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안식년인데
하도 들락날락 해서 그런지
멍 하다.

그래도
끝나기 전,
조용한 곳에 가서
며칠이라도
피정(避靜)속에
주님과 동행해야겠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일반 기도원엘 가면
시끄럽고(?)
간섭이 많다.
조용한 수도원엘
찾아가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고민하다 찾은 곳,
치악산에 있는
명성 수양관.

한 마디로
참 고맙다.
며칠 있고 싶다니까
무조건 오란다.
목회자라고 하니
주보 한 장 갖고 오란다.

수양관은 조용했다.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사무실에 들려
등록을 하고는
비용을 물으니
목회자에겐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는단다.
식비는 .... ?
식권을 주는데
‘목회자용 식권’이라 쓰여 있다.
그것마저 공짜(?)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

찾아간 날이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
방안에 들어서자
따뜻함이 나를 반겨준다.
형식이 아닌
진정 목회자를 존경해주고
배려해주는 따뜻함.
이 얼마만인가 ...

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에 가니
목사, 전도사들만 30여명 ...
모두들 어렵게 목회하는
개척교회 교역자, 농촌 교회 교역자, ...
말들은 없지만
그 심정들은 모두 동일하다.

식판에 밥을 담고
식탁에 앉아 감사기도 하는데
명성교회를 위한 기도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목회자들을
격려하며 힘주는
명성교회를 축복하소서 ....
전에는 대형교회라고
이러쿵저러쿵 말을 많이 했는데
그런 심정은 싸악 사라지고
그저 고마운 심정만이 가득하다.

대형교회,
실로 이런 일은 대형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대형교회들이
더욱 이런 선한 일에 힘을 낸다면
우리 한국 교회,
그리고 한국 사회는 행복할 것이다.
대형교회는 대형교회대로
중형교회는 중형교회대로
소형교회는 소형교회대로
모두들
주님 나라 위해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충성한다면
이 백성들이,
그리고 우리 주님께서
얼마나 행복해 하실까.

서로 미워하며
비판하는 일보다
주어진 처지와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사역에
더욱 충실 한다면
이 땅에 주님의 나라는
더욱 왕성하게 일어서리라.

왕십리중앙교회,
광야로 나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용신동(용두동과 신설동이 병합)이
우리로 인해 행복해 할
아름다운 일들이 뭘까...?

명성 수양관이
내게 준 숙제 였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