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24:18-22 ::

우리는 오늘 예순여섯 번째 광복주일을 맞이했습니다. 66년 전, 오늘은 온 나라가 해방의 기쁨과 감격에 들떠 있었습니다. 방방곡곡에서 만백성들이 일어나 목이 쉬도록 “대한독립 만세”를 외쳐 댔습니다. 지긋지긋한 일제의 만행에서 벗어난 기쁨과 감격이 삼천리 금수강산에 가득 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66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해방의 기쁨과 감격이 많이 퇴색해졌습니다. 일제를 겪은 부모님 세대들은 하나 둘씩 우리 곁을 떠나고, 우리의 자녀들은 일제의 고통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고통이 우리의 기억에서 가물가물 사라지면서, 해방의 기쁨과 감격도 동시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다시금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함께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말씀은 하나님께서 가나안 복지를 목전에 두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제 애굽에서 종노릇하다가 해방된 지 40년이 지났습니다. 40년 동안의 광야생활을 청산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목전에 두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하나님이 세 가지를 명령하고 있습니다. 18절 말씀을 보겠습니다. “너는 애굽에서 종이 되었던 일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거기서 속량하신 것을 기억하라”고 했습니다. 첫째는 이스라엘백성들이 애굽의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애굽에서 종노릇하던 수치와 고통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수치와 고통으로 점철된 역사를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랑스런 시절은 기억하려고 합니다만 수치스럽고 고통스런 시절은 잊으려고 합니다. 영광의 역사는 기억하려 하지만 치욕의 역사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 하나님은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던 시절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영광의 역사보다 먼저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은 이런 하나님의 명령을 지금도 준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멀게는 4천 년 전 자신들이 애굽에서 당했던 수치와 고난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월절을 지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월절은 우리로 하면 광복절과 같습니다. 이들은 해마다 유월절을 지키면서 애굽에서 당한 고난을 잊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 날이 되면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병을 먹습니다. 이 무교병은 맛이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먹지도 못할 것입니다. 우리로 말하면 주먹밥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쓴나물을 쓴 양념에 찍어 먹습니다. 이렇게 입에 맞지 않는 거친 음식들을 먹으면서 애굽의 고통스럽던 시절을 생생히 체험합니다.


또 가깝게는 독일의 나치 정권이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 때 당했던 역사의 현장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생생하게 기억하도록 합니다. 예루살렘에 가면 ‘유대인학살 기념박물관’이 있습니다. 한국의 성지순례단은 가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만 사실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입니다. 여기는 유대인들이 2차대전시 독일의 나치에게 당했던 자신들의 수치를 고스란히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처형된 유대인들을 나라별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한 나라에 한 기둥 씩 세워 놓고 거기에 희생된 유대인들의 숫자를 기록해 놓았습니다. 또 어린이 희생관에는 실내를 어둡게 하고 커다란 대형 유리들을 셀 수 없이 설치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촛불을 켜 놓고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나치의 손에 죽어간 백이십만 명의 어린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씩 부릅니다. 이러면서 그 때의 참상을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밖에 수많은 참혹한 처형기구, 잔혹한 처형 장면, 학살 현장을 찍은 사진들이나 증거물들을 수집해 놓았습니다. 한마디로 유대인 학살 기념관은 유대인들이 당한 수치를 한 군데에 총집결시켜 놓은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수치, 없애 버리고 싶은 수치, 끔찍해서 눈감아 버리고 싶은 수치를 저들은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 전시실 2층에는 동판으로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습니다. “Forgetfulness leads to exile, while remembrance is the secret of redemption" 망각은 노예로 이끌고, 기억은 구원의 비밀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 당한 역사의 고통과 치욕을 잊어버리면 또다시 노예로 전락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고통과 치욕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민족은 절대로 노예로 전락하지 않고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 명제를 기억하고,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끊임없이 문학작품이나 예술 활동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영화 “지붕위의 바이올린”, “홀로코스트”, “쏘피의 선택”, “쉰들러리스트”, “피아니스트” 이런 영화들은 한결같이 자기들이 당한 수치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유대인들의 작품들입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그들은 지금도 ‘그 때의 치욕과 고통을 오늘 자신들도 기억하고 후손들에게도 기억시켜 주려고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본받아야 합니다. “너희는 애굽에서 종이 되었던 일을 기억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오늘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우리는 일제에게 종노릇하던 때를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역사의 자랑스러운 때도 기억해야 하지만 수치스럽고 어두웠던 때도 기억해야 합니다. 영광의 역사보다 치욕의 역사를 더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제의 폭정으로 우리의 선조들이 당했던 그 수치와 고통을 잊지 말고 생생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아버님과 형님들을 강제 징집해서 노역을 시켰을 뿐 아니라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썼던 일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어머님들과 누이들을 정신대로 끌고 다니고, 그것도 부족해서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유린했던 일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말의 사용금지는 물론이고 우리 이름조차 갖지 못하게 했던 일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하늘을 쳐다보는 민족에게는 희망이 있다 해서 연조차 날리지 못하게 했던 그들의 만행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옛 총독부 건물을 철거할 것이냐 보존할 것이냐를 놓고 갑논을박 한 적이 있었습니다. 