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마케팅이 뜨고 있다. 뉴로는 인간 두뇌 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 ‘뉴런’과 ‘마케팅’을 결합한 단어이다. 그렇다면 뉴로 마케팅이 뭐냐. 방송 들으시는 사장님들 중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내 제품에 확 눈길을 모아줄까’ 이런 궁리하는 분들 많을 거다. 뉴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신경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거다. 무의식중에 손이 가도록 만드는 마케팅인 것이다.

콜라의 대표적 브랜드하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꼽을 수 있겠지? 아직까지 콜라 판매순위를 보면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펩시콜라의 맛도 뒤떨어진다는 것일까. 학자들의 눈을 가리고 콜라를 마시게 했다. 그랬더니 ‘맛있는 음료’로 펩시를 고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코카콜라가 더 많이 팔릴까. 미국 휴스턴 베일러 의과대학의 신경과학자 리드 몬테규 연구팀은 음료상표가 무엇인지 알고 마셨을 때 코카콜라에 대한 두뇌의 반응이 펩시보다 더 활발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상표인지도가 맛 선택도 좌우한다는 이야기이다.

뇌는 100억에서 1000억 개의 신경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신경 세포들이 다른 세포들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전기적 활동이 일어나고, 이런 정보를 통해 사람의 속내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속내, 그동안은 본인도 잘 몰랐다. 소비자는 왜 특정 브랜드에 끌리는지, 진열대 위 수 많은 제품 중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지, 자신도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이다.

얼마 전에 한 광고기획 회사가 뉴로 마케팅과 관련한 보고서를 냈다. 일반 소비자는 파란색보다 빨간색 가격표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고, 10명 중 7명은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고 한다. 또 '한정 판매' '한정 수량'이라는 특정 조건을 내걸면 자신도 모르게 제품에 대한 욕구를 분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다. 홈쇼핑TV에서 곧 품절된다는 멘트가 나오면 전화가 더 많이 온다는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거다.

일본의 한 모터사이클 제조업체는 최근 사람 얼굴을 본 뜬 디자인을 채택했다. 반대편 차량 운전자가 사람 얼굴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분석 결과를 활용한 것. 실제 이 모델을 채택한 이후 사고가 40% 가량 줄었다고 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주부들이 주로 찾는 점심때와 늦은 오후에는 잔잔한 음악을 깔고 고객 회전율을 높여야 하는 패스트푸드점은 빠른 음악을 주로 틀고 있다.

제품의 이미지와 광고는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주 짧은 시간의 광고도 감정을 다루는 우뇌를 자극하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외국 자동차회사들은 소비자들이 스포츠카를 볼 때 사회적 지위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도심의 높은 빌딩과 성공한 중년의 남성이 자동차 광고에 자주 등장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막연히 뇌의 단층 사진을 촬영하고 뇌파를 측정해 그 데이터를 마케팅에 응용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건 대단히 좁은 의미의 뉴로 마케팅이었다. 요즘엔 두뇌의 활동, 즉 인간의 심리 상태는 뇌파나 기능성 자기공명 사진 이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심장 박동 속도, 땀 분비량, 그리고 폐활량 등의 변화를 관찰하는 거짓말 탐지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에서는 뉴로 마케팅 기술로 ‘저 사람이 공화당 지지자인지’ ‘민주당 지지자인지’도 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 의학팀이 민주당원 10명과 공화당원 10명에게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사진을 보여준 뒤 이들의 뇌를 촬영했다. 분석결과 양측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봤을 때는 뇌 가운데 공감과 연관되는 부분의 활동이 증가했다. 반면 반대편 후보를 봤을 때는 감정을 억제하는 부분의 활동이 증가했다. 이는 상대방 후보를 좋아하지 않으려 애쓴다는 뜻이다. 이 같은 ‘독심술’은 선거운동 관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설문조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로 마케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뇌 반응의 확인만으로 뇌 작용과 소비행동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이며 판매실적은 광고노출정도에 비례할 뿐이라는 주장을 편다.

상품 가치에 대한 치열한 고민, 이 고민이 이제는 남의 무의식 속에까지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는 형국이다. 바야흐로 마케팅 전쟁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