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보문고가 상반기 인터넷과 전국 15개 영업점에서 판매된 책을 분석해봤는데,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가운데 문학이 8종이었다고 한다. 좀 더 세분하면 소설 4종, 에세이 4종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학 부문은 상반기엔 모두 합해 3종, 2007년 상반기엔 4종이었다. 두 배 이상 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있었을까.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가장 많이 사랑받았으며, 가수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 린다 피콘의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노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올라와 있다. 내용은 다 다르지만,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밖에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신1'과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그리고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사랑받았다.

경제 불황기, 문학책이 많이 팔렸다, 무슨 의미일까. 교보문고는 "위기의 시대에 마음이 불안한 독자들이 문학을 택했다"면서 "취업이 어려워 취업과 수험서를 고른 독자들도 많았다"라고 밝혔단다. 한편 "역사, 정치, 사회, 문화 서적은 하락했고 인문 분야도 상승세가 주춤해 지식충족을 위한 책이 불황에는 힘을 받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한편 전반적으로는 판매량 증가세가 주춤해 경제 불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 상승률이 6.6%에 그쳤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베스트셀러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을까. 1897년 미국의 잡지 "북맨"이 전국적으로 잘 팔리는 서적을 조사하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러의 개념이 들어와 1위로 꼽힌 첫 작품은 1954년 정비석의 "자유부인"이었다. 당시 문제작이었지? 그렇다면 역대 우리나라에서 나와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통산 1위가 뭔지 아나? 이문열의 ‘삼국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아니다. 흥미롭게도 "운전면허 학과시험 문제집"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역대 최다 베스트셀러 1위, 여전히 성경인가? 한 때 ‘해리 포터’가 뒤집는가 싶었다. 5탄까지 62개 언어로 번역돼 2억7000만 부가 팔렸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성경을 따라갈 수 없었다.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성경이다. 303개 언어로 번역돼 30억 권이 팔렸으리라는 추계가 몇 년 전에 나왔다. 이걸 뛰어넘을 책은 영원히 없을지 모른다. 그러면 ‘해리 포터’가 그 다음이냐.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전무후무할 2위 자리를 굳혔다. 바로 스탈린이다. 소련 정부가 1953년 스탈린이 사망했을 때 스탈린이 쓴 책이 6억7205만 부가 팔리고 101개 언어로 번역됐다고 발표했다. 내용이 뭐 특별해서 그런 건 아니다. 인구규모가 엄청난 소련 사람들에게 다 읽게 하려고 뿌린 공산주의 사상서였다.

최근 몇 년 전까지 자기 계발서 혹은 처세술을 담은 성공 지침서가 인기였다.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혜와 경험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긁어모으고, 간추려서 새롭게 보여주는 책들이었지? 그런데 요즘 불황이다. 작년에는 종합베스트셀러 20위권 가운데 7종이 올랐는데, 올해는 3종만 이름을 올렸다. 당연하다. 불황에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개척해보려는 의지는 약해진다. 대신 당장의 상실감 불안감을 치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다. 이런 가운데서도 위축된 직장인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책들이 간혹 눈에 띈다.

베스트셀러는 결국 대중의 관심과 사회상을 반영하겠지? 우리의 경우 1950년대엔 사전류와 문법책, 1960년대엔 번역서와 명사에세이. 1970년대엔 산업사회 그늘을 다룬 호스티스소설과 사회소설이 주도했다고 한다. 80년대엔 사회과학서와 시집이 주축이 됐고, 90년대부터는 역사에서 소재를 따온 실화소설과 인문교양 경제. 경영 건강 등 실용서로 다변화됐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변화와 자기계발에 관한 책이 늘어났고 지난해엔 부동산 투자를 비롯한 재테크 관련서와 "다빈치 코드"같은 팩션 즉 Fact와 Fiction이 결합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소설류가 크게 주목받았다.

베스트셀러, 어떤 요소를 갖춰야 될 수 있을까? 신문기자 출신 대학교수였던 미국 사람 프랭크 모트는 베스트셀러의 요소로 3T와 3S를 꼽았다. 3T는 시의성(Timing), 주독자층(Target), 제목. 표지(Title), 3S는 성적이고(Sexual) 감상적이고(Sentimental) 선정적인(Sensational) 것이다. 사실 베스트셀러는 모든 출판사와 작가의 꿈이지만 한순간 붕 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패스트셀러(Fastseller)가 아닌 꾸준히 팔리는, 명서로 대접받는 스테디셀러가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일본 생각이 난다. 일본은 참 독서를 많이 하는 나라지? 그렇다. 일본인의 54%가 최근 한 달 동안 한 권 이상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6%포인트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독자 절반이 "서점에서 책을 직접 고른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성인의 25%가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2007년 통계가 있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이 ‘한국인의 독서 시간은 세계 30개국 중 30위’라고 발표한 사례도 있다. 걱정스러운 꼴찌다. '너무 책에서 멀어진 국민'을 위해 지난 9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름하여 '북 리펀드 운동'. 독자가 구입한 책을 읽고 서점에 가져오면 책값의 절반을 돌려주고 반납 받은 책은 전국의 마을도서관과 책 읽는 버스에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참담했다. 9월의 북 리펀드 대상 도서 2만권 중 2010권이 팔렸고, 이 중 232권이 리펀드 됐다. 판매량과 리펀드 비율 모두 10%선. 당초 예상했던 50%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독서의 계절은 아니지만, 휴가철이 다가온다. 이때 한두 권 읽어보면 어떨까? 미리 계획 세우시라고 말씀 드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