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시간에 더 쫓긴다.
목회를 그만큼 했으면
이제 모든 면에 여유가 생길 것이다 했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갈수록
시간에 쫓긴다.

전에 준비하는 시간의 갑절을
나는 요즘 설교 준비하는 데 보내고 있다.
묵상을 하고, 성경 공부 교재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
한창 때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쉽게 되지 않는다.

전에는 심방도 다 하고,
상담도 하고,
종종 영화도 보고,
음악도 눈 감고 멋들어지게 감상해도
그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목회 경력 20년이 넘어선 지
한참 되었는데도
전보다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그만큼 무능해서 그런가?
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가?

그런데 오늘 아침 묵상 시간에
성령님께서 그러신다.
“똑같은 사람들에게
20년 가까이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렴 전같이 해도 되겠니?”

그래,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한 교회에서 20년 가까이 똑같은 분들에게
주의 말씀을 전하고 있는데
그냥 대충해서 말씀이 전해지겠는가?
만약 새 교회로 옮겼다면
이런 고생,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그동안 해 온 것이 엄청나고,
모두들 새롭게 듣는 이들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러니 한 교회에서 십년 이상 목회한 분들,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다.
내가 그렇게 해 보니 장난이 아니다.

심방 안 온다고 삐지는 교우들,
회의에 안 나온다고 삐지는 노회 분들,
모임에 안 나온다고 삐지는 동료 목회자들,
집안 일에 소홀히 한다고 삐지는 집안 식구들,
......
죄송하고 미안하고 ....
그럼에도 계속 죄송하고 미안할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말씀을 전해야 하는 목사에게
이 일을 제처 둘만큼 중요한 사명이 없기에.
말씀을 가르쳐야 하는 목사에게
이 준비를 대충하고 나가도 될 만큼 더 중요한 것이 없기에.

이런 사정을 아는 교우들이라면
이런 목회자를 좀 도와주소서.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