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극동방송(Febc)의 “목사님의 러브레터”라는 방송프로에 출연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목사가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사도 사람인지라 매스컴에 노출이 되면 필요이상으로 자기를 과시하게 되고, 무의식중에라도 겉모양을 꾸미려하고, 잘 보이려고 애를 쓸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 삶에 충실하기 보다는 남에게 보이려는 쪽으로 자꾸 관심을 갖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디어 쪽에서도 뉴스 가치(Value)를 높이기 위하여 뭔가 특별한 것처럼 유도하고 또 상당부분 과장하여 보도할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거절을 잘 못하는 저의 성격 때문에 이미 몇 주 전 출연요청을 허락하고서도 역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잊고 있었는데, 하루 전 방송국에서 너무 무관심한 내 태도 때문에 불안했는지 메일을 보내고, 자료요청을 하고, 닦달을 했습니다. 목회지원실장을 시켜서 사진을 찾아 스캔을 하여 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성도들을 향한 러브레터는 내가 가지고 가면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콘티를 짜기 위하여 먼저 작성하여 보내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원고를 만들어 보내는 등 소란을 떨었습니다.

알고 보니 청취율을 높이기 위하여 교회에 광고도 하고 교인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했어야 했는데 저는 그걸 순전한 저 개인의 일로 생각하여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역시 나는 사회성이 좀 모자라고 상황 판단에 둔감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은 방송국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교인들의 참여를 통하여 방송국 시청율도 높여 주어야 했고 또 피드백을 잘 유도하여 통신사업자들에게도 유익을 주었어야 하는데 나는 그저 내가 출연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리라는 착각을 한 것입니다. 그날따라 강변북로의 정체가 심하여서 사실 생방송에 늦을까봐 줄곧 마음을 졸이며 방송국엘 갔고, 늦지는 않았지만 마음의 여유를 별로 가지지는 못한 채 방송에 임했습니다.

미안하게도 난 전에 그 프로그램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 것조차 모르고 갔었기 때문에 감(感)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방송 프로그램은 목사가 자신이 섬기는 교회 성도들에게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참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특히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 쑥스러운 나 같은 목사에게는 참으로 좋은 기회였습니다. 늘 근엄함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자란 저의 유교적 성장배경 때문이기도 하고 적나라한 자기표현을 가벼운 처신으로 생각하는 나이 탓이기도 하지만 사실 저는 사랑을 입으로 표현하는 일이 매우 서툰 목사입니다.

정말 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성도들을 사랑하지만 내 속내를 드러내 보일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대 저는 그 방송출연을 통하여 그리고 사랑의 편지(Love Letter)를 쓰고 읽으면서 제가 우리 성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스스로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하늘만큼 땅만큼”이라는 단순한 표현에 담긴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숨겨둔 사랑도 고귀하지만 말과 글로 표현하는 사랑 역시 소중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무엇보다 평소에 만족할 만큼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성도들이 안타깝고 기대만큼 변화되지 못하는 성도들이 늘 속상했던 목회현장에서의 감정과는 다르게 모든 것이 감사하고 고마움으로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랑의 편지에서 고백한 것처럼 지금까지 내가 성도들을 세워 온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나를 세워주셨다는 사실이 그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난 아직 누가 나를 추천하고 출연시켜서 우리 성도들에게 사랑을 고백하라고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확실히 아는 것은 내가 우리 성도들을 사랑하고 있고 그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가슴에 숨겨두는 사랑도 소중하지만 표현하는 사랑 역시 귀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나도 가슴에 묻어두는 사랑에서 말과 글로 표현하는 사랑으로 사랑 표현의 모드(Mode)를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