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한 번 해 봅니다. 몫 좋은 거리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의류가게가 하나 있고 그 가게 앞에 세워진 쇼 윈도우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팔등신의 마네킹이 최신식 수영복을 입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만일 그 마네킹이 사시사철, 봄바람 살랑대는 이른 봄에도, 눈보라 몰아치는 추운 겨울에도 언제나 수영복 차림으로 서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가게에 조명이 아무리 아름답고 인테리어가 아무리 세련되어도 사람들은 대뜸 “이 가게 주인은 참 계절 감각이 없다. 경영에는 아주 맹(盲)이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좀 심하게는 “이 가게는 돈만 처발랐지 망하기로 작정을 했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잘 생긴 사람이라도 일 년 내내 옷 한번 갈아입지 않고 겨울이고 여름이고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면 사람들은 아마 이 사람의 정신 상태를 의심할 것입니다.

누가 그런 사람 곁에 가고 싶겠고 누가 그의 친구가 되고 싶겠습니까? 사람이든 기업이든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신을 꽤할 줄 알 때 인정을 받고 발전을 하게 되는 것은 생각을 깊이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변화에 가장 둔감한 집단이 교회라고 합니다. 예배나 행사, 사역이나 교회운영, 교육이나 봉사가 수십 년 전 그대로인 교회가 많습니다. 한국교회는 1983년에 만든 찬송가를 지금까지 그대로 불렀고 2006년도에 21세기 찬송가를 다시 만들었지만 그 역시 한국인 작사 작곡가의 찬송을 몇 곡 더 첨가했을 뿐 별반 변화가 없고 그 마저 여러 트집으로 옛날 찬송가를 고집하는 지도자들이 아직 많습니다. 성경 역시 그렇습니다. 고어에 가까운 수준의 성경 번역본을 무슨 신앙을 지키듯 지키려고만 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교회의 보수적 속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답보 상태에 있거나 퇴보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마인드(Mind)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지도자 자신이 시대나 환경 변화에 따라 발전할 능력은 없고 그러면서도 기득권을 지키고 권위를 행사해야 한다는 자기 방어수단으로 변화를 가로 막는다는 것입니다. 리더십이 손상되고 권위가 약화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앞으로 나가는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폐쇄적인 성격의 사람들이나 권위적인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은 자신감이 결여되고 열등의식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아도 그가 입는 옷은 계절 따라 바꿔 입어야 하듯이 복음은 변하지 않지만 복음을 담고 그것을 보여주는 그릇이나 방식은 변해야 합니다. 복음의 현장이 바뀌고 그것을 받아 드리는 사람이 바뀌고 이해하는 방법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내용을 변질 시켜서는 안 되지만 형식은 발전돼야 효율적입니다.

우리 교회는 여름 성경학교를 "Let's go The Bible land" 라는 프로그램으로 바꾸었습니다. 우리는“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로 시작되는 어릴 적 여름 성경학교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거기서 복음을 배웠고 또 가르친 향수를 가지고 있고 지금도“흰 구름 뭉게뭉게”하는 노래를 생각하면 어릴 적 향수로 가슴이 벅찬 진함 감동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흰 구름 뭉게뭉게”에는 아무런 흥미도 갖지 못하는 낮선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도 그렇습니다. 방법은 이것입니다. 시대를 알고 지도자들이 변하고 변하지 못하면 변화를 인정이라도 하자는 것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못을 갈아입어야 합니다.

/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