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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교회 (더불어한교회 설교문: 2016. 6. 19.)
2016년 09월 02일 (금) 12:31:31 유경재 목사 webmaster@cry.or.kr

(민26:52-56, 레25:23, 마20:1-16)

지난 6월 5일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습니다. 투표는 ‘정부는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인간을 존엄하게 하고 공적 삶에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기본소득의 액수와 재원조달 방안은 법률로 정한다’는 3개 조항을 헌법에 넣을 것인지 여부를 두고 치러졌습니다. 결과는 76.7% 반대, 23% 찬성으로 부결되었습니다.

'기본소득스위스’가 제안한 기본소득 액수는 18세 이상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1),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650프랑(79만원)이었습니다. 이런 금액이 투표에 부쳐진 것은 아니고 시행될 때 최소한의 액수를 제시한 것에 불과합니다. 1) 매달 아무 조건 없이 300만원씩 주겠다는데 스위스 국민은 왜 반대를 하였을까요? 그것은 그만큼 스위스의 복지가 잘 되어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참조) 1)성인에게 월 300만원을 준다는 건 연 3,600만원이고 스위스 국민 1인당 GDP의 대략 1/2에 해당함. 우리나라로 치면 1인당 GDP가 26,000달러이기 때문에 성인에게 월 110만원 정도를 준다고 보면 됨. 

1인당 GDP가 78,000불로 온갖 복지제도를 통해 사회가 안정되어 있어 굳이 모험을 하며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도나도 기본소득 받겠다고 이민자들이 몰려든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부결되었지만, 이 뉴스는 전세계로 하여금 기본소득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하였고, 독일과 영국 그리고 캐나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모든 사회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고자 정치공동체 즉 국가나 지방정부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을 말합니다. 기본소득의 특징은 간단합니다. 첫째, 무조건적입니다. 누구에게나 노동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재산이 얼마인지도 따지지 않습니다. 둘째, 개별적입니다. 가족이 아니라 개인에게 줍니다. 세 살 어린아이라도, 백 살 노인이라도 그 존재 자체로 권리를 가집니다. 셋째, 보편적입니다. 많고 적음의 차별이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는 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비정규직과 실업자는 일자리가 없어도 버틸 힘을 얻고, 전업주부와 문화예술인은 자신의 노동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고, 대기업 정규직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여유로운 삶을 꿈꿀 수 있게 됩니다.2)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기본소득의 싹은 이미 현실에 돋아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고 했던 공약은 사실상의 부분(노인) 기본소득안입니다. (참조) 2) 한겨레21, 1000호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무상급식 공약 덕분에 보편복지와 기본소득의 철학은 이제 상상이 아니라 상식이 됐습니다. 성남시가 시행하는 청년배당도 기본소득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의무교육제도가 이미 실시되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의 모든 교육비를 국가가 담당하니까 사실상 기본소득 혹은 국민배당이 그때부터 일부 실행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란 기구가 조직되어 활동하며, 우리나라에도 2009년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조직되어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극심한 양극화와 불안정한 삶, 지구자원 고갈과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생태위기와 차별적 고통의 문제를 해소하는 사회적 생태적 전환을 실현 가능한 경로로 만드는 데 기본소득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중도우파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월 800유로(약 108만원)에 달하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대신 다른 사회복지 수단은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브라질에서 시민기본소득제가 2010년부터 실시되었고,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한시적으로 실험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왜 기본소득인가?

