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4.20 토 19:21
 
 
전체기사  기사모아보기 후원방법
> 뉴스 > 시사
     
부자들의 민주주의가 아닌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2024년 02월 17일 (토) 09:24:41 이완배 기자 www.cry.or.kr

 

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인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실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프랑스의 민중들은 삼색(프랑스 국기의 모양이기도 하며 자유, 평등, 연대를 상징한다) 모자를 쓴 채 바스티유 감옥 앞에 모였다. 그들은 삼색 모자를 쓴 사람들끼리 “시또양(동지)!”이라고 부르며 거침없이 바스티유 감옥으로 진격했다. 감옥을 깬 시민들이 마침내 바스티유 궁전마저 점령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 중 하나로 기록된 프랑스 대혁명은 완성됐다.

프랑스 대혁명이 위대한 이유는 이 혁명을 발판으로 마침내 왕과 귀족들만 누리던 참정권이 민중들에게까지 확대된 데 있었다. 물론 당시 참정권이라는 것이 백인, 남성, 노동자에만 국한된 매우 불완전한 것이었지만 귀족이 아닌 시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이후 민중들의 끈질긴 투쟁에 힘입어 시민권과 투표권은 인종과 성별의 차이마저 극복한 보편적 권리로 발전했다.

우리가 천부인권 사상에 기반을 둔 1인 1표의 원리를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다. 우리 민중들에게 주어진 이 귀중한 투표권은 절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선배 열사의 죽음 위에 세워진 인류의 유산이다.

부자들의 민주주의?

그런데 이 소중한 권리가 민중들에게 돌아온 이후에도 우리의 삶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무릇 민주주의는 민중들의 대표를 민중들 손으로 뽑는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는 제도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달랐다. 민중들을 대표하라고 뽑은 대표자 중 의외로 민중들의 숫자가 많지 않았다. 우리라고 다른가? 21대 총선 때 우리나라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는데 이 중 서울대 출신이 무려 63명으로 21%를 차지했다. 직전 국회였던 20대 때는 이 비중이 무려 27%(81명)였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호소한다. 국회의원은 우리의 대표를 뽑는 과정이라고.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대표할 사람을 뽑으면 된다. 노동자는 노동자를 뽑고, 농민은 농민을 뽑고, 교사는 교사를 뽑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뽑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노동자도, 농민도, 교사도 모두 서울대를 나온 사람을 뽑는다. 이러니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밖에 없다.

2013년 미국 러셀세이지 재단(Russel Sage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벤저민 페이지(Benjamin Page), 래리 바텔스(Larry Bartels), 제이슨 시라이트(Jason Seawright) 등 3명의 학자가 실시한 <민주주의와 부유한 미국인들의 정책 선호도>라는 연구라는 것이 있다. 이 연구는 그토록 힘들게 쟁취한 민주주의가 부자들에 의해 어떻게 장악됐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미국에서도 최상위 부유층에 속하는 1%의 고액 자산가들과 심층 면접을 가진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발표했다.

첫째, 부자들의 정치 참여도는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면접 대상 부자 중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이들의 비율은 무려 99%였다. 이는 50%를 겨우 웃도는 미국 국민의 평균 투표율을 압도하는 수치다.

둘째, 이들 중 대부분(84%)이 정치에 관심이 컸고, 이들 중 3분의 2(68%)는 정치인들에게 기부금을 냈다. 이 수치 또한 일반 대중들의 선거자금 기부율(14%)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셋째, 이들 중 무려 40%가 “지난 여섯 달 동안 상원의원과 접촉한 일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7%는 하원의원과 접촉했고, 규제정책 관련 공직자와 만난 이들도 21%나 됐다. 행정부 관료와 만난 이들은 14%, 백악관 관료들과 접촉한 이들도 12%나 됐다.

이 모든 일들이 고작 면접 직전 6개월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이게 얼마나 놀라운 숫자인지 지금 우리의 처지와 비교해 보라. 지난 6개월 동안 국회의원과 만난 독자분들이 얼마나 될까? 청와대 관료와 만난 독자분들은 또 얼마나 될까? 실제 미국의 일반인 중 직전 4년 동안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만난 이들은 겨우 20%에 그쳤다. 그런데 부자들은 4년이 아니라 6개월 동안 40%가 국회의원을 만났고 12%나 백악관 관료들과 접촉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격차인 셈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조금만 더 나아가보자.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 부자들은 정부가 건강보험에 투자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무려 58%나 반대했다. 일반인들의 반대 비율은 고작 27%였는데도 말이다. 또 이들은 정부가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공교육을 제공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무려 65%나 반대했다. 일반인들의 반대는 고작 13%에 그쳤다. 실업자들에게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부자들은 일반인들의 찬성률(53%)에 턱없이 못 미치는 8%만이 찬성했다. 부자들은 이토록 이기적이고 보수적이다.

우리 사회는 보수가 집권하면 그야말로 나라가 개판이 되는 나라다. 또 진보가 집권하면 그나마 좀 낫긴 한데, 그렇다고 세상이 실감 날 정도로 바뀌지 않는 나라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당연히 나라를 움직이는 대부분의 시스템, 즉 경제, 언론, 교육 등이 돈 있는 부자들의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스템 중 우리가 유일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정치다. 우리에게는 1인 1표의 투표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치에서도 우리는 부자들에게 밀린다.

부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정치에 관심이 많다. 돈도 훨씬 많이 뿌린다. 먹고살기 바쁜 우리 민중들은 정치에 관심을 쏟을 여력도, 정치인을 후원할 여력도 떨어진다. 이렇게 민주주의마저 부자들에게 장악되면 이 사회 시스템은 민중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더 필사적으로 지켜야 한다. 부자들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우리 민중들의 민주주의를 사수해야 한다. 비록 먹고살기 바빠도 우리는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적은 금액이라도 옳은 정치를 하는 정치인을 후원해야 한다.

제발 우리에게 주어진 1인 1표의 소중한 권리를 공짜로 주어진 것처럼 착각하지 말자. 선배 열사들의 목숨값으로 세워진 이 민주주의를 부자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중들의 것으로 바로 세워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할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 소리(http://www.cry.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가장 많이 읽은 뉴스
"투표에 기권하면 벌금을 물렸으면 좋
소가 없으면
에일리 CCM 라이브
“부활, 얼마든지 하나님은”
여전히 잠자는 제자들
양갱
몽실몽실
최근 올라온 기사
시편 99강 150편 호흡이 있는자마...
효심처럼 신록이 짙어지는 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권사 동원령 그 현장과 이후
일제 잔재와 옛사람
누가 가라지냐?
“나의 가장 소중한 몸짓”
(...
사...
전...
편집자가 추천하는 기사
[NCCK 공동선언문 파문] 기독자교수협은?
이만희 "나는 구원자 아니다"
옥한흠 목사 장남 "오정현 목사는..."
변방 목회 40년
지금은 절망 아닌 기다림의 시기
회사소개 | 후원안내 | 저작권보호 | 광고안내 | 제휴문의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제호 크리스천웹진 소리 | 등록번호 경기도아00217 | 등록연월일 2009. 7. 3 | 발행인 김태복 | 편집인 김태복
발행소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986-1 두산위브아파트 101동 506호 | 전화 및 FAX 031-577-9411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태복
Copyright 2007 소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r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