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2:6-13) 
 
1.
영국의 유명한 마이어(F. B. Meyer) 목사님이 한 번은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그에게 선상 예배를 인도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마이어 목사님은 흔쾌히 허락하고 예배를 인도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무신론자 한 사람이 친구의 권고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마이어 목사님은 ‘기도의 응답’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그를 인도한 친구가 설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절대로 기도의 응답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무신론자가 예배 후 갑판 위를 거닐다가 어느 부인이 창백한 안색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반쯤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의자 위로 펴져 있는 부인의 양 손바닥에 오렌지 두 개를 쥐여 주었습니다. 그리스도인 친구가 물었습니다. “자네가 아는 부인인가?” 친구는 모르는 여자이고, 그냥 재미로 장난친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두 친구가 갑판을 거닐다가 잠시 후 이 부인 곁을 다시 지나게 되었는데, 잠을 깬 부인이 아주 명랑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자기가 주었던 오렌지를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오렌지 맛있게 드시네요.”라고 그 무신론자가 말을 건넸더니, 부인은 아주 즐겁게 “하나님을 찬양합니다.”라고 응수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정색을 하고 물었습니다. “왜 하나님을 찬양하십니까? 그 오렌지 두 개는 사실 제가 부인에게 드린 것입니다.”
 
그러자 부인이 그 무신론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아, 그랬군요. 당신이 바로 기도 응답의 도구였군요. 감사해요. 사실 저는 뱃멀미가 너무 심해서 갑판에 나와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하나님께 오렌지 두 개만 먹고 싶다고 기도했거든요.”
 
사람에게 부탁해도 응답해 주는 게 상례인데, 살아계신 위대하신 하나님께 기도하고 부르짖는데, 어찌 응답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기도 생활에 우리 하나님께서 놀라운 지혜와 역사로 풍성하게 응답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2.
우리는 너무 모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지극히 적은 것 몇 개에 불과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천재라고 불리는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모래사장에서 모래알 몇 개 주운 정도일 뿐입니다.
 
우리는 너무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세상 이치를 다 아는 것 같이 아는 체하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소크라테스처럼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만을 안다.’고 겸허하게 대답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답입니다.
 
중학생 시절에 목사님을 찾아가 따진 적이 있습니다. “예정론이 뭡니까? 예정론을 저에게 설명해 주세요.” 그러자 목사님이 난처해하시며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얘, 내가 너에게 미분 적분을 설명하면 중학생인 너는 알아들을 수 있겠니?”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아하 이 세상에는 나에게 설명을 해 주어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게 있구나! 나에게 설명을 해 주고, 내가 다 이해해야만 사실이라고 믿던 그 시절에, 아무리 나에게 설명해 주어도, 아무리 논리적,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어도 그 용어 자체부터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이 세상의 이치, 이 세상의 이야기도 하물며 이런데, 우리 인간이 저 하나님의 세계, 하나님의 역사, 하나님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이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라면 모르겠는데,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신 분이고, 그분이 이 세상의 조물주요, 창조주요, 섭리자요, 심판주이시라면 우리가 그 하나님을 제대로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난 아무리 생각해도 왜 팔 길이가 요것밖에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보다 한 두 배쯤 늘어난다면 등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을 수 있겠는데, 가려운 곳을 긁으려면 같이 사는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몇 번 쯤은 해야 해결할 수 있으니 ... 아니 이왕 만드시는 것,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가제트 손으로 만드시지 ... 뒤통수에도 눈을 달아 놓으시면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 부담이 줄어들 텐데 왜 앞에만 눈을 달아놓으셨는지 ...
 
내가 하나님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입니다. 목사임에도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은 나에겐 미스테리한 존재이고, 지금도 이해 못 할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나는 언제나 그 하나님 앞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이해할 수 없고, 다 파악할 수 없는 하나님이시기에 나는 겸허히 그분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왜 그런지 아는가요? 이해할 수 없는 분이시지만, 그러나 그분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3.
그 길은 내가 찾은 길이 아닙니다. 그 길은 내가 고생고생하여 득도하여 얻은 길이 아닙니다. 그 길은 출가하여 몇 십 년을 고행하여 얻은 길이 아닙니다. 그 길은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내게 보여주신 길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을 때는 그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지 않을 때도 역시 그 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내가 사랑의 관계가 되자, 하나님은 나에게 당신을 알려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끼리는 서로를 공개하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처럼.
 
