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은 대림절 첫 주일이다. 대림절을 맞이하는 교회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신 모습에서 진실한 자세를 배워야 한다. 2천 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은 인간의 역사 속으로 친히 찾아와 주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가장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께서 죄와 사망과 사탄으로 고통 받는 우리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우리와 동일한 연약한 모습을 입으시고 가장 작은 나라, 가장 작은 도시, 가장 누추한 마구간으로 임하셨다는 것은 너무나 의미가 깊다.

기왕에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어 구세주로 세상에 오신다면 하나님의 아들답게 좀 더 멋진 방법으로 오실 수는 없었을까?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화려한 왕궁에서 왕자로 태어나거나 온 세상의 악인들을 물리치는 눈부신 용사의 모습으로나 거룩하신 제사장의 모습으로 오셨다면 상류층으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을 터인데 하필이면 가난한 처녀의 몸을 빌어 잉태하시고 초라하기 짝이 말구유에 태어나시고 가난하기 짝이 없는 목수의 자녀가 된 의미가 무엇인가?

누가는 이처럼 낮고 천한 모습으로 태어나신 사실을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알리고 있는 것은 그분이 세상에 오신 것은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오셨고 스스로 의롭다 여기는 자들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구원하시기 위함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찌 그 뿐이랴? 예수 그리스도는 들에서 양을 치던 비천한 목자들에게 첫 인사를 받으셨고 멀리 이방 나라에서 별을 보고 찾아 온 박사들에게 경배를 받으셨으며 아주 어린 나이에 헤롯의 칼을 피하여 피난길에 오르셨다.

이는 아무리 가난하고 비천하여 버림받은 인생을 살지라도, 심지어 구원의 소망으로부터 제외되었던 이방인들까지도 거리감 없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할 수 있도록 하시려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님은 대부분의 시간들을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 압제 당하고 버림받은 자들의 친구가 되어주셨으며 결국에는 십자가 위에서 우리 대신 온갖 멸시와 부끄러움을 당하시고 죽으셨다.

무덤조차 없으셔서 아리마대 사람 요셉의 무덤을 빌어 장사 지낸바 되셨으니 예수님의 생애는 출생부터 죽으심까지 낮아짐의 연속이었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임하셨기에 빈부귀천, 학식유무, 계급여부, 인종차별 관계없이 구원의 자리로 나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를 낮추신 분이며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시기까지 희생하신 분입니다. 대림절은 자기를 낮추신 예수님을 깊이 묵상하는 절기이다. 또한 우리도 그 분을 본받아 낮은 자리에 임하여 낮은 자들을 돌보기로 결단하는 기간이다.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모습과는 달리 지금까지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서 복을 받는 데만 너무 몰두했었다는 사실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십자가 고난 없이 부활의 승리, 밀알의 희생 없이 100배의 축복의 열매, 도 높은 성공, 더 많은 축복만 갈망했던 죄과를 반성하고 이번 대림절을 통해서 그 동안 받은 복을 헤아리면서 교회와 자기 가정의 창고를 열고 주님이 자기 소자라고 부르셨던 자들(마25:40), 즉 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된 자, 헐벗은 자, 병든 자, 갇힌 자들을 돌아보는 삶을 살겠다는 결단함으로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