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서울시는 ‘차 없는 날’로 정했다. 새벽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종로와 테헤란로 일부 구간에서 승용차 통행을 제한했다. 통제 구간은 강북 지역 중심 거리인 종로의 세종로 사거리에서부터 흥인지문까지 2.8km, 그리고 강남 테헤란로의 역삼역에서부터 삼성역까지 2.4km이었다.

대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첫차부터 오전 9시까지 시내 모든 지하철과 국철, 인천지하철, 공항철도 등 수도권 전철과 버스를 무료로 운행한 것이다. 2008년 '차 없는 날'에 승용차 이용률이 21.9% 줄어 통행속도가 4.3% 향상됐고, 대기 중 오염 물질이 최대 20%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차 없는 날의 취지는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이다. 1년에 하루라도 자가용을 타지 말고 대기오염 소음 교통체증 등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1997년 프랑스 항구도시 라로쉐에서 시작돼 올해는 세계 2000여개 도시가 동참한다. 우리도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등지에서 일부 도로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주차장 사용도 제한된다. 많은 연료를 태워 환경에 부담을 주는데다 도심운행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길,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이다. 물론 차 몰고 나왔다고 벌금 물리거나 그런 일은 없다.

많은 차로 인해 길이 막히는 것은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세계에서 달리고 있는 자동차는 9억여대로 추산된다. 미국 유럽이 자동차 소비를 주도해왔으나 이젠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는 1680만대로 인구 3명당 한 대꼴이다. 이렇다 보니 도심 평균운행속도는 뚝 떨어졌다. 서울 도심의 경우 시속 14㎞ 정도이고 부산 대구 인천 대전도 24~25㎞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자전거와 별 차이가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2007년 교통혼잡비용은 25조862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과거엔 승용차가 소수 특권층이 누리는 사치품이었는데, 이제는 생필품화된 느낌이다. 차가 처음 등장한 때는 120여년 전이라고 한다. 그 때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1886년 엔진 자동차 첫 특허를 받은 독일의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는 차를 만들고 엄청나게 낙담했단다. 도무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고객이 정신병자여서 방금 판매한 차를 회수할 상황이 되자 벤츠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 내가 왜 이런 걸 만들었나’라며 말이다.

이유가 있었다. 1910년 무렵까지도 차 뒤쪽에 문이 있고 운전석과 조수석 양 옆은 트여 있어 탑승자 보호에 허술했다. 먼지와 맞바람 때문에 꼭 맞는 모자와 보호안경이 필수였다. 비바람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방수 승마복 같은 특수 복장까지 갖춰야 했다니 얼마나 불편했을지 알 만하다.

웃지 못할 일은 이보다 더 앞서서 있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는 프랑스의 퀴뇨가 1769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일러 물을 15분마다 보충해야 했고, 앞바퀴 하중이 커서 방향 전환이 힘든데다 제동이 거의 불가능했다. 시연회에서 1시간 가량 달렸지만 브레이크가 없어 결국 파리 시 교외의 벽에 부닥치는 최초의 자동차 사고를 일으켰다. 여튼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이렇지만 덴마크는 강제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시는 자동차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 국민 스스로 자동차를 포기하게끔 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32%에 이를 정도다. 과거로 천천히 돌아가자는 '백워드 슬로'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파리 인근의 신도시 라데팡스는 자동차도로가 거의 땅속에 들어가 있어 책을 읽으면서 걸어도 안전하게끔 길을 만들었다. 지상에서는 '한가로이 거닐기' '경청하기' '권태 느끼기' '꿈꾸기' '기다리기' 운동이 벌어진다.

'차 두고 다니는 문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중교통의 확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시계를 넘나드는 하루 유동인구가 430만 명이고, 이 중 70∼80%가 경기·인천 시민들이다. 이들은 노선이 없다고, 너무 일찍 끊긴다고 아우성이다. 서울과 동일한 교통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대중교통의 확충은 차 줄이기와 직결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