우리 부부는 가끔 말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응’하면 척 하니 알아서 행합니다. ‘그거’하면 무슨 소린지 다 압니다. 그러다가 혹 못 알아듣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대번에 ‘아니 그것도 몰라’하면 다 이루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를 공개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성경의 표현대로 벌거벗었으나 부끄럽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자기를 다 알아주기를 원합니다.
 
하나님, 그 위대하신 하나님께서, 그 베일에 싸여 계시던 창조주께서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자신을 가르쳐 주기를 원하셨습니다. 우리를 사랑하기에, 그 사랑 가운데 우리가 당신을 알아주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자신을 보여주기 시작하셨는데, 알려주기 시작하셨는데, 그 길이 뭔가요?
 
오늘 성경이 말합니다. 10절,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으니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시느니라.”
 
하나님의 영,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자신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영 성령은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셨답니다. 그 하나님의 영께서 우리에게 하나님을 보여주십니다.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 알려주십니다.
 
“사람의 일을 사람의 속에 있는 영 외에 누가 알리요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일도 하나님의 영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느니라.”
 
하나님의 영, 성령께서 어찌 하나님을 모르시겠습니까? 그런데 그 하나님의 영, 성령께서 우리에게 그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보여주시고 알려주신다고 합니다.
 
궁금한 게 많은가요? 도대체 하나님께서 나를 향한 뜻은 무엇인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게 뭔지 궁금한 게 많은가요? 도무지 하나님을 제대로 알 수 없어서 고민이 되는가요? 성령 받으십시오! 성령 충만하십시오!
 
예수님의 제자들도 사실 성령 받기 전까지는 형편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설교를 들어도 이건 영 돌팔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의 핵심을 제대로 짚는 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하면 좌하고, 좌하면 우하는 청개구리들이었습니다.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할까 싶은 그런 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40일이 지난 후,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 이후, 이들은 단번에 달라졌습니다. 그 무식하던 이들, 그토록 연약하던 인생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용감하게 하나님의 마음을 전파하였습니다. 이 세상의 권세자들 앞에서, 그 지혜로운 박사들 앞에서 얼마나 권위 있게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하는지 모른다. 논리 있게 전하는 게 아니라 권위 있게 전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영, 성령을 의지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나님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하나님의 깊은 뜻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우리가 깊고도 간절한 심령으로 묵상하고 간구할 때, 하나님의 영, 성령께서는 기꺼이 우리 안에서 ‘아하!’하는 감탄과 함께 우리에게 하나님의 뜻을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를 감동시키십니다. 이 감동을 많이 받는 이가 행복한 이입니다. 감동도 없이 냉랭하게 사는 이, 불쌍한 이입니다. 늘 성령의 감동을 받으며 사십시오.
 
4.
그런데 이 사실도 아는가요? 12절, “우리가 세상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온 영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 성령 받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집사님이 친구에게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구원을 주셨다고 하니까, 믿지 않는 그 친구가 비야냥 거리듯이 말했습니다. “하나님도 쫀쫀하다. 이왕 주려면 십원을 주시지 구원이 뭐냐?” 그러자 집사님이 그랬답니다. “이 사람아, 하나님께선 십일조 떼고 주시는 거 몰라?”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뭘 주셨는지 아는가요? 그것도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고 있는가요? 말라기 1:2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노라 하나 너희는 이르기를 주께서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나이까 하는 도다.”
 
하나님께서 많은 것으로 주시고, 많은 것으로 사랑을 베푸셨는데, 그래서 백성들을 향하여 ‘내가 너희를 사랑한다.’ 했더니 하는 말이 ‘하나님께서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습니까? 도대체 우리를 위해 하신 일이 뭡니까?’하며 대드는 것입니다.
 
