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자녀를 살해한 여러 어른들의 이야기가 연일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밉다고, 귀찮다고, 짐스럽다고.... 자녀들의 생명을 아무런 가책없이 빼앗아 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더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오르고, 취직하기는 너무나 힘들고, 사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사람들은 점점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며 각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생존을 위해 무한경쟁하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필요와 만족을 위해서는 타인을 배려할 줄도 모르고, 자신에게 방해가 된다면 가차없이 공격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얼마 전 어느 고등학교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봉사 명령으로 나간 요양원에서 몸도 정신도 가누기 어려운 할머니를 대상으로 고등학생들이 장난을 치는 동영상이었습니다.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엇이 재미있는 건지 호통을 치며 장난을 치는 모습은 그저 장난이었다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무엇이 장난이고 즐거움인지 무엇이 슬픔이고 아픔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지나가는 어린 아이를 걷어차 다치게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재미있다며 인터넷에 올리는 일도 그렇습니다. 아이들마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잃어버린 시대가 된 것 같아 슬프기만 합니다.

 

아래는 아이들의 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슬픔이 기쁨에게(정호승)”라는 시의 일부분입니다. 시를 읽는다고 해서 우리가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이 시에서 '슬픔'은 단순히 슬픈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의미합니다. 이 시에서 '슬픔'은 '사랑'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기쁨'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단 한 번도 평등한 웃음을 준 적이 없지만, '슬픔'은 추워 떨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그들을 위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자신만이 소중한 이기적인 사람들의 '기쁨'보다,

타인의 고난과 시련에 관심을 갖는

'슬픔'이 오히려 더 큰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마음과

형편에 공감할줄 아는 세상, 이기적인

기쁨보다 함께 하는 슬픔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되어야겠습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