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아내가 순식간에 소천되는 순간을 보면서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을 절감했습니다. 1월 20일 새벽 6시 반에 갑자기 목관이 빠지면서 출혈로 인해 기도(氣道)가 막혀서 호흡곤란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119에 연락하니 지금 곧 출동하겠다면 심폐소생술을 하라고 재촉하기에 열심히 가슴에 손을 얹고 빠른 박자로 누르는 동안 119대원들이 도착하여 긴급 처방을 하고 한양대 구리병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그러나 3시간 동안 여러 의료진이 갖은 수고를 다하였으나 결국 소생하지 못한 채 소천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6개월 전에 중환자실에서 콧줄로 식사하면서, 그리고 목에 관을 꽂고도 끈질기게 살아난 사람이 이렇게 순식간에 떠날 수 있습니까? 참으로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단어가 “인명은 재천”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데려가셨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최근 들어서 집사람은 무엇인가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왔습니다. 하루에 30여 개의 병원약을 먹으므로 화장실을 겨우 오갈 정도의 연약한 몸으로 갈비찜을 만들어 딸네 부부에 이어 아들네 식구들, 그 다음은 막내 등 세 차례나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19일은 왼 종일 안방에 있는 옷장에서 모든 옷들을 꺼내 정돈했고, 내 내의들이 너무 꾸겨져 있어 남이 보면 자기를 흉볼 것이라 하며 일일이 다림질을 하여 옷장에 넣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설날에는 온 식구들을 불러 대접하겠다며 많은 재료를 장만하여 냉장고에 차곡차곡 쟁겨넣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차려준 저녁 식사를 하다 말고 한다는 소리가 “요즈음 나는 몸은 아프나 마음은 최고의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어요.”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우리 자녀에서 목사가 나왔고 막내는 크리스천 가수들로 매월 선교방송을 하고 있고 딸 부부가 이룩한 신앙공동체가 활기 있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남편의 사랑을 이처럼 많이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매끼 음식을 차려주고 설거지해줄 뿐 아니라 약을 챙겨주고 요양보호사 이상의 수고로 각종 네볼라이즈, 셕선, 드레싱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해주니 너무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온종일 장례식장에서 수많은 문상객을 맞으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아내가 미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러기에 3월부터 예상되는 항암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차한 삶에서 벗어나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때에 순식간에 하나님이 불러가신 것이 아닐까? 한 달 전인 12월 28일에도 딸에게 문자를 띄우기를 “내가 먼저 가더라도 홀로 남은 아빠가 초라하지 않도록 보살펴 달라”는 유언 비슷한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단어가 그나마 지금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몸처럼 매일 같이 돌보던 아내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삶은 어찌 살아야 합니까? 이제 운전기사, 가정부, 간병인이라는 너무나 지치게 했던 무거운 짐을 벗었으니 맘껏 자유를 구가하며 살아볼까? 아닙니다. 그것은 노욕입니다. 이제 나의 생명은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고 거의 6개월 동안 아내를 돌보며 배웠던 섬기는 훈련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바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아내처럼 불림을 받아 하나님 앞에 설 때에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칭찬을 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