마치 불효자들이 그 아버지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가 나를 위해 해 준 게 뭡니까? 엄마가 도대체 뭘 주셨다고 큰 소리십니까?’하고 대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들을 아는가요? 그것도 우리들에게 은혜로, 값없이 주신 것들을 아는가요? 모를 겁니다. 결코 모를 겁니다. 안다면 도리어 이상한 일입니다.
 
오늘 성경이 말하듯이 하나님의 영, 성령을 받기 전까지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을 결코 모릅니다. 마치 내가 내 힘으로 큰 것 같은데, 나중에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내가 자식을 키워보니 그때야 내 어머니가 얼마나 나를 위해 고생을 하셨는지, 내 아버지가 얼마나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셨는지 그때 가서야 아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제 힘으로 산 것 같이 여기고 있습니다. 제 힘으로, 제 능력으로 여태까지 살아왔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명언에 취하여, 자기 인생은 자기가 개척하는 것이라고 강한 프로메테우스같은 자세로 살았기에 오늘의 행복을 누리게 되었고, 지금의 기쁨을 누린다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적어도 하나님의 영, 성령을 받고 주 안에서 살아간다는 우리에게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온 영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
 
그러기에 성령 받고 나니 기가 막힙니다. 그게 다 내가 잘나서 그랬던 것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때 나를 붙잡아 주신 것이고, 주님께서 그때 나의 발걸음을 단호하게 옮기게 하신 것이었습니다. 지혜의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때 그런 생각을 갖게 하셨고, 그런 기회를 갖게 하신 것입니다. 평상시와 달리 꾸욱 참을 수 있도록 그때 하나님께서 나를 붙들어 주신 거였습니다.
 
아,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 내게 베푸신 은총들이 성령 하나님을 받고 나니 보이기 시작하는데, 유구무언, 끝없이 눈물을 쏟을 정도로,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 저것도 하나님의 은혜, 나는 정말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살아왔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다면 내 인생은 진작 끝장났습니다.
 
“이제껏 내가 산 것도 주님의 은혜라. 또 나를 장차 본향에 인도해 주시리.”
 
성령 받으면 이게 보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어떤 은혜를 주셨는지 그게 보입니다. 그리곤 매일 눈물 속에 감격과 감사로 기도의 제단을 쌓아갑니다. 이 감격이 성령 충만한 여러분에게 언제나 넘치기를 소망합니다.
 
5.
오늘 말씀 끝에 보니, ‘영적인 일은 영적인 것으로 분별하느니라.’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고양이는 고양이의 세계로 이해해야 제대로 이해합니다. 강아지는 강아지의 세계로 이해해야 옳게 이해합니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서로 싸우는 이유를 아는가요? 강아지는 앞발을 드는 게 친화, 평화의 제스추어인데, 고양이는 적대감, 공격성의 제스추어라고 합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이 두 세계를 자기중심의 세계로 이해하려니 싸울 수밖에.
 
영적인 것은 영적으로 이해해야지, 그걸 육적으로 이해한다면 핀트가 제대로 맞겠습니까? 육적인 것, 그것 역시 육적으로 이해해야지 영적으로 이해한다면 그것 역시 뭔가 불화의 소리가 납니다.
 
오늘은 성령 강림주일, 성령께서 이 땅에 임재하신 날을 기념합니다. 왜? 제대른 하나님의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하나님의 깊은 뜻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서, 그리곤 하나님께서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그동안 베푸신 사랑과 은혜를 알려주고 싶어서 하나님의 영, 성령이 이 세상에 오셨고, 하나님의 사람들, 성도들 가운데서 역사를 펼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신령한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영, 성령의 역사에 감동되십시오. 그 성령님께 도우심을 요청하십시오. 그리할 때 여러분 안에서 하나님의 영, 성령의 역사가 펼쳐질 것입니다.
 
이제부턴 여러분의 일을 육적으로 이해하지 마십시오. 이젠 영으로 이해하십시오. 왜냐하면 여러분은 영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성령 충만하여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와 사랑을 보며 감동과 감격의 시간 속에, 더욱 신령한 성도로 굳세게 살아가기를, 성령의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