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십리 149번지.
꼬불꼬불 골목길
그것도 막힌 길
복잡하고 추하던 골목길.
특별한 소망이 없던
그냥 살아가던 그런 골목길 대지.
그러나 40여 년 전,
빛이 찾아들어간 땅.
그리하여
하늘의 축복을 흠뻑 받았던 땅.

네 대지에
그 얼마나 많은 성도들의 발길이
자국을 남겼더냐
네 위에
그 얼마나 많은 성도들의 눈물이
떨구어졌으며
그 얼마나 많은 성도들의 손길이
애닮께 스쳐지나갔더란 말이냐

네 위에 세워진
성전을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그리운 이들이 물씬물씬 ...
눈을 감고도
너를 그리고, 그들을 그릴 수 있다.

아 그 냄새나던 화장실,
그것도 줄지어 서 있던 곳.
그곳조차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이 서울 하늘 아래
그런 곳을 또 어디서 만난단 말이냐

낡고 낡은 집들,
무슨 이유인지 허물지 않고
고치고 또 고치고 ...
그러며 몇 년을 사용했던
그 낡은 한옥들.
쥐들이 들끓던 그 집들을
마침내 허물었을 때
그 시원하던 마당.

여름엔 고기를 굽고,
겨울엔 고구마를 굽고
추수감사절엔 마당 잔치
성탄절 이브엔 불꽃 잔치
그리고 새해 꼭두새벽 첫 시간,
추워 벌벌 떨면서도 맛있던 찹쌀 떡.

시골 교회 학예회 같았던
아이들의 발표회,
아, 그 멋진 바나바의 수화 찬송.
마리아의 아름다운 율동 ...
갈수록 멋져지는 찬양대의 찬양.
젊은이들의 성극과 CCD.
은관교실의 춤과 연극 ....

말씀 속에 은혜의 파도가 넘실대던
부흥회
깊고도 깊은 눈물을 쏟아내던
골고다 기도 성지
수난 성찬 예배
새 성전을 그리며
한밤을 꼬박 새우던 기도 제사장

섬김의 손길들,
그 좁고 냄새나는 주방에서
열심히 열심히
사랑을 만들고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베풀고 섬기던
왕십리만의 진득진득한 사랑 ...

내 어찌
상왕십리 149 성전을 잊을 수 있을까?
비좁고 초라해도
믿음의 선배들이
힘들여 힘들여
착공한지(1968.4.30)
10년 만에(1978.4.9)
하나님께 봉헌한
소중한 성전,
너를 두고 어찌 떠날까....
그 분들의 눈물과 정성을 알기에
돌아섬이 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주님께서 떠나라신다.
여기가 좋사오니 하는 우리에게
떠나라 하신다.
상왕십리 149 성전.
너를 품고
새로운 성전을 지으리라.
선배들의 정성 위에
이젠 우리들의 정성과 기도로
눈물과 헌신으로
새롭게 변신한 왕십리중앙 성전을
지어 주님께 봉헌하리라.

이제 우리는
서울시 성동구 상왕십리동 149번지
성전의 시대에 안녕을 고한다.
그리워도 떠나리라.
새 시대, 뉴타운을 감당할
새 부대, 새 성전을 지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 할
지역 주민들이 즐거워 할
무엇보다 주님께서 기뻐하실
새 성전을 지을 것이다.
그 때,
너는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에벤에셀,
도움의 돌,
여기까지 도우신 하나님.
믿기로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도와
순례의 길을 다할 때까지
안식할 수 있고, 예배할 수 있고,
가르치며 나누고 섬길 수 있는
귀한 성전 시대를
우리에게 열어주실 것이다.

그 주님께
행복에 겨워
저 깊은 곳에서 한 마디
끌어올려
환한 미소 속에 인사를 드린다.
주님, 감사해요~~~

2009년 11월 1일 추수감사주일
상왕십리 149 성전 시대의 막을 내리며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