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신점교회 김종석 장로

크고 작은 어느 조직, 어느 공동체나 실제로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몇 사람 되지 않는다. 교회라는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대형교회나 소형교회를 막론하고 교회를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체는 당회라는 소수의 목사와 장로들이다. 따라서 당회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운영되느냐는 교회의 성장과 성공적인 목회와 직결된다. 따라서 당회가 분열되거나 어느 한두 사람의 독선이 지배하면 필연적으로 분규가 생겨 교회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깨어지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실제로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키며 기독교 불신의 빌미가 되고 있는 일부 대형교회의 ‘교회주도권 싸움’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당회원인 목사와 장로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역할이 크고 중요한 만큼 책임도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實例)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양평 신점교회 김종석 장로

당회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와 인격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목사가 장로를 단순하게 ‘목회를 돕는 조력자’로 생각하거나 장로가 목사를 ‘독선적인 지배자, 또는 꼭 견제해야 할 상대’로 편견을 갖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상대의 사역과 역할에 대한 상호존중과 함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목사와 장로, 장로와 장로들 간에 권위적인 수직적 계급의식이 존재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역 내용이나 나이, 경력을 초월하는 수평적이고 인격적인 관계야말로 조직의 힘을 극대화하고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공동체운영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능력과 역할은 어려운 역경에 처했을 때 빛을 발하기도 하고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바람직한 지도자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빛을 발한다. 교회공동체에서도 개척기나 분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을 던져 희생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지도자가 있을 때 그 교회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서울노회 수많은 교회들 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열악한 환경과 역경을 극복하고 목사와 장로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으로 하나 되어 든든한 교회를 세운 지도자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양평 신점교회 김종석 장로(80)가 그 주인공이다.

조성묵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양평 신점교회는 참 특별한 주변 환경 속에 있는 작은 교회지만 역사는 멀리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가 무려 108년이나 되는 교회다.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산 골짜기 용문사 입구 개울가다. 이 지역 대부분의 토지는 용문사가 소유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가게는 물론 노점상을 하려해도 용문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역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 골짜기 신점 1리와 2리에 옛날부터 2개의 작은 교회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74년에 두 개의 교회를 한 개로 통합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교회가 합쳐졌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발단이 되었다. 교회가 하나로 통합된 후 어느 날 담임목사가 토지 일부를 처분하려 한 것이다. 교인들은 교회재산을 처분하는 것이 옳지 않다며 반대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30여명의 교인들 중에서 20여명이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때 쫓겨난 20여 명 중에 김종석 장로도 있었다. 그렇게 쫓겨난 교인들은 지금의 교회부근 교우의 집 사랑방에 모여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몇 명의 목회자가 잠간씩 시무하다가 떠나갔다. 모두 참 열성적인 목회자들이었다. 산자락 가정집을 오가며 드리는 예배가 몇 년간 더 계속 되었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신앙생활은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교인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5년도에 조성묵 목사가 부임했다. 교회여건은 여전히 어려웠다. 예배당도 없고 목회자 사택도 없는 형편이었다. 조목사는 더욱 열성을 다하여 교인들을 위로하고 추스르며 예배와 기도에 힘썼다. 그 옆에서는 항상 김종석 장로가 함께했다.

어느 날 김종석 장로가 조목사를 찾아왔다. 자신의 토지 150평을 교회에 내놓겠다고 했다. 그동안 예배당이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교인들을 보며 안타까웠던 그에게 하나님께서 결단의 마음을 주신 것이다. 이때부터 신점교회는 ‘창고예배’로 바뀌었다. 토지가 마련되자 교인들 중에서 교회를 신축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회신축은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지역의 토지사용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와 건축 관계법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은 법을 어기고 어물쩍 건축하라는 충고도 했다. 그러나 조목사는 그럴 수 없었다. 교회가 국법을 무시하고 건축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연스럽게 지역의 토지이용규제가 풀리고 건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었는지. 우리 교회가 합법적으로 건축된 후에 다시 이 지역 토지들이 규제에 묶여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거든요” 조성묵목사의 말이다. 2003년도에 교회를 건축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일시적으로 토지규제가 풀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의 예배당이 건축되었다. 교회당 건축은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전교인들이 힘과 정성을 모아 이루어졌다. 한마음 한뜻으로 건축공사에 힘을 보탠 것이다. 여성교인들은 공사장 일꾼들의 밥을 짓고 부엌일에 앞장섰으며 일꾼들이 없는 밤늦은 시간에 공사용 시멘트가 들어올 때면 조목사와 김장로가 무거운 시멘트를 하차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물론 전 교인이 모두 수고하셨지만 김장로님의 힘이 무척 컸지요” 조목사의 말이다. 김종석장로는 150평의 교회 부지를 교회에 헌납했을 뿐만 아니라 교회건축공사에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헌신했다고 한다.

교회를 세울 토지를 헌납하고 헌신하며 섬기는 대들보 같은 장로

김종석장로를 만나기 위해 신점교회를 찾은 날은 날씨가 아직 풀리지 않아 매우 추웠던 지난 2월 18일이었다. 신점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만난 김종석장로는 80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 김장로는 지금도 2천여 평의 밭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자녀들은 노령의 아버지가 농삿일하는 것을 말렸지만 농토를 그냥 방치할 수야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농사를 지어야 교인들, 이웃들과도 나누어 먹을 수 있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장로는 자매교회나 이웃들은 물론 교회를 찾는 손님들에게 배추 한 포기라도 나누어주는 따뜻함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 양평 신점교회 전경

“요즘은 겨울철이라 마을회관에 나가 소일하지요. 우리 노인회 회원이 90명이나 돼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물으니 마을 노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마을회관에 나간다고 한다. 그런데 가구 수가 많지 않아 보이는 마을인데 노인 회원이 90명이나 된다고 하니 놀랍다. “우리 교인이 50여명인데 대부분 노인들입니다. 요즘 우리 농촌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참 우리 김장로님은 마을회관 화장실을 매일 청소를 하신답니다. 청소 봉사지요“ 조목사의 설명이다. 김종석 장로는 마을회관에서 단순히 어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매일 회관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서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인가.

김장로는 자그마한 체구지만 건강이 넘쳐나고 정다운 미소를 간직한 얼굴표정이 소박하고 자애롭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담임목사와 은퇴장로의 눈길도 정다움이 넘쳐나고 있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모범적인 동역자의 모습이었다. 김종석장로는 모태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믿음을 지켜왔다. 조부 때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로 부인 황태옥(79세)권사와의 사이에 4남매를 두었다. 모두 출가시켰는데 아들과 맏사위는 장로이고 딸도 권사라고 한다. 둘째와 셋째 사위는 안수집사인데 셋째 사위는 신학을 공부중이라 했다. 자녀들도 모두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주님으로부터 큰 복을 받은 가정이었다.

복된 가정이지만 김종석 장로님과 가정에 축복의 기원을 드리고 싶다.

“김종석 장로님, 남은 생애도 교회와 하나님께 충성봉사하시면서, 권사님, 자녀들과 더불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홍익교회 장로, 시인 (서울노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