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수식어를
우리 앞에 달고 산다.

아주 어릴 적부터 ‘착한’ ‘이쁜’ ‘똑똑한’...
또는 ‘미운’ ‘못 생긴’
그러다가 점점 ‘공부 잘 하는’ ‘지지리 못하는’
‘유능한’ ‘무능한’....
참 많고도 많은 수식어가 내 앞에 달린다.

그리고 그 수식어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이 형성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선입견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좋으나 싫으나 그 수식어로
자신의 이미지가 타인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그렇게 대접을 받는다.

그러다가 이러한 수식어가 떨어지면
그 때에야 나 자체로 사람들이 대해 준다.

그 때가 언제인가?

내가 죽은 다음이다.
죽은 다음에는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살아서 어떤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든
못난 수식어가 붙었든 아무튼 죽으면
그 모든 수식어는 떨어진다.
왜? 그것들은 그저 이 세상에서
살아갈 때나 필요했던 것.
이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기에 상가 집에 가면
죽은 사람이 아무리 속을 썩이던 사람이더라도
그 앞의 수식어가 모두 떨어지며
그 사람 자체가 그리워져 마음 아파한다.
그 때는 그 자체로 그를 대하기에 그렇다.
잘 해 주고, 못 해 주고를 다 떼어버리고
그 자체로 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삶을 마감했다.
이제 우린 그의 앞에 붙어 있던
그 모든 수식어를 떼어야 한다.
노무현, 그 분을 그대로
사랑하고 그리워해야 한다.
물론 마지막이 너무 서운하고
비교육적이기에
생명 존중에 목숨 걸고 있는
우리 같은 이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젠 그것조차 떼어 버리고
한 인간 그대로로 그리워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여전히
수식어를 그 분 앞에 붙인다.
세상 말로 고인을 편케해주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그냥 그 분 그대로로 보내주자.
한 때 순박한 정치인, 이상을 품고 개혁에
좌충우돌하던 순진한 대통령이 있었다고
그냥 그렇게 서민적인 대통령으로 그를 그리며
그냥 그대로 그를 보내자.

그 분이 한 때 흥분하여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덤비던 그것처럼
이젠 그 분 앞에 붙었던
모든 수식어를 떼어버리자.

내일 국민장으로 장례를 한다.
순수하게 그 분 자체를 그리워하며
참여하는 많은 순박한 백성들을
행여나 악용하는 정치 세력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또 다시 아픈 분열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내일만큼은 모든 수식어를 나도 떼어봐야겠다.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