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4:13-35) 
 
1.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우리 예수님께 영광과 찬양을 돌립니다. 할렐루야!
 
예수님의 부활 생명,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 생명은 우리의 모든 것을 소생시킵니다. 예수님의 부활의 생명이 우리 안에 있는 한 우리의 절망은 반드시 소망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실패는 반드시 성공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지금 고난은 행복으로 달음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끝났다’고 하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것이 해피엔딩이라 할지라도 ‘끝났다’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해피엔딩이든 블루엔딩이든 이야기는 이어져야 합니다. 삶은 이어져야 합니다. 생명은 이어져야 합니다.
 
2.
‘끝났어!’라고 말하지 맙시다. 끝났다고 하는 말만큼 맘 아픈 말이 어디 있는가요? 비록 지금 힘들고, 고달파도, 맘에 안 들어도 끝난 게 아닙니다. 끝났다고 절망하며 고개를 떨구는 모습, 정말 맘 아픕니다.
 
예수님의 부활 소식이 바로 그날 쫘악 퍼져갔습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그 믿음 공동체를 중심으로 퍼져갔습니다. 그런데 봤다는 이들은 여기저기 나타나는데, 종합적으로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날 오후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그날, 엠마오로 두 사람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으로, 두 사람이 그리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은 예수님을 따라다닌 제자들로 보이는데, 12제자에 속한 이들은 아닌 듯싶습니다.
 
왜냐하면 33절에, “곧 그때로 일어나 예루살렘에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 및 그들과 함께 한 자들이 모여 있어”하는 걸로 보아 이 둘은 12제자 그룹에 속한 이는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십자가에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에 장사지낸 것을 직접 보고 안식일이 지나자 아침 먹고 느지막이 길을 나서 엠마오로 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엠마오로는 왜 가고 있었을까요? 내용을 보니 그곳에 그들의 집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집으로, 고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낙향(落鄕)하는 이들이었습니다.
 
뜻을 품고 집을 나섰다 뜻이 꺾이어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이었습니다. 얼마나 슬펐을까... 그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아쉬움 속에 끊임없이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갔을까요?
 
14절, “이 모든 된 일을 서로 이야기하더라”하는 것으로 보아 요 며칠 새에 예수님에게서 벌어진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겟세마네, 빌라도 법정, 골고다로 가는 길, 십자가, 죽음, 장례, ... 그 분위기도 15절, “그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문의할 때에”하는 것으로 보아, 이야기는 하는데, 주로 그 예수님에게서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 않아서, 아니 믿을 수가 없어서 서로 물으면서 이야기한 듯합니다.
 
“아니, 그게 믿어져?” “어떻게 그토록 무력하게 예수님이 돌아가실 수 있지?” “그동안 우리가 봤던 그 힘과 능력은 다 헛것이었나?” “아니,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낙동강 오리알 신세 아냐?”
 
그들의 대화 분위기는 절망적이었습니다. 17절에 ‘슬픈 빛을’ 띠었다는 것으로 보아 어둡습니다. 이미 끝났다는, 한때 자기들이 갖고 있었던 그 좋은, 아름다운 것들, 소망은 끝장났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는 하나님과 모든 백성 앞에서 말과 일에 능하신 선지자이거늘 우리 대제사장들과 관리들이 사형 판결에 넘겨주어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 우리는 이 사람이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라고 바랐노라."(눅24:19b-21a)
 
기대가 컸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슬픈 이야기요 절망적인 이야기인가요! 그 예수가 죽었다는 것도 슬프지만, 자기들의 기대가 무너졌다는 게 더 슬퍼 보입니다.
 
3.
이런 절망적인 이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들의 대화에 불쑥 끼어드셨습니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이들은 그 부활하신 예수님을 몰라봤을까요? 영광스러운 부활체이기에 몰라봤을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몰라봤을 수도 있습니다. 친 제자, 즉 12제자 그룹에 들어가 있지 않았기에 멀찍이서만 예수님을 봐왔기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증언하는 것은 이와는 좀 다릅니다. 16절, “그들의 눈이 가리어져서 그인 줄 알아보지 못하거늘” 눈이 가리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두 눈, 시퍼렇게 떠 있고, 사물을 바라보고, 상대방을 보고 있는데도, 상대방과 대화하고 있는데도 성경은 그들의 눈이 감겨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분명히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는데, 감겨있다니, 말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성경은 그들 눈이 감겨 있답니다.
 
