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간 소리’에서 계속 강조한 바 있지만, 지금 한국교회는 대전환기를 만나고 있다. 한국사회의 경제급성장에 발맞추어 한국교회는 70년대, 80년대는 급성장했으나 90년대부터 성장이 멈추고 침체기를 맞고 있을 뿐 아니라 대형 범죄사건마다 기독교인들이 주범으로 등장함으로 사회로부터 한국교회가 엄청난 빈축을 받는 입장이 되고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이사장 우창록)은 ‘2010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리서치 업체 GH코리아에 의뢰, 11월 8∼10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한국교회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7.6% 만이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자는, 절반에 가까운 48.4%에 달했다.

특히 비기독교인의 경우 신뢰한다는 비중이 8.2%에 그쳤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 기관을 물은 결과, 개신교(20.0%)는 가톨릭(41.4%), 불교(33.5%)에 이어 세 번째로 조사됐다. 가톨릭에 대한 평가가 3년째 상승세를 보인 반면, 기독교는 지난해 2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성인 6명 중 1명 정도만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다가 한국교회가 점점 이렇게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가?

한 마디로 대전환기를 맞은 시기에서 여전히 구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제일주의로 외형적인 급성장에만 집착할 뿐 성숙제일주의로 전환하지 못함으로 여전히 기복주의(祈福主義)가 판을 치게 만들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작용도 엄청나고 있다.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기는커녕 빛 잃은 등불과 맛 잃은 소금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밟히는 형국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온갖 대형 비리 사건마다 교인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교단장의 선거마다 온갖 검은 돈이 판을 치고 목회자들의 성범죄 사건들, 대형교회의 세습은 물론이고, 자녀들의 재산 싸움판, 더욱이나 한국사회 앞에서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여주기를 갈망했던 장로 대통령이 벌이는 정치판이 너무나 많은 실망을 가지게 만들므로 한국교회 위상은 더욱 하락하게 만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역임했던 인명진 목사(갈릴리교회)는 PBC 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와 불교계 지원 예산 삭감 등을 두고 “정부 여당이 하는 일이 철딱서니가 없다. 국민이 예산안 내용을 보면서 참담하고 또 한 번 속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최근 악화되고 있는 종교계 갈등에 대해 "대통령 선거와 종교를 연결한 일들을 통해 결국은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를 어디에 봉헌한다든지, 특정한 기독교 단체 집회에 영상을 보낸다든지 하는 일을 안했어야 한다."며 "결국 이런 것들이 이 대통령은 기독교 골수분자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불교 차별을 하는 것이 기독교 편을 들기 위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니 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대전환기에 놓인 지금의 기회를 실기(失機)해서는 안 된다.

이성희 목사(연동교회)는 저서 「교회행정학」에서 “한국교회는 지난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매 10년마다 교인수가 배가 되었다. 교회성장은 세계교회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괄목할 만한 것이었고, 아직도 한국교회의 성장은 세계 교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말 한국교회의 외형적 규모가 천 만을 헤아리게 되면서 교회성장 속도가 느려지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제는 한국교회가 성숙의 단계가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장제일주의’에서 이제 ‘성숙제일주의’로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이다. 예수님이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이유는 성장하여 무성한 나무는 되었으나 열매를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지금은 무성한 무화과나무 꼴에서 벗어나 성숙의 열매를 맺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와 있다. 개 교회 성장제일주의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사회를 위해서는 나눔의 손을 펼치기 시작하고 세계를 향해서 선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회를 향해 나눔의 손길을 펼치되 섬김의 정신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나눔과 선교를 베풀고 과시하거나 생색을 내려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예수님의 진정한 섬김의 자세처럼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를 정도로 해야 한다. 기윤실 조사를 주도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교회 전체가 다시 건강해 지려면 교인 수 증가보다 교인의 영적, 윤리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목회가 요청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