2010년 1월에 서울에서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는데 그때 ‘기본소득 서울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앞부분을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대중의 삶의 위기는 가중되는 데, 자본과 권력은 대중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양보하라 한다. 대중은 저항을 계속하고 있지만, 절망의 터널은 그 끝을 드러내지 않는다. 누구도 희망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지만, 그 희망을 현실화할 수단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빈곤과 실업의 덫에 허우적거리고, 열악한 임금노동에 혹사당하는 수많은 대중의 머릿속은 불안, 비관, 냉소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위기의 폭이 넓고 깊은 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대안은 더욱 근본적이고, 간결하면서도 강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은 공허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 기초한 구체적인 요구, 대중의 삶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요구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대안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 대안이 바로 기본소득이라는 것입니다. 기본소득 논의는 자본주의 경제가 한계점에 이르러 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5월 31일자 사설 제목이 “생리대 살 돈도 없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인데 이런 아이들이 6만여 명이 된답니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014년 2월에 있었던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도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줍니다. 작년부터 문제된 누리과정 예산도 기본소득이 있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은퇴한 시골교회 목사들에게 기본소득은 노년의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런 예를 들려면 한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기본소득제는 꿈같은 이상론으로 여겨져 이를 시행하고자 할 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수없는 논쟁과 논의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기본소득과 성경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기본소득제는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하나님 나라 이상에 가장 근접한 제도라는 점입니다. 성경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기본소득 개념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던 경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광야생활 40년 동안 만나를 내려주셨고,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않았다”(출 16:18)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광야 40년 동안 기본적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 다음에 율법도 주시고, 성막(聖幕)도 짓게 하심으로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굶주림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고, 그 굶주린 배를 채워 주시는 일을 뒤로 미루지 아니하십니다. 하나님은 밥을 달라고 기도하는 자를 외면하지 아니하시고, 거기에 항상 응답하십니다. 밥은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양식입니다. 밥은 생명의 양식입니다.

생명은 밥보다 중요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밥 없이는 지탱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할지라도 하루 세 끼 밥을 먹지 않고는 영장으로서의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생각하는 힘이나 혹은 모든 영적 활동도 기본적으로 밥을 먹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주님의 기도 둘째 부분에서 어떤 다른 기도보다 먼저 ‘밥’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신 것은, 밥의 문제가 해결됨 없이는 용서도, 유혹에서 벗어남도, 악에 대항하는 것도 모두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기도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한 기도라고 하겠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여호수아의 인도 아래 가나안 땅을 점령하고 성전에서 봉사하는 레위지파만 빼고 11개 지파가 제비 뽑아 그 땅을 고루 나누어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땅은 하나님의 소유이기에 함부로 처분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제하였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땅에 사는 사람은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도록 한 것이며, 그 땅에서 나는 소득은 고루 분배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하시는 뜻은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시므로 저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게 하시고자 함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토지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지 인간이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용권을 누릴 수는 있어도 배타적 소유권을 행사하고, 또 이를 상속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3) 예수께서 산상설교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신 뜻도 기본생존권을 하나님이 보장하신다는 뜻이요 그 바탕 위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그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에 의식주를 염려하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의 뜻을 가장 잘 실현하는 제도라 하겠습니다. (참조) 3) 기본소득 왜 필요한가? http://basicincomekorea.org/

국가는 이런 하나님의 뜻을 대신하여 국민의 기본 생존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오늘 읽어드린 마태복음 20장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도 기본소득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말씀입니다. 포도원에 처음에 들어온 일꾼이나 나중 들어온 일꾼이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의 삯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많이 일한사람은 많이 받고 적게 일한 사람은 적게 받는다는 일반적인 사고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입니다.


이 비유는 당시에 하나님 앞에 내세울 것 없는 세리와 죄인들을 영접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곧 복음임을 드러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많이 일한 사람과 적게 일한 사람의 차이는 의미가 없습니다. 다같이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행위(doing)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존재(being)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존중해 주십니다.

따라서 바로 이런 국민의 생존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할 책임이 국가에게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의인은 하나도 없다고 하므로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다 죄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갈 3장28절에서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구원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인권선언이며, 기본소득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이기도 합니다.

이 말씀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생존할 권리를 갖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행 2장 44절 이하에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날마다 한 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집집이 돌아가면서 빵을 떼며, 순전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여기 보면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고 했습니다. 초대교회는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었다고 하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믿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땅과 집을 처분하였다는 것을 암시하여 줍니다. 누구나 먹는 문제 걱정할 필요 없는 공동체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자 한 마음으로 열심히 모이고, 순전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기본소득이 실현되면 바로 이런 변화가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기본소득은 실현가능한가?

기본소득은 이렇게 성경에 확실한 근거를 가졌고, 자본주의가 몰락하면서 남긴 이 세계의 극심한 차별을 최소화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을 마련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에서 문제된 것은 재원보다는 삶의 질, 노동의욕 감소, 난입되는 이민자 등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1976년 주민투표를 거쳐 석유 등의 천연자원 수출로 조성된 금액 중 일부를 알래스카 영구 기금에 적립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금의 운용 수익으로 모든 주민에게 일정액의 배당액을 1982년부터 지급해왔는데 적을 때는 1인당 연간 300달러, 많을 때는 지난해 기준 2,072달러의 배당이 지급됐습니다. 이것은 1974년부터 1982년까지 주지사를 지낸 제이 하몬드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물론 알래스카주에는 석유자원을 비롯한 풍부한 자연자원이 있어서 가능하였지만, 자연자원이 있다고 다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연자원입니다. 석유가 없어도 기본적으로 땅과 물과 공기 등은 어떤 개인의 것이 아닌 공공의 재산인데, 일부 힘센 자들에 의해서 사유화 된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자연자원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모든 소득은 공유되어야 합니다.

