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영국의 대표적 무신론자였던 앤터니 플루(Antony Flew) 교수가 마음을 바꾸어 하나님을 믿게 되었다고 하여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된 일이 있습니다. 반세기 넘도록 무신론의 대표적 옹호자로 활동한 영국의 철학교수가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 세계적 뉴스거리가 된 것입니다. 그는 30권이 넘는 철학서를 집필하며 반세기 동안 무신론주의자로 살다가 그 자신의 학문과 주장을 뒤엎고 그동안의 그의 이론이 허구였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그의 신앙적 고백은 세계의 뉴스거리였고 정말 대단한 결단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반세기 동안의 학문적 업적과 삶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었기에 그 용기 또한 뉴스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이요 이성주의자였던 이어령 씨의 회심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늦게라도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했던 자신의 주장의 오류를 깨닫고 또 그것을 고백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엄청난 용기입니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삶에 대하여 그만큼 진지하다는 의미도 됩니다. 비록 무신론자로 하나님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살아온 인생이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진지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는 그로 인해서 그를 추종했던 무신론자들로부터 엄청난 모욕을 당했고 비난을 감수했어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단지 신에 대한 비판을 즐기거나 생각 없이 증오하는 다른 무신론자들과 달리‘무신론’을 체계적으로 입증한 철학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어령 씨가 딸(이민아)을 통해 생명의 기적을 일으키시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그는‘현대 과학으로 드러난 세계상’때문에 하나님을 믿게 됐다고 합니다. 곧 더 깊이 알고 바로 알고 보니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과거가 송두리째 오류로 판정을 받더라도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꿀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삶의 문제를 진정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때 하나님의 존재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훨씬 더 정직한 것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 뒤 그는 “존재하는 신(There is a God>)”이라는 책을 통하여 그의 회심을 밝혔고 그가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의 정직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그 책의 부제(副題)를‘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무신론자는 어떻게 마음을 바꾸었나(How the World’s Most Notorious Atheist Changed His Mind)라고 달아서 그의 회심을 극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나는 그가 하나님을 믿게 되었다는 것에 그다지 놀라지 않습니다. 어쩜 그 좋은 머리와 깊고 높은 학문적 탐구로도 반세기 동안이나 찾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하나님을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하나님을 아는 것은 인간의 지적 능력이나 학문적 탐구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알 수 있기에 우리 역시 자랑할 수 없지만 그런 면에서는 그보다 우리가 더 지혜롭고 명철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용기입니다.

무신론자들은 물론 온 세계 지성들이 그의 학문적 업적을 우러러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30여권의 책을 통하여 주장해 온 그의 무신론적 이론이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릴 그의 명예의 추락을 각오하고 그는 하나님 앞에 정직히 무릎 꿇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그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려도 하나님 앞에 정직한 것이 바른 태도임을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은 용기야 말로 그 어떤 표현으로도 그의 학자적 양심과 진지한 삶의 태도를 다 치하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는 반세기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이뤄낸 학문적 성과이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과감히 내려놓고 진리 앞에 고개 숙일 줄 아는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더 존경스러운 것은 요즘 우리사회 여론을 휘젓고 있는 얼치기 무신론자들의 오만 불손한 태도에 식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치관의 혼돈을 가져오는 대중매체들, 엽기적 행동으로 사회적 불만 세력을 부추겨서 교회를 폄훼하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나 거룩한 찬송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추하게 패러디하는 못된 사람들을 보면서 비록 무신론자라고 해도 좀 더 진지한 삶의 태도라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철학이나 논리도 없이 감정적인 유희를 즐기기 위해 교회나 기독교에 대하여 무책임한 언어로 인터넷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마치 무슨 용기인 것처럼 선전하는 정치 바람잡이들을 보면서 참으로 용기 있는 지식인들, 사상가들, 지도자들이 아쉬워집니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깊이 있게 성찰하고, 책임 있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묻고 싶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잘못을 하고도 사과할 줄 모르고, 또 다른 궤변으로 자신을 정당화시키고, 그것이 무슨 재주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로 용기 있는 사람이 아쉬워집니다.

우리가 언제나 옳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허무한 것, 잘못된 것을 붙잡고 그것이 진리인 양 시간을 보내고 인생을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잘못 생각하고 잘못 판단한다고 해도 적어도 자기 사고(思考)와 행위에 대하여 진지할 수는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언젠가는 바로 될 수 있고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말에 진지성이 없고 행동에 책임성이 없는 한 바로 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깨닫는 자가 복이 있는 사람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