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루살렘 외곽의 아인케럼, 세례요한의 고향이다. ⓒ 정달영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눅 1:44)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수태를 예고 받은 마리아는 친족인 엘리사벳이 살고 있는 아인케럼(Eim Karem)으로 찾아간다.

아인케렘은 ‘포도원의 샘’이란 뜻으로 예루살렘 서쪽 끝부분이다. 유대인의 학살 추모관인 야드바셈과 히브리대학교 의과대학인 하닷사 병원과 인접해 있다. 그럼에도 이 마을은 침엽수립으로 둘러싸인 한적하고 작은 촌락이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성경엔 친족관계로 나타나 있으나 실은 4촌이란 설이 있다. 그만큼 가깝지 않은 관계라면 나사렛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이 마을을 찾아가 6개월간 머무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처녀가 잉태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엘리사벳은 제사장인 사가랴의 아내이자 세례요한의 어머니이다. 이들 부부는 아론의 자손으로 하나님 앞에 의인이며 주(主)의 모든 계명과 규례를 흠없이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들 부부에겐 나이가 많도록 자녀를 생산하지 못하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수태를 하게 되었다. 마리아는 바로 이러한 언니 엘리사벳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개인적으로는 친족 간의 해후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경에 입각해 본다면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매우 크다.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한 여인과 수태의 능력이 없는 노파 사람의 아들 중 가장 큰 자를 은혜로 수태한 여인간의 만남이 아니던가?

“내 주의 모친이 내게 나아오니 이 어찌 된 일인고”(눅 1:43) 엘리사벳의 이러한 고백처럼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엘리사벳은 마침내 천사의 예언대로 세례요한을 낳았고 6개월 후 마리아는 베들레헴에서 아기 주님을 해산하게 되었다.

오늘날도 아인케럼은 옛과 같이 조용한 마을이나 주님의 길을 예비했던 세례요한의 고향임을 나타내주는 교회와 시설이 곳곳에 서있다. 성모 방문교회와 함께 세례요한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을 뿐 아니라 요한의 우물 등도 있다.

/ 홍익교회 장로, 평신도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