라는 뜻입니다. 이 바다의 동서 길이는 85km, 폭이 넓은 곳은 17km로 면적은 약 1,015 평방km 정도 된다고 합니다."

가이드의 안내가 이어졌다. 육지 속의 가장 낮은 바다, 또 높은 염도 때문에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죽음의 바다로 알려진 이 사해는 생각보다 상당히 크고 넓은 바다였다. 우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입구 매점 앞 쉼터에 자리를 잡았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조금 추울 것 같긴 하지만 자신 있는 분들은 한 번 바닷물 속에 들어가 보십시오. 그리고 물속 바닥의 진흙으로 온몸에 진흙팩을 해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이곳의 진흙팩이 피부미용에 얼마나 좋은지 모르시지요?"

이 사해는 바닥에 많은 화학물질을 함유한 진흙이 깔려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진흙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생산된 진흙팩과 진흙비누 등의 화장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주변에서 흘러들어온 물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증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해에는 요단강과 아르논강을 통해 주변 사막에서 유황과 질산 성분의 물질들이 함유된 약 7백만 톤의 물이 매일매일 쏟아져 들어온다.

   
나이를 잊고 개구쟁이 시절로 돌아간 일행들
ⓒ 이승철
개구쟁이
   
해변 언덕 위의 철조망으로 감싸인 어느 휴양촌 풍경
ⓒ 이승철
철조망

그런데 이곳이 바다보다도 낮은 지역이어서 빠져 나갈 물길은 없고 요르단 계곡의 뜨거운 열기는 수분을 증발시킴으로써 여러 가지 화학물질 등 고체 성분만이 남아 물밑 바닥에 쌓여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바닥에 가라앉아 퇴적된 진흙이 미용에 좋다는 것이다.

사해의 바닷물 염도는 무려 33% 정도로 일반 바닷물보다 5~6배나 높다고 한다. 그래서 부력도 그만큼 높아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 드러누우면 그대로 몸이 둥둥 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도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선 이때가 겨울철이어서 별로 더위를 느끼지 못해 물에 들어가면 추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후 한 사람이 용감하게 옷을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자 뒤이어 몇 사람이 따라 들어갔다.

"어, 좋은데요? 물이 차갑지 않아요, 들어오세요."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밖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을 불렀다. 그러자 또 몇 사람이 바닷물로 뛰어 들었다. 수심의 경사는 완만해서 위험할 것 같지는 않았다.

"눈에 물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세요. 소금기가 많아서 눈에 물 들어가면 큰일 납니다. 따가워서 견디지 못하니까 꼭 조심하세요."

가이드는 물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그 때 한 사람이 얼굴과 윗몸에 시커먼 진흙을 잔뜩 바르고 나타났다.

"나 누군지 알아 맞춰보세요? 히히히."
"우하하하! 제게 누구야?"

그를 바라본 일행들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는 평소 우리 일행들 중에서도 아주 점잖은 신사로 통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그가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자 모두 한바탕 뒤집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물에 들어간 사람들이 너도나도 얼굴과 벗은 상체에 진흙을 바르기 시작했다. 근처 다른 일행들은 서로 등과 목까지 발라주었다. 우리 일행들이 본격적으로 미용진흙팩 시범경기라도 벌이는 것 같았다.
 

   
떴다, 떴다, 소금바다에
ⓒ 이승철
소금바다
 
   
진흙은 이렇게 바르는 겁니다
ⓒ 이승철
진흙
너도나도 진흙을 바른 얼굴로 일렬로 늘어서서 익살을 떠는 광경이 정말 재미있는 웃음거리였다. 며칠 째 계속된 강행군으로 상당히 피로에 지쳐있던 일행들에게 사해의 진흙팩 쇼는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볼거리가 된 것이다. 

"어! 뜬다, 떠. 몸이 정말 둥둥 뜨네."
그 때 다른 일행 한 사람이 물속에 드러누우며 두 발을 들어 올려 보였다.
"어, 정말 뜨네? 그럼 나도…."

옆에 서 있던 다른 일행들도 하나 둘 바닷물에 드러눕는다. 이번에는 바닷물에 드러눕기 쇼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정말 하나같이 둥둥 뜨는 것이 아닌가.