영안(靈眼)이 감겨 있었습니다! 영적 감각이 죽어 있었습니다. 자기들을 찾아오신 예수님을 알아보지도 못했고, 말을 걸어오는 예수님을 바라보면서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과 대화를 하면서도 몰랐습니다.
 
아무리 성경을 많이 알고, 지식이 풍부해도, 그 눈이 감겨있으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을 모릅니다. 쓸데없는 것에나 신경 쓰고, 정작 신경 써야 할 하늘의 역사에 대해선 맹인, 시각장애인에 가깝습니다.
 
이 눈이 뭔가요? 영적 감각입니다! 영감(靈感)! ‘영감, 왜 불러?’하는 그 영감이 아닙니다. 영적 감각!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영감이 없으면 아무리 증거가 많고, 증인이 둘러쳐 있어도, 아니, 진실을 대하고 있어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금강석이 굴러다녀도, 난 그것이 금강석인지, 굴러다니는 돌멩이인지 모릅니다. 거기에 대한 감각이 없기에! 이곳에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하여도, 성령의 권세와 거룩함이 충만하여도, 영감이 없으면 무덤덤합니다.
 
어떤 분이 그러더라구요. 교회에 처음 나와서 예배드릴 때, 왜 교인들이 갑자기 ‘아멘!’하고 소리치는지 몰랐다고.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닌가 싶었답니다. 세뇌당해서 그런 거 아닌가 싶었답니다. 그런데 자신이 은혜를 받고 신앙심이 깊어지니까 아멘이 뭔가 할렐루야도 시도 때도 없이 나오더랍니다.
 
남들은 다 감격하는데 왜 나는 밋밋한가요? 눈이 감겨있습니다. 영적 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spiritual sensibility!
 
성도는 영적인 사람입니다. 육적인 사람을 성도라 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어도, 많은 것을 가졌어도, 존경을 받아도 육적인 사람을 성도라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진 게 없어도, 못 배웠어도, 영적인 이를 성도라 합니다. 주의 성령께서 내재하시는 이를 성도라 합니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성도는 모두 하나님을 느낍니다. 내재하시는 성령의 감동을 통해 하나님을 느끼는 영적 존재입니다. 뭔가 있는데..., 이게 아닌데..., 하나님께서 뭔가 원하시는데... 뭔가 느낌이 있습니다. 예배를 드리면서도 육적인 사람은 순서만 따라가고, 감정을 따라가는데 영적인 사람은 찬송에서, 기도, 설교, 봉헌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하나님을 느낍니다.
 
이왕 영적인 존재가 되었다면, 그 영적 감각, 영감을 더 키우십시오! 키운 만큼 깨닫습니다. 키운 만큼 결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나의 삶 속에 다가오시는 주님을 느끼고, 모든 일에 주님의 힘을 느끼며, 그 힘으로 권세 있게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맑은 영성이 부활하신 생명의 주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4.
부활절이 되면 많이 듣는 찬송으로 아름다운 이중창,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가 있습니다. 하모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화음이 절묘한 곡입니다.
 
그런데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아무리 하모니가 좋아도 사실 그들의 행보(行步)는 절망을 향해 가는 이중창이었습니다. 그들이 엠마오로 가는 한 둘이 서로 맞장구치는 절망의 멜로디입니다.
 
혼자 슬픈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날따라 만난 서너 명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과 같은 슬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그날 밤, 무슨 일을 낼지 모릅니다. 혼자 절망을 느끼는데, 혼자 이 세상 살아 무엇하냐 하는 허무감에 사로잡혀 있는데 어쩌다 만난 사람이 ‘그래요? 나도 그런데...’하면 허무와 허무가 만나 쌍무가 되어 ‘에라 이놈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