소위 보존론자들과 철거론자들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그러다가 철거론자들의 주장이 우세해서 93년에 철거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결국 그 다음 다음해인 95년 8․15 광복절에 총독부 건물의 첨탑을 절단해서 끌어내렸습니다. 그 당시에 철거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그 건물이 치욕의 상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건물은 수치로만 점철된 건물은 아니었습니다. 이 건물은 해방 후 대한민국 건국의 산실이었습니다. 이 건물은 일본총독으로부터 항복문서를 전달받은 곳입니다. 또 제헌국회와 초대대통령 취임식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후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그리고 정부청사 등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9․28 수복 후에 태극기가 게양되어서 온 국민들에게 안도와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해 준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 현대사의 숨결이 숨쉬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의 역사가 없었다 해도 그래서 수치의 상징으로만 점철되었다 해도, 이 건물은 결코 헐려서는 안되는 건물이었습니다. 아니 수치의 상징이기 때문에 더더욱 보존해야 했습니다. 총독부 건물이 철거된 결과 우리는 과거의 수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옛 총독부 건물이 철거될 때 제일 기뻐한 자들이 누구였습니까? 일본 지도층과 식자층이었습니다. 허무는 데만 수천 억 원 이상 들어가는데 피해자가 스스로, 그것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면서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흔적을 없애 주는 것을 일본의 지도자들은 오히려 고맙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 건물을 곱게 보전해서 대대로 우리의 수치를 기억해야 했습니다. 온 백성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대통령과 장관들과 이 나라의 정계, 재계, 종교계 지도자들이 눈엣가시와 같은 그 건물을 매일같이 보면서 치욕의 역사를 뼈져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가 왜 과거의 치욕을 기억하려는 것인가?” 이것입니다. 오늘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애굽의 종노릇하던 때를 기억하라고 하십니까? 이스라엘 백성들 마음이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기를 원했기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시는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과거처럼 애굽의 종노릇하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가 왜 일제의 종노릇하던 때를 기억해야 합니까? 70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 일본에 대한 증오심으로 살기 위함입니까? 아닙니다. 원수를 갚자는 것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원수갚음은 계속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입니다. 우리들이 과거의 치욕을 기억하려는 것은 다시는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다시는 남의 나라에게 주권을 빼앗기고 개, 돼지처럼 살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가해자로 하여금 ‘진심으로 사과하게 하고 다시는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게 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지금 일본은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과하기는 커녕 저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지도자들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당당하게 참배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과거에는 우리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했지만 이제는 노골적으로 합니다. 일본의 헌법을 개정해서 군사대국의 길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제 식민지 시대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어서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것 뿐이 아닙니다. 일본의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공공연히 우리 민족을 능멸하는 폭언을 퍼붓고 있습니다. 남북의 무력대결을 바라는 듯한 뉴앙스를 풍기는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제는 독도를 자기들의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언동들이 일본의 유권자들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언동을 하는 정치인들이 일본의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지금 극우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지고 있습니다. 과거 대동아전쟁 당시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독일은 그래도 좀 났습니다. 독일은 철저히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유대인에게 깊이 사죄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요구하는 이상으로 보상하고 각종 지원을 계속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자기 나라의 청소년들에게 독일학자가 쓴 독일역사책을 교과서로 채택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대신 프랑스 학자가 쓴 독일 역사책을 교과서로 채택해서 가르쳤습니다. 독일 학자가 쓴 독일 역사책은 자칫하면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을 미화하기 쉽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일본의 행태는 치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과거의 치욕의 역사를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들을 저희들이 우습게보고 깔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아무 생각없이 일본문화를 추종하고, 일본상품, 일식집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이 비웃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일제의 종노릇하던 치욕의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본에 당한 치욕을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3․1 운동과 8․15 해방일은 기억하지만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기고 합병을 당한 8월 29일 국치일은 기억하려하지 않습니다. 