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기 싫다.
사랑하는 이들을 뒤로 두고
혼자 떠나는 이 길,
정말 가기 싫다.

저 뒤켠에서
말없이 손을 흔드는
저들을 두고 홀로 떠나는 것,
정말 싫다.

외로움.
외롭다는 느낌이
강둑이 떠진 양
물밀 듯 밀려온다.

나 혼자
버려지는 듯한 느낌.
나 혼자
사지(死地)로 떠나는 느낌.

이제 몇 시간이고
목적한 곳으로
홀로, 말없이 가야 하는 것.
정말 싫다.

혼자 추방당하는 듯
두 눈 뜨고
모두를 보면서도
뭔가에 포로되어 길을 떠난다.

울고 싶어라
그냥 울고 싶다는 생각이
스물 스물 스물
발밑에서 심장으로 ...

그 날이
바로 이 느낌일거야
모두를 뒤로하고
홀로 세상을 떠나야 할 때.

두 눈으론 모두를 보면서
그러면서 말은 못하고
심장을 도려내는 외로움으로
억지로 억지로 끌려 떠나는 ...

피정을 떠나는 첫 걸음은
늘 이렇게 아프다.
칼로 뭔가를 깊숙이 찔리는 듯
그런 아픔이 있다.

정말이지
이 순간 돌아서서 ‘나 안 갈래’하고픈
그런 욕망이 골리앗처럼 다가오는
너무 힘든 시간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을 가야 한다.
내 영혼을 외롭게 외롭게
서럽도록 외롭게 그리 해야 한다.

그 분이 광야에서 그리하셨듯이
나도
아무도 없는, 언어도 사라진
침묵의 광야로 깊이 깊이 들어가야 한다.

피정,
고요함으로 고요함으로
그렇게 들어가면
그 분께서 마침내 안아 주신다.

피정, 집을 떠나며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