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의 돈 선거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기총뿐 아니라 각 연합기관총회에 이르기까지 선거 때마다 검은 돈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목사·장로 입장에서 보면 느닷없는 양심 선언 또는 폭로에 대해 교계에서는 한기총 주도권을 둘러싼 세력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대부분으로 결국 올게 왔다는 반응들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과정의 돈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한다. 한기총은 현재 66개 교단, 19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기독교의 최대 단체이다.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방식도 금품선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기자들의 분석이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실행위원은 당연직인 명예회장, 공동회장단과 회원 교단 단체 대표 등 213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군소교단이 파견한 실행위원들로 다수의 표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금권선거가 관행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권선거 풍토를 개혁하기도 쉽지 않다. 선거 제도를 바꾸기 위해선 실행위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자신들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식의 제도 변경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기총의 금품선거 논란에 대해 대부분의 일선 목회자들이나 중진목사들은 깊은 자성과 함께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어떤 목사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한기총 선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다면서 어디 가서 목사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라며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중소교회들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하소연한다.

비대위 신모 목사는 그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금권이 오고간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비대위 활동은 한기총을 개혁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길자연 목사측 한 관계자는 기독교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광선 목사가 길자연 목사를 금권선거 당사자로 몰아가기 위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며 길자연 목사가 금권선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순수한 의도보다는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비단 한기총만 돈 선거인가.

통합측 교단은 1959년 합동측과 결별한 이후 한 번도 교단이 분열되는 역사는 없었다. 그래서 장자교단으로서 자부심도 컸었다. 그러나 일부 1세대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추태를 보면서 한기총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뼈를 깎는 아픔을 각오하고 자정하는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