눈을 씻고 달력을 찾아봐도 국치일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천안 근처에 세워진 독립기념관을 가보면 7개 전시관 모두가 일제 만행에 대한 우리 민족의 불굴의 항거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모두가 영광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데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일제에게 당한 수치와 고통을 기억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스라엘백성들이 유월절에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 과거의 치욕을 기억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우리들도 여러가지 상징적인 방법을 통해 그 날의 치욕을 기억해야 합니다. 독립기념관에도 ‘한국인 학살관’, ‘생체실험관’, ‘언어말살관’, ‘정신대참상관' 이런 방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을 청소년들의 의무견학장소로 만들어서 후손 대대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지금의 독립 기념관은 수치의 역사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수집하고 보강해서 치욕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소로 삼아야 합니다. 자신의 역사를, 그것도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망하고 맙니다. 역사를 통해 교훈받지 못하는 민족은 망하고 맙니다. 물고기는 5초만 지나면 자신의 과거를 잊고 맙니다. 5초만 지나면 과거를 잊고 또 낚시밥을 먹다가 낚싯줄에 걸려 죽고 맙니다. 기억은 칼을 쥐지 못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무기입니다. 기억은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향해 같은 폭력으로 맞서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무기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일제의 만행을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부끄럽지만 그 치욕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해서 그대로 우리의 자손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둘째는 애굽에서 종노릇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이 해방시키셨음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거기서 속량하신 것을 기억하라” 했습니다. 하나님은 애굽에서 고통받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기억하시고 모세를 보내셨습니다. 그를 통해 이스라엘백성들을 해방시키셨습니다. 그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한 일이라고는 하나님께 원망하고 불평한 것 뿐입니다. 이런 어리석고 무지한 백성들을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셔서 해방의 은총을 주셨습니다. 오늘 하나님은 이 은총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하나님의 명령을 기억하고 오늘도 유월절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유월절을 거국적으로 지키면서 지금도 그들은 자기들을 해방시켜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해방된 것은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우리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것은 우리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일제에서 해방되던 당시 우리들이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청산리전투에서 일제에게 큰 타격을 가한 것도 사실이요, 김구선생을 중심으로 상해임시정부가 독립을 위해 애쓴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해방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김구선생이 이끌었던 상해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이 막 시작되려고 할 때, 우리는 갑자기 해방을 맞이했습니다. 우리의 해방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의 결과입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감사할 줄 아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1948년 200명의 국회의원들이 처음으로 모여 나라의 기틀을 잡은 국회를 제헌국회라고 합니다. 그 때 그 역사적인 날, 1948년 5월 31일 처음으로 모여 처음 한 일이 임시의장을 뽑는 일이었습니다. 그 때 임시의장으로 뽑힌 사람이 바로 이승만박사입니다. 그 이승만 박사가 처음으로 한 말이 “우리에게 독립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기도하고 시작하겠습니다.” 하고는 국회의원이자 목사님이셨던 이윤영목사님에게 기도를 청했습니다. 그래서 이윤영목사님이 등단해서 국회의원 전원이 기립한 가운데 하나님께 드린 기도문이 국회속기록 첫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복을 내리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오랜 세월 동안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고 정의의 칼을 빼셔서 일제의 폭력을 굽히셨으며 세계인의 양심을 움직이시고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으심으로서 역사적인 환희의 날이 우리에게 오게 하시고 하나님의 섭리가 세계만방에 드러나게 하셨음을 믿습니다.”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제헌국회에서 처음 한 일이 우리에게 독립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기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잘 한 일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이 나라를 해방시키시고, 독립된 나라로 이끄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인정하고 감사했습니다. 이제 후손들이 이 엄연한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해방을 주시고 독립을 허락하신 이 하나님의 은총을 기억하고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셋째로 이와같이 하나님의 은총을 기억하는 백성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19절-22절 말씀을 보겠습니다. “네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에 그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가져오지 말고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리라” 가을에 추수할 때 곡식단을 떨어뜨렸으면 줍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것입니다. 왭니까? 어려운 이웃들이 그것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또 “네가 네 감람나무를 떤 후에 그 가지를 다시 살피지 말고 그 남은 것은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며 네가 네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이 일을 행하라 명령하노라” 했습니다. 과거의 고난의 역사,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은총으로 해방을 맛본 자들에게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너희는 객과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애굽에서 종되었던 일을 기억하는 자들은 객과 고아와 과부의 고통과 형편을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헌신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애굽의 종노릇하던 일을 기억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요구하신 명령입니다. 