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칼럼에서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가 있습니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고 과정이 생략됨으로 갈등이 유발되고 선한 뜻이 왜곡(歪曲)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교회사역에 있어서 또 하나의 걸림돌은 형식논리에 붙잡힌 폐쇄적 사고방식입니다. 무슨 일이든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고 합리적 판단과 상호협력이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형식논리에 굳어져 버리면 그 조직은 창조성을 잃어버리게 되어 사역을 불편하게 하고 때로는 불가능하게 해버립니다. 과정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과 절차 라인(Line)에 있는 한 사람이라도 비뚤어진 사고방식이나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사역은 마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무리 심장이 튼튼해도 혈관에 문제가 있으면 뇌는 물론 몸의 경색(硬塞)을 가져오게 되는 것과 마찬 가지입니다.

따라서 절차적 정의나 과정의 중요성만큼 진취적이고 창조적인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일의 완급(緩急)의 문제, 목적의 정당성 문제, 시간과 공간적 한계 등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고 사정과 형편을 고려한 유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사역담당자들의 미숙한 전문성이나 아마추어 봉사자들이 가지는 한계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어떤 것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결과적인 유익을 가져오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과 하나님의 뜻에 대한 겸손한 순종이 필요한 것입니다. 곧 사역자들에게는 절차적 정의가 필요하고 지도자들에게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교회사역이 원활하고 갈등이나 불평과 불만이 없어지고 사역을 통해 교회를 흥왕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맡은 자들의 충성이 필요합니다. 성경을 보면 이상적 지도자의 유형을 말할 때 “착하고 충성된 종”(마25:21.23)이라고 합니다. 착하고도 충성되어야 하고 충성될 뿐 아니라 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착한 것은 능력이고 충성된 것은 헌신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헌신적인 사람이라도 일의 중요성을 정확히 판단하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자기 고집이나 자존심으로 무용한 권위나 주장하고 사안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판단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마치 돈키호테(스페인의 작가 Cervantes가 쓴 풍자 소설, 그 주인공)적 행동과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어지고 또 아무리 능력이 있고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도 헌신적이지 못하고 이기적인 자기 생각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면 공동체에서의 그의 위치나 권한이 유해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능력과 헌신을 겸비해야 합니다. 사실 어느 공동체이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할 때 오는 폐해와 영향력은 지대(至大)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도자를 잘 세워야 하고 또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축복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책임과 권한에 대한 바른 이해와 태도입니다. 많은 경우 책임을 권한으로 착각하는 사람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하나님의 역사(役事)가 방해를 받습니다. 교회의 모든 직임과 사역은 책임이지 권한은 아닙니다. 그래서 교회의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입니다. 오늘날에는 교회는 물론 기업이나 정치에서도 이 서번트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섬김을 위해 세워진 직분이고 섬겨야 하는 직분이지 주장하고 힘을 과시하여 일을 방해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전서 5장 3절에서는 “맡은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양 무리의 본이 되라”고 권면하고 있고 주님께서 섬기기 위해 오셨듯이 우리 모두 섬김의 태도를 가지라고 권면합니다.

사실 섬김이 없는 지도자는 이미 지도자가 아니라 지배자로 전락한 폭군입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기본적으로 반신앙적 태도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책임을 권한으로 착각하고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는 이런 반신앙적 태도로 하나님의 사역을 막아서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자신의 권한보다 중요하고 하나님의 사역은 자신의 감정보다 중요합니다. 권한이 아니라 책임임을 아는 섬김의 지도자(Servant Leadership)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것이 바로 종교개혁주일인 오늘 우리 한국교회를 개혁하는 길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