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난 느낌.

산 내음,
어둠 속에
흐르는 물소리
웅크린 커다란 앞산의 자태
사늘함이 흐르는
하늘의 별들.

그 속에서
목 놓아 울며 기도했었다.
주님 뜻을 알게 해 달라고,
주님의 능력을
내게 달라고,
목회의 권세를 달라고.
이 길을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게 해 달라고
.....
어찌 그리도 기도할 게
많았던가 ...

그런데
한 동안
그런 나를 잃어버렸다.
우습게도
목회에 쫓기면서
그렇게 부르짖고 간구하던
나를 잃어버렸다.
기도굴에 들어가 앉았다.
마치 어머니 자궁에
들어온 기분.
편안함과 더불어
그 옛날의 내가 그리워
울고 또 울고 ...
소리 내어 목 놓아
울고 또 울고 ...
어디 갔다 이제 왔니 하며
울고 또 울고 ....

알 수 없는 마음,
꺼이꺼이 울었다.

주님께 집중하지 못하고
나에게 집중하고,
교인들에게 집중하고
문제, 시선, 인기, ...
이런 것들에 집중하여
나를 잃어버렸었다.
이 몸은 또 뭐란 말인가?
어디서 딩굴다
이 모양으로 왔단 말인가
또 다시 터져 나오는
꺼이 꺼이 꺼이 ....

이런 내가
목회를 해 왔다는 것이
정말 기적이다.
이토록 부족한 이가
서울 한복판에서
목회를 해 왔다는 것이
기적을 넘어
은혜 위에 은혜이다.
얼마나 주님이 날 보고
우셨을까 .....
그걸 생각하니
또 다시 목이 메어온다.


20여 년 전
주님 앞에 바르게 서려고
목회에 힘을 달라고
어둠 속에 산을 헤매던
그 젊은이,
나무 밑에서 바위 밑에서
밤새 울고 부르짖던
그 젊은이,
그 젊은이가 다시 돌아왔다.
머리 빠지고
허예지고,
배 나오고
.....
그래도 그 젊은이가
다시 돌아왔다.

그 영성과 그 순수,
다시 회복하여
남은 길을 가야겠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