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목회자들이 목회에서 가장 힘든 것이 당회 운영이라고 한다. 교회성장을 위해서 소신껏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행해 보려고 해도 당회의 반대로 무산될 때가 많다고 탄식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면 목회에서 가장 적정한 당회원의 숫자는 얼마일까? 당회원의 수가 적으면 목회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랜 기간 목회를 경험한 바에 의하면 적은 수의 당회원들과 교회 운영을 할 때 더 어려웠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내가 30대 초반에 농촌교회에서 목회할 때는 장로 한 분과 당회를 운영했다. 그 분은 대학 교수로서 농촌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농촌에서 살고 있었다. 기독교장로회에서 신학공부를 한 경력도 있었기에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 면에서는 나하고는 코드가 맞았다. 그런 때문에 중학교를 가진 못한 마을 청소년들을 위해서 교회가 재건학교도 운영했고 마을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축구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분의 집은 교회로부터 10여리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탓인지 주일날 외에는 새벽기도회나 수요기도회에 참석 못하고 있어다. 그 때문에 교인들에게 늘 비판대상이었다. 그런 때문인가,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자기 돈을 써가며 봉사하는 열심히 있었지만, 의견에 내키지 않는 일, 특히 영성(靈性)의 관한 일에는 별로 동조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보다 경험이나 학식, 재정에서 앞 서 있는 분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이처럼 의식적으로 깨어 있는 분에게서도 목회자로서 벽을 느낄 때가 많다면, 신앙적으로 옹고집이 있는 분들이 당회원으로 있는 농촌교회나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은 얼마나 힘들 때가 많겠는가? 그러한 경험을 홍익교회 초기목회 시에 했었다. 35세 나이에 농촌교회를 떠나 홍익교회에 부임했을 때, 당회원이 두 분이었다. 한분은 스스로 성경을 100번 읽었다고 자랑하지만 사업에는 실패한 분이고, 한분은 사업에는 성공한 분이지만, 신앙 면에서는 깊지 못한 분이었다.

그런 대조적인 두 분과 함께 당회를 운영하다 보면 번번이 의견다툼이 일 수 밖에 없었다. 한 분은 무슨 일이나 신앙적인 면에 우선하는 것 같으나 터무니없는 의견이 많은 반면, 한 분은 교회 운영을 세상 사업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하기 때문에 회의가 한없이 길어지거나 다음 당회로 결정을 연기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의견다툼에 내가 한 쪽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지면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었다.

더 답답한 것은, 당회 시간에 성경을 많이 알고 있다는 분이 예배에 대해 너무나 깊이 따지고 드는 데 있었다. “예배는 하나님께 경건히 드리는 것인데, 특별 찬양하러 나온 분들이 교인들에게 절하는 것이나 박수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후예배 시간에 교육전도사들이 설교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성경 해석이 너무 수준이 낮다.” “찬양대원 중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자가 있다.” “예배 시간에 키타 치는 일을 금해야 옳다.”

매 당회 때마다 평소 갖고 있는 불만을 피력하니 너무나 피곤하다. 그 분의 견해는 어릴 때부터 북한에서 유교적인 관습에 젖어있던 유명 목회자들로부터 받은 교육의 영향에 의해 형성된 것 같았다. 그러므로 그 분의 구시대적 견해는, 한참 청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함으로 성장의 활기가 넘치고 있는 교회에 찬물을 뿌리는 격이 되었다. 그 때마다 목회차원에서 나는 그와 신학적으로 맞서 의견다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때는 너무나 안타까이 기도하는 중에 떠오른 생각이 당회에 두 분의 권사를 옵서버로 참석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분들은 결의권은 없었으나 두 장로분의 의견다툼을 어느 정도 막는 역할을 해줌으로 교회가 발전할 수 있었다. 신앙적인 고집을 가진 장로 분은 다행히도 권사 분들의 말에는 다소 양보하는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장로 한 분이 이사 오면서 우리 교회 출석하게 되고 협동장로로 모시면서 당회가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다행히 그 분은 총회 경험이 많은 분였기에 두 분 장로분의 의견이 팽팽할 때는 조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당회원수가 적다고 해서 의견조율이 쉬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회가 성장하면서 당회원수가 많아질수록 회의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당회원이 10명 이상 넘어서면 당회에 어떤 사안을 내놓을 때 자료와 함께 설득력 있게 설명하면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때로 한 두 사람의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다수의 의견에 의해 의견은 조율되고는 했다.

물론, 내 나름대로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실기(失期)할 것 같다는 성급함에 무리한 의안을 내놓았다가 다수가 반대하는 바람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훗날 보면 그러한 포기가 오히려 교회의 유익이 되었다는 사실도 발견하기도 했다. 경험에 의하면, 당회원 수가 소수일 때보다는 다수일 때가 의견조율이 쉽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수일 때의 위험은 파벌이다. 어느 조직이든지 사람의 수가 많아지면 자연적으로 파벌이 조성되기가 쉬운 것이다.

또한 목회자가 자주 바뀌거나, 혹은 강한 리더십을 가진 목회자가 교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려하거나 교회 창립 멤버들이 주도적으로 텃세할 때, 혹은 교회 불만 세력들이 규합하여 교회를 우지좌지 하려할 때 파벌이 조성되어 교회가 시험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30여 년 동안 20여분의 당회원들과 평안 가운데 목회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파벌이 없는 당회에서 장기목회를 하고 은퇴했다는 사실을 지금도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