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테러단체에 납치된 다음, 살해된 한국인 엄영선 씨 이야기가 언론마다 화제이다. 오지에서 봉사해온 엄영선 씨의 활동상, 쉽게 파악하기 힘들었을 텐데, 언론들은 비보가 전해지고 얼마 후 순식간에 신문지상 또 뉴스화면에 옮겼다. 이유는 간단하다. 엄영선 씨가 평소 블로그를 관리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엄영선 씨가 블로그를 관리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기자들은 외교통상부에 문의해 엄영선 씨의 국내 주소를 알아냈을 것이고, 그런 다음 유족을 찾아가 어르고 달래서 사진 얻고 개인정보 파악했겠지? 오늘 이야기 주제는 그래서 ‘블로그’이다.

해외에서도 블로그의 영향력은 막급하다. 블로그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도 이라크 전쟁이었던 것 같다. '라에드는 어디에(Where is Raed)'라는 블로그사이트에 살람 팍스라는 필명의 블로거가 바그다드의 생생한 기록을 올리면서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당시 언론들도 이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블로그의 위력은 이후에도 시애틀 지진이나 9.11테러 당시에 확인됐었다.

블로그를 ‘1인 미디어’라고 일컬었던 것도 아마 이때부터였나 그랬다.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인터넷 항해일지라는 뜻도 되는데. 1997년 4월 미국 유저 랜드 소프트웨어 설립자인 데이브 와이너가 최초의 블로그 ‘스크립팅 뉴스(www.scripting.com)’ 사이트를 만들면서 블로그의 개념이 처음 성립됐다. 2년 뒤 1999년 블로거닷컴(Blogger.com)이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블로그는 자기 이름을 얻었다.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젊은 누리꾼의 구미와 맞아떨어진 블로그는, 그래서 10년 만에 세계적으로 이용자 7000만 명을 양산해 냈다.

블로그는 초창기에는 인맥관리를 위한 쓰임새로 더 각광받았다. 이 땅에 첫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 사이트는, 잘 아실 텐데, 싸이월드(www.cyworld.com)이다. 이 서비스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이곳의 미니홈피는 개인 홈페이지의 형태이긴 하지만 이것이 블로그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자신이 생산한 글,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의 정신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고. 이곳에 이용자들은 일기를 쓰듯 자신의 미니홈피를 가꾸고, 의식(儀式)을 치르듯 남의 미니홈피를 방문한다. 디지털카메라 붐도 실은 미니홈피 꾸미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싸이질’이니 ‘일촌 맺기’니 ‘파도타기’니 ‘도토리’니, 모르는 사람에게는 암호문이겠지만 블로그 이용자에게는 은어 같은, 그러나 공용어가 돼 버린 어휘들이다. 이 사이트 이용자가 국내에서만 인터넷 이용자의 39.6%인 1350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네티즌 10명 가운데 6명은 인터넷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즉 SNS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6월 1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이다. 이 결과를 좀 더 살펴볼까?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61.3%가 카페, 클럽, 블로그, 미니홈피, 메신저, 가상현실 서비스 등 SNS를 월 1회 이상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용목적을 묻는 설문에 전체 응답자 중 93%와 81%가 '친교 교체를 위해서',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하다.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되는 문제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립하고 명예훼손의 문제가 불거지는 문제이다. 그러다보니 블로그가 개인에겐 공개된 일기장에 불과하지만 전체로선 거대한 입소문의 진원지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블로그의 영향력이 쇠퇴하거나 하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왜냐. 블로그를 볼 때, 많은 이용자들이 일단 맹신하는 안목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치를 어느 정도 하향 조정한 상태에서 본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요즘은 마이크로 블로그가 유행이다. 이 블로그는 단문을 통해 의견이나 내용을 올리는 것이라 하겠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서 이 블로그는 연락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이크로 블로그의 대표적 브랜드하면 ‘트위터(Twitter)’이다. 그러나 이 마이크로 블로그는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5월 평균 접속자가 18만이었는데, 이번 달에는 첫째 주만 32만이 들렀다고 한다.

트위터는 2006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무료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다.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처럼 단문 메시지를 올리면 쉽게 전파된다. 통상 블로그하면 장문의 글 또는 여기에 뒤 따르는 사진 기사를 연상한다. 그리고 일정 간격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다보니 운영자들, 하루 종일 블로그에 붙어있지 않고서는 이 일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마이크로 블로그는 한 줄 쓰고도 또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긴 논리보다 간명한 자기 입장의 표명을 선호하는 세대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됐다. 이것이 마이크로 블로그의 인기 배경이다.

미래의 블로그는 어떤 모형이 될까. 인터넷과 개인 개인이 주도하는 미디어의 미래를 예측하는 시각은 예전부터 많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쉽게 풀어본다.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포털사가 있다. 이 포털사가 검색엔진에다 ‘이용자의 소비 성향’ 자료를 입력한다. 이용자가 로그인한다. 그러면 이 이용자에게 지금 필요한 콘텐츠, 상품, 멀티미디어를 제공한다. 이용자에게 최적의 자료들이 로그인과 함께 펼쳐지는 것이다. 이 이용자에게 공급할 콘텐츠. 기존 미디어가 다 담당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이 몫을 블로그가 분담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야 취미생활에 그칠 블로깅이 앞으로는 사업성까지 수반하는 전문 미디어 사업으로 성장할 길이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