"히야! 내가 물 위에 이렇게 둥둥 뜨다니!"

평소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던 일행 한사람은 몸이 물 위에 둥둥 뜨는 것이 신기하고 믿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물속에서 깔깔거리며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50~60대들이었다. 나이든 사람들이 모처럼 나이를 잊고 개구쟁이 시절로 되돌아간 모습이었다.

물에 들어간 일행들과 밖에서 그들을 보며 즐겁게 깔깔거리는 일행들을 뒤로하고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오른쪽 언덕 위로 오르자 어느 단체이거나 돈 많은 개인의 해변 휴양지처럼 보이는 시설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 휴양촌 둘레에는 상당히 높은 철조망 울타리가 견고하게 세워져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는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계절이 겨울철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또 다른 한쪽에는 쭉 이어 있는 숙소들이 보인다. 이 해변을 찾는 사람들에게 대여해주는 시설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시설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같을 것이다.

언덕에는 커다란 야자나무들과 함께 비탈진 언덕 위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이 싱그러운 모습이다. 이들은 난생 처음 찾는 이방인의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려는 듯 방긋 웃는다. 겨울철이라고는 해도 날씨가 춥지 않고 오히려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식물들에게는 더 좋은 계절인 것 같았다.

   
▲ . 붉은 꽃이 피어 있는 해변 풍경
ⓒ 이승철
붉은 꽃
   
저 외국인 순례자는 무슨 기도를 하고 있을까?
ⓒ 이승철
순례자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사해풍경은 정말 일품이었다. 바다건너편은 황량한 사막이다. 그 사막 뒤쪽으로 줄기줄기 이어진 바위산들이 구름사이로 내려 쏟아지는 햇빛에 반사되는 풍경도 놀라운 신비경이었다.

언덕 바로 아래 해변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래사장에 방갈로처럼 만들어 놓은 갈대로 지어놓은 집들이며 햇빛가리개 시설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이어서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 내가 서있는 쪽 뒤편 산자락 아래로는 역시 키부츠 농장을 가득 메운 대추야자나무 숲이 황량한 사막 가운데 보석처럼 특별한 경치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 경치에 취해 걷다가 일행들이 생각나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내 여권!  어머나, 이를 어째, 여권이 없어졌네."

주차장에서는 마침 바닷물에서 나와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일행들이 하나 둘 버스에 승차하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에 승차한 여성 일행 한명이 갑자기 비명을 지른 것이다.

여성 일행의 비명에 다른 일행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말 큰 일이 난 것이다.

"잘 찾아보세요. 어디서 분실한 것인지도 찬찬히 생각해 보시고요."

여권이 없어졌다는 당사자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도 당황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 모두 나가서 찾아봅시다. 혹시 어디 떨어져 있는지도 모르니까."

일행들은 모두 다시 밖으로 나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여권을 찾아 나섰다. 제일 의심되는 샤워장과 옷을 벗어 놓았던 쉼터 그리고 걸어서 이동했던 길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문제의 여권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점 주인과 관리인 그리고 그곳에 와있던 몇 사람의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여권을 습득했거나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정말 큰일이었다.

   
갈대밭 너머 사해 풍경
ⓒ 이승철
갈대밭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몇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로 달려가 우리 대사관에서 여권을 재발급받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여정과 귀국길에 차질이 생길 것이 뻔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걱정을 끼쳐 드려서."

당사자는 미안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탓하고 나무라본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모두 오히려 그를 위로하고 일단 교통편을 수배하여 가이드와 당사자가 텔아비브로 함께 가기로 하고, 일단 다음 코스로 향하기 위해 다들 다시 버스에 올랐다.

 

 

2007.09.06 09:22 哲李印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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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61.XXX.XXX.163)
2010-01-29 09:09:21
ㅎㅎㅎ 사모님,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옛날에 써놓았던 것들이지요,
이제 13편이 남았네요.

사모님, 건강하시죠?
반갑습니다.
데스테
(121.XXX.XXX.178)
2010-01-28 17:47:08
사해바다
와아아아와~~
우리 장로님(시인)의 여행담은 끝이 없어라 !!
까마득한 옛날의 추억이 되어버린 그 먼 옛날의 이야기를
이토록 현장감을 불러 일으키시니
투자한 여행경비의 1000%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심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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