땅의 경우 현행 토지 소유권을 다시금 모두의 것으로 돌리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적절한 세금을 매겨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럴 경우 토지세는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유 재산의 재형성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자연자원 뿐 아니라 철도• 도로 • 항만 • 공항 • 수도 • 가스 전기 • 통신 등도 모두 공유재이기에 이를 민영화 하지 않고 국영으로 운영하여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국가운영예산으로 사용하여야 합니다.

이런 공유재를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될 것입니다. <녹색평론> 발행인인 김종철은 금융제도와 화폐는 가장 기초적인 공공재이니만큼 사유화 되어있는 금융기관을 공유화한다면 상당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월 30만원씩 전 국민에게 지불하는 안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쪽에서 발의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대략 18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금년도 예산 386조 7천억 원의 46.5%에 해당하니 상당한 액수입니다. 여러 가지 예산을 조정하고, 근본적으로는 조세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려 확보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총조세수입은 GDP 대비 24.3%였는데, 이걸 OECD 평균 수준인 34.1%로 끌어올릴 경우 확보되는 재정이 188조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조세저항이 강하여 이걸 실행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입니다. 의지를 가진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있으면 얼마든지 실행할 수 있습니다. 성남시의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의 빚 4,572억 원을 갚고도 삼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 교복, 공공산후조리원)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미국의 알래스카주도 제이 하몬드라는 의식 있는 주지사 때문에 배당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도 청년배당을 일부 시행하려 합니다. 이런 의식 있는 정치인들을 교회가 계속 배출한다면 기본소득이 실행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미리 보여주어야 할 교회

이런 꿈같은 기본소득 논의를 보면서 하나님 나라를 미리 보여주어야 할 기관으로서 교회가 이런 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그 체제의 불합리함과 모순을 알면서도 그 체제를 바꿀 어떤 대안은 없이 그 수레바퀴 아래 눌려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자선을 베푸는 것으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교회는 하나님 나라라는 이상을 지향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그 나라를 이 땅에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모여 예배하고 전도하며, 약간의 봉사하는 것으로 그 사명을 다한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이런 안일함에서 벗어나 모순으로 가득한 사회를 극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하나님 나라를 미리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교회가 기본소득제를 지지해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첫째로 그것은 하나님의 뜻에 가장 맞는 경제제도이기 때문에 그 제도가 실시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새로운 선교전략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자존감을 갖게 할 것입니다. 셋째로 기본소득을 통한 생존권 확보는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신앙과 이름다운 본성을 드러내는 문화를 증진시킬 것입니다.

넷째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간에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60만 명이나 되는 군인수를 줄이고 군축을 한다면 일거양득이 될 것입니다. 다섯째로 고른 국민배당을 통해 분쟁과 갈등은 많이 해결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실현될 것입니다. 교회가 이런 기본소득 운동을 새로운 선교활동으로 받아드릴 때 교회와 사회가 함께 변화를 이룩하지 않을까요? 이런 아름다운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화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이 운동에 참여하고, 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일군을 찾아 세우는 일에 우리의 힘을 모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도> 은총의 하나님, 지으신 세계를 통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일용할 양식을 주셨건만,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이 땅에 굶주림과 가난이 깃들게 되었습니다. 주님, 이제 세계가 함께 깨어나 탐욕으로 쌓아올린 바벨탑을 헐고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가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잘못된 정치로 말미암아 점점 더 기울어가는 이 땅을 불쌍히 여기시며, 이런 헬조선을 살아야만 하는 청년들, 실업자들, 비정규직 근로자들, 생활대책이 없는 노인들을 긍휼히 여겨 주시고, 이제 구원하소서. 특히 한국교회들을 깨우셔서 회개하게 하시고 이 땅의 불의에 맞서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전하고 새로운 역사를 일구어 갈 수 있게 하시읍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안동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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