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정치판이 난장판이 되고 있다. 정책 중심으로 인물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나 인물 중심으로 이합집산의 저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북으로 갈린 것도 서러운데 동서로 갈리고, 소지역주의로 갈가리 찢어지는 것을 보면서 선거철만 되면 도무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나라가 금방이라도 결딴날 것 같아서 말이다. 이 개명한 세상 에서 아직도 색깔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을 보면 그들의 가치관이나 정신상태가 모리배(諸利輩 ) 수준을 넘지 못한 것 같다.

정치란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는 기능 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입을 열면 국민들은 오히려 불안해진다. 정치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권력 지향적 인물과 성취 지향적 인물이다. 권력지향성(Power Orientation)은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이나 입지 확보를 우선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에 반해 성취지향성(Achievement Orientation) 은 자신의 향후 입지보다는 어떤 일이 잘 성취되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성취 지향적 인물에는 김구, 안창호, 이승훈 같은 분들이 속한다. 권력 지향적 인물에는 이승만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인물들이 우리나라 현대사률 이끌어 왔다는 사실이 우리 민족의 비극일 것이다. 어쨌든 인터넷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투명한 세상에서 권력 지향적 모리배형 인물들이 아직도 정치판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정치개혁의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이 시대의 지식인들도 어느 소설가의 표현대로 ‘쥐식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책 깨나 읽고 글 깨나 쓰는 지식인들은 마치 쥐새끼들처럼 상황이 유리하면 나타났다가 불리해지면 구멍으로 숨어버리는 쥐의 생리를 그대로 닮고 있기 때문이다. 제 2차 대전 후 폐허 속에서 아데나워(Konrad Adenauer)는 국가를 재건하고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당시 독일의 정치계도 오늘날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사분오열된 지역주의와 모리배 수준의 저질 정치인들이 주로 정객으로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로 잡기 위해 , 즉 저질 정치인들을 정치판으로부터 몰아내기 위해 당시의 지식인들이 대거 정당에 가입하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예를 들어, 국가공무원 신분을 갖고 있던 대학교수들과 같은 지식인들이 대거 정당에 가입하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지식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했고,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의 견해를 마음대로 표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조치를 통해 무식한 정치 모리배들이 정치 토론과 정책대안에서 지식인들과 겨룰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서서히 정치판을 떠났던 것이다. 이것이 독일정치사에서 양화(良貨)가 악화(惡貨)를 구축(驅逐)하는 사례가 되었다. 아데나워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정치판에서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조치했던 것이다.

그런 아데나워를 독일인들은 건국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독일의 사례이긴 하지만, 새 시대 새 정치를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시사 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우리의 지식인들이 때로는 모리배적이고 때로는 냉소적인 이중태도를 갖는 ‘쥐식인’ 이 되도록 방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공개된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정치판에서도 시장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 경영학 박사, 서강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