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인륜지 대사(人倫之 大事)라고 합니다. 그건 물론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고 한 가문을 만드는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일 것입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결혼은 그 의미 뿐 아니라 행사 자체도 대사(大事)입니다.

지난 번 딸을 시집보낼 때는 신랑 따라 미국으로 갈 것이기에 그야말로 식만 올렸으니 그다지 힘든 줄 몰랐는데 이번에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정말 결혼은 대사(大事)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인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을 경험했습니다. 사실 저는 결혼식을 휴일이나 특히 목사 가정에서 토요일에 결혼식 하는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했었습니다. 모처럼의 휴일을 자신들의 가족들과 쉬게 해야지 왜 휴일에 결혼식을 해서 남들의 휴일을 뺏느냐고 말입니다.

더욱이 목사들이 제일 바쁘고 긴장된 날이 토요일인데 조용히 주일을 준비하게 해야지 토요일에 결혼식을 하여 친한 목사들이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게 하여 목사님들의 예배준비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봄가을에 하면 좋을 텐데 왜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결혼식을 하여 하객들을 부련하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딸도 아들도 이 무더운 삼복더위에 그것도 가장 분주한 토요일 시간에 결혼식을 했으니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남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의 일을 쉽게 판단한 자신의 단견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정말 결혼식은 대사였습니다. 결혼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지만 행사 그 자체도 큰일(大事)이었습니다. 행사규모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과 많은 하객들을 한꺼번에 모시기에는 역부족일 식당, 그리고 음식 장만과 손님 안내와 접대 등 어느 것 하나도 수월한 것이 없이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혼식을 통하여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염려도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님을 경험했습니다. 장로님들이 이 행사를 교회행사로 치르기로 결정해 주셨고, 당회원 각자가 임무를 분담하여 책임을 져 주시고, 여전도회협의회에서 음식을 맡아 주시고, 수많은 성도들이 각자의 기능으로 합력하여서 선을 이루어 주셨습니다. 저는 이번에 내 가정의 일을 마치 구경이나 하는 사람처럼 여러분들의 처분만을 바라보았지만 그 어느 결혼식 보다 질서있고 장엄한 교회행사로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사 이후 곳곳에 위치한 성도들의 이름 없이 수고한 봉사의 미담을 참석했던 외부 손님들로부터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염려했던 주차문제가 여러분들의 수고의 열매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고 그 많은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할 수도 있다는 참으로 좋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또 꽃꽂이를 비롯한 교회와 양가 가족연회장의 장식은 만남수련회에서 익힌 미적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되어서 신랑‧신부를 행복하게 했고, 교우들이 보여준 질서와 협력은 좁은 식당 공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무더운 여름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섬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신 성도들의 수고가 찾아왔던 손님들을 통해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뜨거운 불 앞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식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창조해 낸 주방팀의 일솜씨와 짜증 한 번 내는 일 없이 기쁨으로 협력한 아름다운 봉사이야기는 제가 신양교회 목사임을 더욱 더 자랑스럽게 했습니다.

문제는 행사를 치르고 나면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나의 실수와 결례가 흠으로 남는다는 미안함입니다. 수고에 합당한 감사를 드리지 못했거나, 오랜만에 찾아온 가까운 친척들과 멀리서 찾아온 친지들을 더 따뜻이 대접하지 못하고 오신 손님들을 제가 더욱 더 정중히 모시지 못함이 죄송하고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우리 성도들의 과분한 물질로 도와주신 것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름 없는 봉사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여러분의 사랑을 얼마나 큰 감사로 기억하고 있는지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도하겠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