과부가 과부의 사정을 압니다. 고통을 당해 보았던 사람이 고통을 당하는 사람의 사정을 아는 법입니다. 과거에 고통당한 것을 까마득히 잊고 지금 자신이 좀 잘 살게 되었다고 해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깔보고 괴롭힌다면 이것처럼 하나님의 은총을 욕되게 하는 것도 없습니다. 이것처럼 하나님을 분노케 하는 것도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유대인들은 크게 잘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과거의 수치를 철저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으로 나라를 다시 찾게 되었다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부터 잘못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잘못이 무엇입니까? 과거 유대인은 역사의 피해자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의 가해자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유대인은 애굽의 종되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이웃 나라의 침략을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에 AD70년 로마의 티토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무너진 후 1948년까지 거의 2천년 동안이나 나라없이 떠도는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들은 2천년 동안 나라 잃은 설움을 가지고 살아온 민족입니다. 그동안 그들은 엄청난 핍박을 받았습니다. 소위 2000년 동안이나 유럽 역사에서 왕따를 당해온 사람들이 유대인들입니다. 사실 나치에 의해 600백만 명이나 되는 유대인들이 죽임을 당한 것은 하루아침에 되어진 일이 아닙니다. 반유대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출현한 괴물이 아닙니다. 유럽사람들에게 각인된 유대인의 이미지는 오랜 세월동안 내려오면서 깊이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살해한 민족”이라는 고정관념이 유럽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깊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거기에다 유대인들의 특이한 복장과 행동들이 주변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고리대금업자라는 나쁜 이미지를 심었습니다. 세익스피어가 쓴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유대인을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유대인에 대한 이미지가 유럽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렸던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도 유대인들에 대한 나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1543년에 루터는“유대인과 그들의 거짓말에 관하여”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글에서 루터는 유대인을 “우물에 독을 탄 자, 고리대금업자, 악마로 변신한 기독교 사회의 기생충” 등으로 부르면서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를 정당화했습니다. 그의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교활하며 게으른 자들을 우리 제도 밖으로 추방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봉사하고 우리를 위해 일할 때, 우리의 아내와 자식과 종과 가축이 해를 입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관대한 자비가 그들을 착하게 만들기는커녕 자꾸만 나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없애 버려야 한다.” 유대인들을 죽이고 사회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것이 히틀러의 말이 아니고 루터의 말입니다. 이런 반유대주의가 2천년 동안이나 유럽사회에 지속되어 오다가 꽃을 피운 것이 바로 히틀러였습니다. 사실 히틀러는 유럽인들의 정서를 솔직하게 대변했다고도 볼 수 있고, 적어도 히틀러는 유럽인들의 정서를 악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막힌 고난을 당한 유대인들이 오늘날 어떻게 처신하고 있습니까? 역사의 피해자가 이제는 역사의 가해자가 되었습습니다.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의 피해자를 돕는 일에 앞장서야 하거늘,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에 더욱 똘똘 뭉쳐서 역사의 가해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유대인의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그들의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고난의 때를 기억하고 약자를 돕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은 그 때를 기억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이웃을 괴롭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올챙이적 시절의 아픔과 서러움을 잊고, 이제는 잔인한 근육질의 프랑켄슈타인이 되어서 주변의 이웃들을 박해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을 결코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애굽의 종노릇하던 일을 기억하고, 이웃을 돕고 섬기는데 앞장서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우리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일제의 종노릇을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으로 해방되었고, 이제는 하나님의 은혜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것입니다. 약소국들을 돕고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헌신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이 정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나아가도록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역사의 피해자들을 돕는 나라가 되도록 이끌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습니다. 이런 교회가 정말 이 시대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입니다. 교회가 먼저 객과 고아와 과부를 돕고, 그들의 형편을 돌아보고, 그들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오늘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과거를 잊지 말아라. 특별히 과거의 영광의 역사만을 기억하려 하지 말라. 오히려 수치의 역사, 고난의 역사, 애굽에서 종되었던 그 역사를 기억하라. 그 고통과 서러움과 눈물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고난의 역사를 청산케 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증오와 복수를 위함이 아니요, 다시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헌신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이요,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요, 여러분과 제가 할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또 다시 광복절을 보내면서 우리에게 주시는 이 하나님의 음성을 마음속에 새기고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거룩한 교회를 함께 이루어 나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