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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제, 윗물이 혼탁한 탓이다.
2014년 04월 22일 (화) 09:50:14 김태복 목사 hipc6012@daum.net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과 구조현황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흉상(胸像)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전 승객을 구할 수 있는 생명 같은 90분임에도 선장과 승무원들은 제일 먼저 도망치고, 당국의 무대책으로 TV를 통해 전 국민이 보고 있는 앞에서 고등학생 250명을 포함 300여명이 바다 속으로 수장(水葬)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은 고작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하는 자괴감에 절망마저 느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세월호가 출발하기 전에 이미 참사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선장이 여러 번 수리를 요청할 정도로 선체 결함을 가진 폐선에 가까운 선박이었다. 그런데다가 콘테이너와 차량 등 과적 선적 된 화물, 2시간 늦은 출항을 만회하려는 과속운행, 베테랑 항해사들도 초긴장하는 맹골수도에서 초보 여(女) 항해사 운행 등 대형 참사의 모든 위험요인을 세월호는 숨기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는 청해진해운회사가 있었다. 그 날 선박을 운행한 선원들을 보면 해운회사의 탐욕의 악취를 맡을 수 있다. 1년짜리 계약직 선장, 갑판부·기관부 선원 17명 중 12명도 비정규직 이었다. 그런 선원들이 선박과 승객들에 대해 무슨 책임감이 있겠는가? 청해진해운은 작년에 선장을 포함해 직원 130여 명의 안전교육비로 고작 54만 원을 사용했다. 거의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선원들이 위기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어찌 청해진해운회사 탓만 하겠는가? 그런 회사가 마음껏 탐욕으로 사업 확장을 할 수 있게 만든 배후에는 관리회사와 관공서가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승객 확인, 안전과 관련한 감사 감독 교육을 청해진해운 등 해운업체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한국해운조합이 담당 해왔다. 해운회사는 상부에게 열심히 뇌물을 바치고 상부기관들은 마피아 두목처럼 저들의 검은 탐욕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방패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검은 풍토 속에서 안전교육도, 선장과 선원들의 직업윤리도 없었던 불량 기업인 청해진해운회사가 네 번이나 해수부나 국토부의 ‘고객만족도 우수 해운사’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뒷거래를 위한 검은 돈이 조합과 중앙 및 지자체 관료에 뿌려졌을지는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월호의 오늘의 참상은 난항을 계속하고 있는 현재 한국호의 진면목이다.

검은 고리로 얽힌 채 점점 견고해만 가는 기득권층의 후안무취한 모습이다. 아마 부패의 검은 뿌리는 상층부로 갈수록 칡넝쿨의 줄기처럼 크고 광범위하게 뻗쳐 있을 것이 분명하다. 죽음의 위기에 빠진 수백의 승객들을 두고 뺑소니 친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이 기득권자들의 처세술이 아닌가? 그런 자들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디어오늘’에서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세월호 참사는 기득권층의 탐욕이 낳은 ‘살인미수’>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했는데 너무나 공감이 가는 글이다.

“사회과학자들은 후진국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연고주의’를 지목합니다.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을 중시하고, 연고를 중심으로 파벌을 형성하며, 그 파벌의 힘이 정치권력을 좌우하는 퇴행적인 사회시스템이 후진국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인데요.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사회시스템이 이런 후진국형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어떤 기업이 큰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기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이 튼튼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기업들이 능력과 무관하게 세칭 명문대 출신들을 채용해서 그들의 혈연, 지연, 학연을 활용하면, 그들이 든든한 방패가 되고 떡고물 쟁탈전의 전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대기업들은 ‘연고 구축’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고, 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정부와 정치권의 권력층이 되도록 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합니다.
대기업들이 이와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한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정부와 정치권의 기득권층들이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하수인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윤을 더 중시하는 법규 시스템을 만들게 됩니다.(중략)
대기업들이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를 80~90% 이상 장악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언론의 상층부를 포함, 대학과 국책연구소, 그리고 민간연구소 대부분도 대기업들 영향력 아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대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를 80-90% 이상 장악한 사회에서 소수의 개혁적인 정치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천박한 자본주의가 한국사회를 이처럼 멍들게 만드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천박한 자본주의에 병든 어른들이, 안내방송만 믿고 선실에 버티고 있던 어린 생명 수백을 죽음의 바다로 밀어 넣은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이 맑다.’는 격언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한국사회, 윗물이 너무나 혼탁하여 아랫물까지 혼탁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한국사회를 보는 마음은 너무나 비탄에 젖게 한다.

과연 혼탁도가 점점 짙어가는 이 한국사회를 누가 맑게 하겠는가? 우리 한국교회가 그 십자가를 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마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 분명하기에 목회자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그 만큼 한국교회도 한국사회를 닮아가며 혼탁하기 그지없다. 한국교회의 대표기관이었던 한기총의 몰락을 보라. 조용기 목사를 비롯한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라. 너무나 부끄럽다.

고려신학대학원 박영돈 교수는 부활절을 앞두고 ‘뉴스앤조이’에서 <우리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대한민국 호의 침몰>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침몰해 가는 배를 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나온 선장은 사망의 바다에 침몰해 가는 세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잇속만 채우며 자기 살길만 찾는 교계 지도자들과 자체 교회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사망의 권세가 지배하는 우상숭배적인 문화,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이 사회의 전 영역에 부활의 생기를 불어넣어 이 민족을 살려 내지 못하는 무력한 한국교회가 재속에 앉아 회개하고 새로워져야 한다. 마른 뼈가 가득한 에스겔 골짜기 같은 이 사회에 생기가 불어오게 하여 우리 후손들을 살리고 참인간 되게 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역할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환한 대낮에 250여명의 어린 학생들과 50여명의 승객들이 물속에 갈아 앉는 참상을 전국민이 TV를 통해서 뻔히 보면서도 구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국가 전체가 두 주 동안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그런 비통 속에서도 한 줄기 빛같이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를 주었던 것은, 끝까지 어린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다가 숨진 남윤철 비롯한 교사들, 끝까지 안내 하다가 숨진 박지영 비롯한 승무원들이다.

그런 분들이 어두운 골목의 가로등처럼 사회 도처에 아직도 불을 밝히고 있기에 한국사회는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목회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은혜와 복만 받으려는 기복주의자들을 양산(量産)하는 일을 이제 멈추고 교인들에게 빛과 소금의 희생적인 삶, 십자가의 삶을 가르쳐 사회에 파송하는 일에 전력해야 한다. 그 길만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가 사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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