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라고는 별로 해보지도 못한 사람이 세계 명작의 저자가 되었다면 누구나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세상에서 성경을 빼놓고는 가장 많이 읽혀지는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이 바로 그 사람이다. 존 번연은 1628년에 영국 엘스토라는 곳에서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집안이 하도 가난하여 공부라고는 겨우 문맹을 면할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도와 땜장이 일을 한 번연은 몸도 튼튼하지 못한데다 성격도 신경질적이었다. 17세에 군대에 들어가 크롬웰 징군의 휘하에서 군대생활을 하였다. 어느 날 전투중에 바로 자기 곁의 전우가 총탄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번연은 하나님을 찾게 되었다. 그는 자기의 생명은 특별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연장된 것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3년 만에 제대한 번연은 1648년에 결혼을 하였다. 그의 아내는 가난하여 시집올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으나，믿음이 독실한 그녀는 성경과 폭스가 쓴 ‘순교자 이야기’ 책 두 권을 가지고 와 번연에게 새로운 길을 가르쳐 주었다. 처음으로 성경을 읽은 번연은 마음에 고민과 두려움이 엄습했으나 성경을 읽어 내려가면서 큰 기쁨과 소망을 발견하였다.

깊은 신앙의 체험을 한 번연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27세 되던 해 전국각지를 두루 다니며 설교를 시작하였다. 그의 설교가 얼마나 힘이 있었고 능력이 있었던 그의 이름은 곧 영국 각지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왕위에 오른 찰스 2세는 국교인 성공회를 믿지 않는다고 박해하여 번연도 마침내 체포되어 12년이라는 오랜 세월 지하감옥에서 혹독한 고생을 하면서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가운데 ‘천로역정’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꿈 이야기의 형식을 빌어서 쓴 크리스천의 신앙체험을 비유문학으로 그려놓은 것으로 얘기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한번 손에 쥐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고，문장도 쉬웠다. 이 책이 출판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큰 은혜를 받았다. 그래서 몇해 안 되어 10판을 내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내려오면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혀지는 책’이 된 것이다. 위대한 믿음의 유산인 ‘천로역정’은 아직도 살아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회를 주고 있다. 여름 휴가 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