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연합신문 사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길고도 지루했던 무더위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기운이 감돌자 가장 먼저 들려오는 소식은 가을에 있을 각 교단(敎團)들의 총회와 관련한 소식이다. 각 교단마다 진작부터 준비한 갖가지 상정될 의안들을 취합하는 한편 새로운 임원선출을 위한 물밑작업 또한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맘때면 꼭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군소교단들의 합병(合倂)과 관련한 소식들인 것 같다.

한국교회 거의 대부분 교단들이 뭉쳤다가 갈라서기를 반복해 오고 있지만 특별히 그 가운데에서도 장로교단들의 부산한 움직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가장 많이 찢어지고 쪼개진 것 또한 장로교단이다. 근자에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300여 교단에 이른다 하니, 아마도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장로교단의 수는 가히 상상 이상이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황차 근년에 들어 부쩍 이른바 ‘나홀로 교단’이 적지 아니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목사 한 사람이 혼자 교단장과 신학교 학장에다 담임목사까지 독식하고 있는 형태이다. 어쩌다가 이런 일까지 다 생겨나게 됐는지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좀 심하게 말하자면 혼자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은 탓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세상에서도 교회를 향해 꼬집어 말할 때 ‘제 잘난 것들’이라는 좀 듣기 불편한 표현들을 쓰고 있는 것을 결코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그러하다. 각자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 안에서 나름대로 교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자신의 목회철학에 맞춰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목회를 하다보면 흔히 그런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성 싶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굳어진 타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한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적 성격이 강한 교단의 속성에 적응이 잘 되지 않으리라는 점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모인 교회가 같은 신학노선과 정통성을 왜 여럿으로 나누어 끌고 가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닌 수 백 개의 조직으로 분열되어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 일조차도 서슴치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근자에 해마다 그래왔듯이 올 가을 총회에서도 모이고 흩어짐의 역사는 되풀이 될 모양이다. 같은 신학노선에 같은 정통성을 주장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름으로 교단을 만들었다가 또 어느 땐가는 서로 합하기를 반복하는 사이 늘어나는 것은 교단장(敎團長)의 수에 불과할 뿐 오히려 성도들의 보기에나 세상의 눈에는 불신만 가득할 뿐이다. 여느 해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가을이 되어서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다 멍해진다.

어느 특정인이나 그를 따르는 추종세력들이 삼삼오오 모여 직분이나 명예를 나눠 갖는 일을 더 이상 자랑으로 여기지는 말았으면 한다. 특히 아주 사소한 이권에 눈이 어두워 합병이나 통합에 반기를 들고 또 하나의 또래집단을 만드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여름이 뜨거웠던 만큼 가을은 더욱 아름다운 결실이 기대되는 법, 부디 올 가을 총회는 여느 때와는 다른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합병과 분열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가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