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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몬에게 무릎꿇은 총회> 
2023년 08월 13일 (일) 07:07:50 유경재 목사 www.cry.or.kr

"나이가 60이 넘으면 아무래도 젊었을 때보다 창의성과 순발력이 떨어지게 되고 , 타성에 젖게 돼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개발하려는 의욕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더 욕심이 생기기 전에 교회발전을 위해 진작부터 그만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목회자들이 많이 배출되는데 반해 교회 자리는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물러나겠다고 진작에 다짐했습니다." 

1938년 서울 출생, 1976년 안동교회에 부임, 28년을 시무하시고 목회를 5년 앞당겨 조기 은퇴 하신 유경재 원로목사님의 오늘 기자회견 발언문입니다.

[108회 총회 장소로 명성교회를 택한 것을 보고] 
2023년 7월 21일(금)

I
지난 11일 김의식 부총회장이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총회 장소가 서울 명성교회로 확정된 후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명성교회 관련 수습결의안이 잘 이행됐고 사회법으로도 마무리가 됐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명성교회 수습안이 헌법을 잠재하고 결정된 사항임을 무시하고 그대로 굳히겠다 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하긴 작년 총회에서 수습안 철회 헌의를 폐기하였고, 돈의 힘으로 재판에서도 이겼으니 이제는 이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겠다는 심산인 것 같습니다.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겠다는 말입니다. 1938년 27회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가 장로교회의 큰 오점으로 남았던 것처럼, 명성교회 수습안 결의도 두고두고 역사에 지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27회 때의 신사참배 결의는 일제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지만, 104회 총회의 명성교회 수습안 결의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 큰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맘몬에게 굴복하기로 결의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잘못 다듬어진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지으려는 것과 같아서 언젠가 그 집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II
김의식 부총회장은 여러 논란에도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려는 이유로 “총회 둘째 날 1만 명이 모이는 영적 대각성 성회를 개최할 계획인데, 다 모이기 위해서는 명성교회가 가장 적합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해명을 들으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보통 총회 일정을 4일로 해도 빡빡한데 3일간 하면서 둘째 날 저녁에 1만 명이 모이는 영적 대각성 집회를 갖는다니 회무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나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태산 같은 시기에 적당히 처리함으로 이 시대에 교회가 감당해야 할 본분을 져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위기, 남북 간의 대립으로 전쟁으로 내몰릴 위기, 그리고 폭염과 폭우 등 기후 위기로 위급한 상황인데도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로 말미암아 교회는 사회로부터 외면당하였고,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갑니다.

둘째로 1만 명이란 목표를 왜 세웠을까요? 그렇게 많이 모여야 영적 대각성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많이 모이면 성령께서 감동하셔서 모인 사람들의 영을 뒤흔들어 대각성이 일어날까요? 정말 그렇게 해서라도 영적 대각성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거기 가득 모인 명성교회 교인들이 교회 세습한 것 회개하면서 교회 세습 물리고 제대로 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우려 하지 않을까요?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총대들이 영적으로 대각성한다면 명성교회 수습안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이를 무효로 하는 결의를 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우선 총회 임원회가 명성교회로 총회 장소를 정한 것은 1만 명 모이는 장소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1만 명이라고 못 박은 목표를 이루려면 명성교회 교인들 동원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다른 교회는 그런 능력이 없고 오로지 명성만이 1만 명 동원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문제가 될 줄 알면서도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밀어 붙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연 그렇게 동원된 명성교회 교인들에게 영적 대각성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영적 각성은 커녕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총회는 완전히 명성교회가 장악했다고 자부하면서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기도할 것입니다.

셋째로 지방노회들이 이미 명성교회 주변에 숙소를 예약했기 때문에 부득불 명성교회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니 노회들은 이미 명성교회로 총회 장소가 결정될 것임을 알았던 것일까요? 명성교회가 1차로 거부하였을 때 그것은 정해진 형식적 수순에 불과하고 마침내 총회 장소가 명성교회로 확정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일까요? 

저는 처음에 명성교회가 거부하였다기에 그나마 조금은 염치가 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순진하였던 것 같습니다.

​III
108회 총회 주제가 “주여, 치유하게 하소서”입니다. 이 주제의 뜻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치유의 사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그 사명을 다하게 해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통합측 교단이 그동안 세습 문제로 상처받았는데 그 상처를 치유해 달라는 말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치유'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치유의 대상이 누구일까요?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는 가해자이니 치유의 대상은 아닐 것이고, 명성교회 세습 때문에 상처받은 총회 산하 교회와 소속 구성원들이 그 치유의 대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해자인 명성교회에 가서 치유의 총회를 한다니 이것은 요즘 말하는 2차 가해가 아닌가요? 아픔을 안고 있는 교회들의 상처를 후벼파는 꼴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치유가 아니라 완전히 교단을 양분화시키는 지극히 잘못된 결정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IV
저는 명성교회가 헌법에 명시된 세습 금지법을 따르지 않고 세습을 강행한 것, 그리고 그것을 묵인한 총회 - 이것은 결국 우리가 맘몬에 머리 숙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다 압니다. 돈은 권력이고 모든 것을 굴복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습니다. 

명성교회는 그런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었기에 세습을 한 것이고, 그 명성교회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도움받는 여러 작은 교회들과 목사들, 돈이 궁한 총회와 산하 여러 기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명성교회 - 그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은퇴한 목사들조차 그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얻고자 모여드는 판이니, 명성교회가 총회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총회가 맘몬에게 무릎 꿇었습니다. ‘치유’ ‘화해’ ‘영적 대각성' 등 온갖 그럴싸한 단어들을 동원한다 해도 맘몬에게 무릎 꿇은 자기 내면을 가리는 가면에 불과합니다. 그런 면에서 당분간 우리 총회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이런 불의와 어리석음을 그대로 두시지 않고 언젠가 반드시 교회를 새롭게 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때를 위해서 깨어있는 평신도와 교역자들이 계속 기도하며 불의와의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동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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